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제니퍼 코넬리가 몰아온 <설국열차>, 시즌 2에서도 거침없이 달릴까

<설국열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종점에 가까워져서야 혁명의 불길이 치솟았다. 지난 5월 말부터 방영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의 시즌 1의 엔딩까지 어느덧 2개 에피소드만 남아 있다. 당초 평범한(?) 수사물로 시작된 드라마에 대해 일각에서는 “솔직히 내리고 싶다”며 못 미더워했다. 그러나 형사 출신 꼬리칸 지도자 레이턴의 수사가 진전될수록 계급 사회의 각종 문제가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보다 훨씬 다채롭게,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드라마 <설국열차>는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다. 쟁쟁한 열연을 펼친 배우들 중에서 특히 제니퍼 코넬리는 레이턴의 대척점에 선 ‘윌포드의 대변인’ 멜러니 캐빌의 이중성을 카리스마 있게 소화해 캐스트 타이틀의 첫 주자로서 손색없는 관록을 뽐냈다. 시즌 2 제작은 확정됐지만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현재, 멜러니의 시선으로 <설국열차> 시즌 1의 여러 순간을 되짚으면서 피날레 및 시즌 2가 어떻게 펼쳐질지 짐작해 본다.


‘존속’의 멜러니 vs. ‘생존’의 레이턴

멜러니는 표면적으로는 접객 팀 수장이요, 흑막 속에서는 열차의 진짜 설계자다.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남은 인류를 지키고자 혼신을 다해온 멜러니의 여정은 열차 내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레이턴을 꼬리칸에서 호출하면서부터 꼬여 버렸다. 수사 막판에 자신의 비밀을 눈치챈 레이턴을 ‘서랍’에 가두면서 멜러니가 손쉽게 승리하는 듯했지만, 조력자들의 은밀한 도움으로 레이턴이 서랍을 탈출하면서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달아 간다. 이 과정에서 멜러니는 두 가지 큰 패착을 저지르는데, 첫 번째는 살인사건의 진범 겸 1등칸 소녀 LJ에 대한 유죄 판결을 무죄로 바꾸면서 피해자가 속한 3등칸의 불만을 산 것이다. 두 번째 패착으로 레이턴을 잡기 위해 그의 전부인 자라를 뱃속 태아를 빌미로 협박하고, 레이턴의 연인 조시마저 잔인하게 고문하다 죽이기까지 했다(비록 본인도 구토까지 하며 괴로워했지만). 레이턴은 멜러니에 대한 원한을 기폭제로 삼아 ‘열차를 모든 승객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대의를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승리 아니면 죽음, 돌아갈 곳은 없다

반면 멜러니는 윌포드의 이름 아래 독단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3등칸이 꼬리칸과 손잡게 만들고, 자신을 줄곧 의심하던 1등칸 승객들과 군대 앞에서 비밀이 탄로 나 처형 전까지 감금당하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레이턴의 상황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게, 3등칸의 나머지 승객 및 제동수들을 평화롭게 설득한 게 무색할 정도로 첫 전투에서 많은 동료가 죽고 다쳤다. 또 ‘서랍’에서 풀려난 옛 꼬리칸 동료 파이크가 1등칸 및 군대에 레이턴의 약점(선량하니 몰아붙이면 무너짐)을 가르쳐 줬으니 혁명이 결코 쉽게 풀릴 리도 없다. 누가 이기든 간에 꼬리칸-3등칸 연합과 군대를 가진 1등칸의 충돌은 피날레에 이르도록 더 많은 피를 뿌릴 게 자명하며, 시청자들은 레이턴과 멜러니, 남은 주요 인물들의 운명을 긴장감과 씁쓸함 속에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다만 시즌 1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고 미완의 혁명이 시즌 2에서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희생을 위한 희생, 용서받을 수 있는가?

멜러니는 동료 엔지니어 겸 연인 베넷의 품에서 열차 바깥의 삶을 회고하며 “숨 쉬는 게 그립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겉보기에 그는 설국열차의 완벽한 창조주이자 수호자이지만, 기실 자신이 만든 신세계의 동력원으로서 삶을 통째로 갉아 먹히는 것과 다름없다. 애초에 진짜 윌포드를 죽게 버려두고 그의 행세를 하면서부터 멜러니는 열차 및 다수의 생존자를 위해 희생시킬 소수에 본인까지 포함시킨 모양이다. 그가 라커에 붙인 딸과의 과거 사진을 애틋하게 응시하는 모습, 7화에서 마일스에게 던진 “엔지니어에겐 본인의 행복보다 열차가 중요하다”는 대사 등을 보면, 슬픔과 죄책감을 딛고 대의에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멜러니에게 연민이 들 정도다. 문제는 멜라니가 동정만 받기에는 그가 7년간 조장한 불평등과 억압이 이제 도저히 묵과 혹은 개선될 수 없는 수준이란 것.

재앙은 하나만 오지 않는다

멜러니가 이처럼 목숨보다 아끼는 설국열차는 튼튼해 보이는 위용과 달리 영 불안한 상태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협곡에서 탈선할 뻔했을 때는 멜러니가 사투 끝에 열차를 겨우 구해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재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차 안에서는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전쟁이 막 시작됐고, 멜러니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집무실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아무리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현대판 방주인들 한 번 탈이 난 이상, 이런 최악의 타이밍에 다시 탈이 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시즌 1 피날레의 최대 변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영원한 엔진’이 혁명 와중에 단말마를 지르냐 마느냐가 될지도 모른다. 상황이 영화처럼 열차가 멈추다 못해 파괴되어 버리는 것보다 덜 극단적으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죽어야 사는 남자’ 숀 빈, 과연 여기서도 죽을까?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숀 빈.

코로나19 확산 이후 <설국열차> 시즌 2 제작은 잠시 중단됐으나, 최근 새롭게 등장할 일부 캐릭터와 배우들의 명단이 다수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가 한층 커졌다. 캐스팅 명단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사망 전문 배우’ 숀 빈인데, 이를 두고 국내 네티즌들은 “또 죽겠네”,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며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숀 빈이 그 ‘윌포드’ 역으로 출연한다는 설도 있으나 뚜껑을 열기 전까진 누구도 알 수 없다. 8화에서 열차가 출발한 후 초반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윌포드가 어떻게 시즌 2에 나온다는 것인지, 또 정말 윌포드가 등장한다면 꼬리칸의 혁명과 향후 권력 구도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이 영 어려우면서도 기대를 금할 수 없다. 만약 시즌 1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빙하기의 도래를 지켜보며 눈과 얼음을 뚫고 달리는 열차를 구상하던 ‘과거’의 윌포드가 시즌 2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겠다.

<설국열차> 시즌 2, 소포모어 징크스 깰까?

아무리 흥행과 비평 모두 대박 난 영화 및 드라마라도 속편 또는 후속 시즌까지 크게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스토리와 출연진에 일말의 변화라도 생기면, 그만큼 제작진이 감수해야 할 실패 위험도 커진다. <왕좌의 게임>만 보더라도 마지막 시즌에서 온갖 논란을 낳으며 8년간의 인기에 스스로 먹칠을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다른 사람도 아닌 숀 빈이 나온다니 <설국열차> 시즌 2 역시 본방을 놓치기 싫은 흥미진진 ‘대하 드라마’가 충분히 될 수도 있겠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레이턴과 멜러니를 비롯한 시즌 1의 남은 주역들을 시즌 2에서도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싶다.


에그테일 에디터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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