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끝나가고 어느덧 경쾌한 여름을 앞두고 있다. 여름이라 하기엔 아직 날씨가 시원하지만 현재 넷플릭스만큼은 화제의 작품들로 한창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듯하다. 7월 1일 공개될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의 2부와 6월 24일 공개를 앞둔 한국판 <종이의 집>까지. 기존에 인기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이 다시금 돌아오면서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핫’한 게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하이틴’ 작품들이다. 여름을 닮아 발칙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드라마 <하트스토퍼>
2022
<하트스토퍼>는 영국 아마존 그래픽 노블 1위를 차지한 앨리스 오스먼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초면인 신인배우들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다 보니 끌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보는 걸 추천한다. 왜냐고? ‘마라 맛’이라고 불리던 기존 넷플릭스 하이틴 드라마와 다르게 힐링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드라마기 때문. 성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LGBT 청소년들의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성장기라 하면 충분한 설명이 될까. 실제로 어느 한 비평매체에선 <하트스토퍼>를 “수십 년 전에 우리가 필요했던 러브스토리”라 평가하였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자극적인 연출에만 치우치지 않은 청소년 퀴어 드라마가 필요했으나 여태껏 없었다는 뜻이다. <하트스토퍼>는 럭비팀 에이스인 ‘닉’과 학교에서 아웃팅을 당한 범생이 ‘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청소년들의 술, 담배, 시끄러운 파티에 질려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이 드라마가 제격이다. 현재 시즌 2와 3 제작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북스마트>
2019
<북스마트>의 두 주인공은 우리가 상상하는 하이틴 드라마의 여주인공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직 대학만을 위해 고등학교 시절 동안 책 속에 파묻혀 지낸 모습이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 같다고 할까. 고생한 대가로 예일대에 합격한 ‘에이미’와 ‘몰리’는 명문대에 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평소에 자신들을 무시한 파티광도 명문대에 합격한 걸 알게 되고 큰 분노에 휩싸인다. 이대로 학창 시절을 비참하게 마무리할 순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졸업 파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 ‘에이미’와 ‘몰리’. 화끈한 분위기를 기대하긴 했으나 파티가 다른 의미로 화끈해지고, ‘에이미’와 ‘몰리’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나아간다. <북스마트>는 하이틴 영화의 클리셰에서 한참 벗어나 더욱 신선한 영화다. 감정이나 관계 위주로 서술되는 기존의 하이틴 드라마와 달리 쉴 틈 없이 달리는 레이싱 카 같다. 속도감 좋은 킬링타임용 영화를 원한다면 <북스마트>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드라마 <데들리 클래스>
2018
만약, 당신이 갈 곳 없는 신세이고 복수할 대상이 있다면 암살자를 양성하는 학교에 입학하겠는가. 돌아갈 가족의 품도 없고 돈도 없는 주인공 ‘마커스’는 입학을 선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깊은 지하에 숨겨져있는 ‘킹스 도미니언’은 범죄자 조직의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다. 어쩔 수 없이 ‘킹스 도미니언’에 다니게 된 ‘마커스’는 온갖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폭력에 길들여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1980년도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곁들여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띈다. 그뿐만 아니라 익숙한 얼굴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라나 콘도르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베네딕트 웡이 출연하여 색다른 연기를 보인다. 전작에서 친숙하게 알던 모습이 아니라 조금은 살벌할 수 있는 그들이 낯설면서도 재밌다. <데들리 클래스>는 안티 히어로물과 하이틴 장르를 합친 드라마로, <어벤저스>를 감독했던 루소 형제가 제작하였다.
드라마 <서바이빙 서머>
2022
뉴욕에 살던 반항아인 ‘서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엄마의 지시에 따라 호주로 이사 오게 된다. 엄마도 없고 인터넷도 잡히지 않는 호주의 작은 마을에서 ‘서머’는 계속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만 한다. 그러던 중 ‘서머’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친구들을 사귀고 서핑마저 배우게 된다. 호주 넷플릭스 작품인 <서바이빙 서머>는 그야말로 여름에 잘 어울리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푸르른 호주의 파도 위에서 서핑을 배우며 서로 우정을 나누는 십 대들. 상상만 해도 시원하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마냥 아름답게만 다루지 않고 청소년이라면 가질 시련들도 명확히 짚어낸다. 반항아로 치부되어 살아왔던 ‘섬머’와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아리’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성장통을 겪는 십 대들의 조화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관점 포인트. 여행 가기가 부담스러워 집안에서라도 청량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드라마 <서바이빙 서머>를 추천한다.
드라마 <레아의 7개 인생>
2022
눈을 뜰 때마다 매번 다른 사람의 몸이라면? 정말 골치 아프면서도 재밌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시간 여행까지 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무덤덤하고 외롭기만 한 ‘레아’는 어느 지루한 파티에서 사람이 없는 계곡으로 향한다. 사실 그곳에서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었으나 의도치 않게 신변 불명의 유골을 발견한다. 경찰에 신고한 ‘레아’는 충격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유골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잠든다. 다음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레아’는 한 남자의 몸으로 깨어난다. 곧이어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전날 발견한 유골 주인이자 부모님의 친구 ‘이스마엘’이다. 이 말인즉슨 ‘이스마엘’의 죽음에 부모님이 연관되어 있다는 뜻. 잠들 때마다 30년 전의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는 ‘레아’는 남자의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 프랑스 드라마 <레아의 7개 인생>은 주인공이 1991년과 2021년을 오가며 사건의 진위를 파헤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스릴러와 로맨스, 판타지, 레트로 하이틴 등 모든 장르가 뒤섞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연출되어 있어 호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