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주의! 실제 사건 50년 후를 그리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텍사스 전기톱 학살>

아마도 슬래셔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1974년 원작,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실존했던 연쇄살인마, ‘에드 게인’의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원작의 감독, 토비 후퍼는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를 배경으로, 사람들을 죽여서 식량으로 사용했다는 에드 게인 사건을 극화해 초 저 예산 호러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만들었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주인공 샐리 (메릴린 번즈)가 친구들과 함께 텍사스에 있는 그녀의 할아버지 묘지를 방문하는 여정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이 상상했던 낭만적인 로드트립은 예기치 않게 태우게 된 한 히치하이커 (에드윈 닐)의 등장과 함께 선혈이 낭자하는 살인 캠프로 변모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오리지널 포스터

개봉 당시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적나라한 살해 장면과 신체 훼손 묘사로 당시 계획이었던 PG-13 (13세 이상 관람가) 가 아닌 R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항의로 개봉이 금지된 몇몇 주를 제외하고 영화는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당시로는 전례에 없던 수위의 살해 묘사로 관객은 물론이고 평론가의 평가 역시 양극단으로 갈렸지만,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할리우드의 주요 매체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의 가장 중요한 호러 영화”로 평가했다.

영화학자 로빈 우드 역시 “원초적인 악몽을 전달하는 몇 안 되는 호러 영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1편의 기록적인 흥행 성공으로 영화는 토비 후퍼가 직접 연출한 <텍사스 전기톱 학살> 2 (1986)와 프리퀄인 <텍사스 전기톱 학살: 비기닝> (2006), 그리고 최근 작품인 <레더페이스> (줄리엔 모리, 알렉산더 버스틸로, 2017), <텍사스 전기톱 학살> (데이빗 블루 가르시아, 2022)을 포함, 열 편에 가까운 프랜차이즈물로 성장했다.

후퍼의 원작이 높은 수위의 고어 묘사로 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향한 관객의 호응과 영화가 지금까지 발휘하고 있는 문화적, 산업적 권력 모두를 설명하진 않는다. 원작,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극단적 재현모드에도 단순한 엑스플로이테이션 영화로 인식되거나 명명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정치성,’ 혹은 ‘급진성’이다.

가령, 영화의 오프닝에서 “당신이 목격할 이 영화는 사실입니다 (film you are about to see is true)” 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는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 매체의 허위보도를 비판하기 위해 후퍼가 의도적으로 넣은 문구다. 영화의 서문에서 밝히듯, 후퍼는 단순히 ‘찌르고 쪼개는’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영화가 재현하는 ‘텍사스’라는 공간 역시 흥미롭다. 미국 내에서도 그 극단적인 보수성에 다른 나라 취급을 당하는 텍사스는 영화 속에서 실종사건이 끊이지 않고, 보수적인 노인들이 ‘이미 말아먹은’ 야만하고 쓸모 없는 땅으로 묘사 된다. 텍사스 출신인 감독의 셀프 디스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야만한 땅을 무단침범한 히피들은 마치 텍사스를 상징하는 듯한 ‘도축장 (slaughter house)’의 주인들, 특히 레더페이스와 그를 조종하는 그의 할아버지에게 무참히 처형당하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샐리는 영화의 또 다른 급진성을 대변한다. 그녀는 1970년대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전사 캐릭터의 영웅이다. 영화학자 캐롤 클로버는 레더페이스의 전기톱을 과도한 남성성의 풍자로, 이에 대적해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주인공 샐리를 파이널 걸 (Final Girl) 이라고 칭하며 그녀를 통해 공포영화에서 살아남는 여성의 영웅서사를 분석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평론가들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 이후 제작된 수 많은 영화 속 여성전사들, 예를 들어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등이 샐리 로부터 진화한 캐릭터라고 분석했다.

원작의 샐리, 메릴린 번즈

수 많은 전설과 레거시를 낳은 작품인 만큼,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리즈가 잉태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 중 가장 최근에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 (2022) 은 원래의 사건이 있은 후 50년 후를 그린다. 특이점은 이 영화가 시리즈의 주인공 캐릭터, 샐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텍사스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 – 단테 (제이콥 라티모어)와 멜로디 (사라 야킨), 그리고 멜로디의 여동생, 라일라 (엘시 피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황폐한 작은 도시, 할로우에 투자자를 불러들이고 사업을 확장하여 젊은 사업가로 성공하길 바라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며 적대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텍사스 전기톱 학살> 포스터

투자 설명회가 열리던 날, 단테는 매입한 빌딩에 KKK 깃발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빌딩에 들어간 단테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건물이 매입 당한 지 모른 채 거주 중인 것을 발견하고 경찰을 불러 강제로 끌어낸다. 노인은 그녀의 아들과 함께 경찰차로 후송 당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에 대한 충격과 복수로 아들은 엄마의 얼굴을 뜯어내어 레더페이스를 만들어 쓰고 경찰과 마을의 모든 이방인들을 처단한다.

2022년 버전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변주가 이루어진다. 전작이 지나치게 백인 위주였다는 비판을 반영하듯, 영화의 중심 캐릭터 중 하나는 흑인이고, 그의 여자친구는 백인으로 설정 되어있다. 도시에 투자를 하러 모여드는 사람들도 20대 초중반의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진보성향을 드러내듯, 멜로디는 할로우에 도착함과 동시에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남자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점들은 원작이 극복할 수 없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거나 초월하는 설정들로 비춰진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새로운 주인공들

그러나 이번 시퀄은 정작 중요한 레더페이스의 캐릭터 재현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원작에서 관객이 가장 열광했던 지점은 레더페이스가 단순히 잔인한 킬러여서가 아닌, 그(와 형제들, 그리고 할아버지)가 중산층과 리버럴, 그리고 히피를 혐오하는 컬트집단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는 맨슨 가족의 부활이기도 했고,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닉슨이기도 했다. 원작이 함유했던 상징과 서브 플롯이 부재한 이번 시퀄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원작을 초월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고어의 레벨이다. 사람들을 죽이는 방식, 그것을 묘사하는 수위, 그리고 마지막 반전 등은 고어 팬들에게는 분명 기억에 남을 요소들이다. 결론적으로 원작의 정치적 레거시를 훌륭하게 살리는 시퀄이 되든, 그렇지 않든 전기톱의 전통은 당분간 계속 될 것임이 분명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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