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꿀잼! <재벌집 막내아들> 모티브가 된 실제 재벌들

5개 정도의 재벌일가를 섞은 느낌

최고 시청률 26.9%

이것을 영화로 치환하면 <도둑들> (2012)에 버금가는 흥행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 폭발적인 사랑은 2~15화에서 보여준 진도준 (송중기 분)의 엄청난 기세에서 왔을 것이다. 15화의 엔딩 직전까지는 분명 다음 회가 궁금한 시리즈물이었다. 그러나 재벌 개혁의 도준이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모든 재벌 후계자들에게 트럭의 무서움을 알리며 끝을 맺는 허망함을 선사했다.

무서운 트럭의 이야기는 역시 스필버그의 데뷔작 <듀얼>(1971) 이지!

드라마의 매력

허무한 마지막화지만, 그래도 드라마 자체가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도준 (김강훈 분)은 할어버지 진양철 (이성민 분)에게 질문을 받는다. 새우가 고래싸움에서 등이 안 터질라믄 어째 해야되노? 모범답안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었다. 살해당한 전생, 윤현우 (송중기 분)의 영혼을 다시 품고 태어난 도준이 키울 수 있는 무기는 미래에 일어날 만한 큼지막한 덩어리들을 알고있다는 것에 있었다.

이는 실은 재벌집안의 막내가 아닌 국밥집의 장남으로서, 순양 일가에게 희생당한 소시민이 어떻게 그들을 상대로 재산과 긍지와 영혼을 탈곡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과 다름아니었다. 이는 타임머신류의 시간여행 장르에서 과거를 바꾸면 미래에서 온자의 현재가 변해버리는 타임 패러독스에 빠질 수 있는 거대한 장치였으나, <재벌집 막내아들>은 그런 요소는 쿨하게 버리고 달려간다. 관객층은 원작의 팬들처럼 도준이 행하는 복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좋은 엔딩? 그기 돈이 됩니까? 돈이 되냐 이 말입니다.

드라마의 모티브 인물들

이 이야기는 드라마 이전에 웹소설 시절에서부터 한국의 재벌 그룹들의 성장과정을 차용했다는 면에서 화제가 됐다. 아직 보지 못 했다면, 알고서 시청하게 됐을 때 심층적인 요소들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진양철(이성민 분) – 이병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 진양철은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을 모티브로 했다는 속설이 강하다. 심지어 경상도 말투, 서예, 초밥을 향한 애정까지 비슷하다. 삼성 – 중앙일보 – 이 드라마의 방영 채널인 JTBC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흥미롭다. 그리고 극중에서 진회장은 반도체에 사운을 걸었지만, 실제론 이병철의 후계자인 이건희가 돌파했던 지점이었다.

도준은 진회장에게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이라는 선물을 준다고 했다. 이병철은 실제로 자식들의 학력에 컴플렉스가 있었고 이는 라이벌인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자식들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다음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회장이 서울대에 입학함으로써 혈육들의 학력 컴플렉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제 서울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것은 정주영 회장의 막내인 정몽준 총수였다.

순양그룹의 혈육들끼리 전쟁을 하는 것을 보면 이병철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싸우는 것이나,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준, 동빈 형제가 피튀기는 싸움을 한 것도 연상이 된다.

진영기(윤제문 분) – 이맹희


창업주의 장남이지만, 경영 능력을 의심받아 승계를 받지 못하고 계륵같은 존재가 돼버렸다는 점에서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의 처지와 비슷하다. 극중에선 진회장의 막내아들인 진윤기(김영재 분)가 영화제작에 업을 뒀지만 실제로는 이맹희의 아들, 이재현 회장이 영화 일을 했다. 영화계를 호령하며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제와 깐느를 거머쥔 <기생충>을 제작한 CJ를 창업한 것이 이재현 회장인 것이다. 후반부에서 영기는 아들인 성준(김남희 분) 에게 견제책으로 고발 당한다. 이는 아버지를 탈세혐의로 고발한 삼성가의 둘째 아들과의 사카린 파동 고발(1969년) 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진동기(조한철 분) – 정태수


기업의 소환조사에서 연상되는 대표적 이미지는 휠체어에 탄 회장의 등장이다. 그 원조 이미지는 전 한보그룹의 회장, 정태수에서 부터 시작했다. 9급 공무원 생활을 20년동안 하다가 창업하고 재계 서열 10위 대에 올라간 그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역술인의 사주풀이 덕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역술인의 의견을 많이 참조했다는 설이 있다. 흙의 기운이 좋다는 정회장은 강남에 은마아파트를 지었고 초대박이 났다.

그래서 그룹의 본거지가 한동안 은마 아파트 상가에 있기도 했다. 한보는 저렴한 녹지를 사서 개발하여 판매하는 방법으로 덩치를 키웠는데, 도박에 가까웠던 황무지에 베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술인의 말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설이 있다. 극 중에서 진동기는 수행비서가 해석해주는 사주에 맞춰 투자를 결심하고 철회한다. 그의 딸 (조혜주 분) 이 아빠의 이런 비전을 보고 실망하다 쫒겨나는 장면이 흥미롭다.

진화영(김신록 분) – 이명희


막내딸이 백화점 사업을 물려받는 설정은 이병철 회장의 막내 딸, 이명희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10년 넘게 주부생활을 하다가 어느날 이회장의 부름을 받아 신세계 백화점의 이사가 된다. 극중의 화영과는 달리 운영을 잘했지만, 이회장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미국행을 택한다. 그러나 거기서 월마트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을 벤치마킹하여 국내에 들여와 이마트를 만들어 승승장구한다. 그러다가 IMF 때 매물로 나온 전국의 핵심 상권을 헐값에 사들이며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고, 과감한 투자로 롯데로부터 유통사업 1위 자리를 빼앗기도 한다. 자녀들도 비슷한 시각이 있는지,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유학 이후 스타벅스를 들여와 공전의 히트를 친다. 거대해진 스타벅스는 현재,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의 지분을 미국으로부터 매입하여 신세계에 귀속됐다.

주영일(이병준 분) – 정주영

극중에서 북한 사투리를 쓰는 주회장의 모티브인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실제 고향 또한 북한이다. 부유했던 이병철과는 달리 정말로 밑바닥에서 시작한 사업가로 유명하다. 19세 때 고려대학교 신축건물 공사현장에서 돌을 나르고, 엿 공장에서 일하고, 정미소에서 청소하고 배달을 했다. 극중 진회장의 사업시작은 작은 정미소였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그렇게 쌀을 판매하며 지수성가한 사람은 정주영이었던 것이다.

소 500마리를 끌고 북한을 방문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가 처음으로 했던 말은 “위원장님, 내 첫사랑 좀 찾아주시오” 였을 만큼 로맨티스트이기도하다.

그 중엔 SNS스타도 계신다.

재벌집 막내 아들이 꿈꾼 세상

노사화합으로 생상성이 높아지면 회사에도 이익 아닌가요?

그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정도경영 아닙니까?

상속세 문제를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상속은 본능이라고 생각하니까. 되려 그런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걸 아쉬워 하겠죠.

순양의 모태인 삼성은 창사이래 53년 만에, 불과 넉 달 전에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맺었다. 도준은 노동자의 편에 서고자 했다,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 것이 옳은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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