“농구 정말 사랑해? 절대 물러서지 마!” 아담 샌들러가 주는 감동, 넷플릭스 <허슬>

스페인 길거리에서 발견한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춘 보 크루즈(후안초 에르난고메스) 출처 : 넷플릭스 제공

얼마 만에 만나는 스포츠 영화인가! 넷플릭스 영화 <허슬>은 쉴 새 없이 전 세계를 누비는 농구 스카우터 스탠리(아담 샌들러)와 험난한 인생을 살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농구 선수 보 크루즈(후안초 에르난고메스)의 도전을 그렸다.

한물간 농구 선수 스카우터가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갖춘 원석을 발견해 보석으로 키운다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에, 코미디 황제 아담 샌들러가 최대 장기인 웃음기마저 쏙 뺀 주인공을 맡았다니 조금 걱정이라고? 영화가 시작되면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니 걱정을 했다는 생각조차 잊게 될 것이다. 극 초반부터 아담 샌들러가 넷플릭스 영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제대로 고른 신작)>에 이은 물오른 연기로 관객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스탠리는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평생 농구만을 사랑한 그는 코치로 다시 코트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법.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뚜벅이 인생을 살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의 생일에도 9년째 불참. 쉰이 넘은 몸뚱이에 남은 거라곤 ‘습진과 악몽’뿐이다.

스탠리(아담 샌들러)의 진가를 알아주던 단 한 사람인 구단주(로버트 듀발) / 출처 : 넷플릭스 제공

의미 없이 되풀이되는 일상 탈출은 모두의 꿈일 것이다. 그리고 스탠리에게도 첫 번째 기회가 온다. 부당한 일이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맞서던 선수 시절부터의 그를 눈여겨보던 구단주(로버트 듀발)가 코치로 불러드린 것. 꿈에 그리던 코트로 돌아간다는 기쁨도 잠시,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던 단 한 사람이었던 구단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평소 스탠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금수저 아들(벤 포스터)이 구단을 이끌게 되면서 스탠리는 코트 곁에도 서보지 못하고 다시 스카우터의 삶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조력만으로는 진정한 일상 탈출은 어렵다는 씁쓸한 교훈을 확인한다.

그렇다. 진정한 일상 탈출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고, 그것을 발판으로 자유라는 이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스탠리는 별 볼 일 없는 스카우터가 아니란 걸 증명해내야 한다!

왼쪽이 스탠리로 분한 아담 샌들러 / 출처 : 넷플릭스 제공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열어둔다고 했던가. 스페인으로 떠난 스탠리는 선수 미팅에서 바람을 맞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내기 농구를 하고 있는 우연히 보 크루즈를 만난다. 스탠리는 보가 그의 10년 스카우터 인생의 종지부를 찍어줄 사람이란 걸 한눈에 알아본다. 자, 스탠리에게 이제 두 번째 기회가 온 것이다.

보를 드래프트에 참여시키기 위해 스탠리는 사비를 들여 미국으로 오지만, 역시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구단과의 갈등 해결부터 벌써 NBA 스타가 된 듯이 지내는 보의 태도, 생활비 충당, 딸의 진로 상담까지…. 항상 스탠리를 지지하는 아내 티(퀸 라티파)가 물심양면으로 돕지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황. 우여곡절 끝에 보를 시범 경기에 출전시켜 구단 임원진에 선보이지만, 보는 심리전에 휘말리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좌절해 스페인으로 돌아가려는 보에게 스탠리가 말한다.

“농구를 사랑해? 온 마음을 다해서?

그게 아니면 뭐하러 해?

코트에 나가 깨지기만 할 거 시작도 말아야지.

난 농구 겁나 사랑해. 농구가 내 인생이야.

농구에 목숨 건 수많은 사람이 기회만 노리고 있어.

재능이 있어도 목숨 건 놈은 못 당하지.

자넨 재능은 충분한데 여기에 목숨 걸었어?

자나 깨나 농구만 생각해. 이건 자신과의 싸움인 거야.

코트에 들어갈 때 이래야 한다고.

‘이 바닥에서는 내가 최고야, 르브론도 이길 수 있어’

다시 묻지, 농구를 사랑해?”

현실의 높은 장벽을 확인했다면, 그걸 뛰어넘을 시간이다. 두 번째 기회를 스스로가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원석은 물론 가치 있지만, 깎여 나갈 때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빛을 더 화려하게 보일 수 있다. 이후 두 사람은 기본기부터 다져간다. <록키>의 훈련 과정을 답습하듯이. 확실히 다져진 기본기가 발판이 될 때, 두 번째 기회로 점프할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건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로 변화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출처 : 넷플릭스 제공

훈련 과정 중에 다시는 동요하지 않겠다는 보에게 스탠리가 시키는 훈련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특훈인데, 3점 슛 스무 개를 넣는 비교적 단순한 훈련이다. 다만, 슛을 성공할 때마다 스탠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자극한다. “너희 엄마 창녀야”라는 말로. 발끈하는 그를 보며 스탠리는 말한다. “한심한 게 뭔지 알아? 다 큰 어른이 다 큰 어른 말에 상처받는다는 거야. 코트에 들어설 때마다 선수들이 자극하려 할 거야! 빙산이 돼야 해! 둥둥 떠다니며 날카롭게 찔러 배를 침몰시키라고!”

두 사람의 기분 좋은 케미는 영화 후반부를 오롯이 이끄는 힘이다. 여기에 스탠리의 딸이 조력자로 참여하는데, 이 역시 극의 반전 동력을 톡톡히 담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구단이라는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힘은 길거리 출신인 보의 강점을 십분 살린 길거리에서 SNS로 퍼져나가고, ‘구단이 거부한 한 재능있는 선수를 구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되며, 이는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계획대로 안 될 때도 계속 노력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를 외쳤던 두 사람에게 NBA는 과연 그 문을 열어줄까? 인생의 전성기를 아직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은 NBA의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까?

꿈을 향해 나가는 사람에게는 여러 특징이 있다. <허슬>에서는 두 번째 기회를 잡으려는 보와 엄마의 대화에서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

네가 짊어진 짐을 봐. 루시아와 날 위해서라면 지칠 줄 모르지.

니 마음 속에 너 자신을 향한 사랑은 없어.

여기 도착한 날 오랜만에 널 봤는데 모습이 다르더구나.

가벼워 보였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지.

그만큼 스탠리가 널 돌봐준 거야.

네가 우릴 돌보듯 그 사람이 네 짐을 대신 짊어줘 줬지.

네가 니 자신이 될 수 있게. 스탠리는 너의 참나무야.

니가 프로 농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스탠리가 네게 준 것과 작별해서는 안 돼”

<허슬>은 애덤 샌들러가 각본과 주인공 스탠리 역을 맡았으며,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천재 농구 선수 보 크루즈 역은 스페인 국가대표 농구선수로 활약 중인 후안초 에르난고메스가 맡아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폭발적 에너지를 보여준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듯 실제 현역 NBA 선수들도 여럿 등장해 농구 팬들에게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처 : 넷플릭스 제공

우리 모두는 원석이다. 종류가 다를 뿐. 언젠가 보석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면,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증명해내자. 절대 멈춰서서도 안 된다. 주변이 당신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혼자서는 힘들다고? 스탠리 같은 참나무가 당신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슬>이 우리에게 그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젠 당신 차례다.


윤상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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