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랜더>에서 볼 수 있는 친밀함, 신뢰, 동등한 파트너십을 위한 러브신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스트리, 각본, 연출, 주제 의식, 정서 등 당장 꼽을 만한 요소도 많다. 나 또한 다양한 이유로 많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은 러브신 때문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판타지 역사 로맨스 <아웃랜더>다. 작품 자체도 재미있고, 프로덕션 퀄리티도 수준 높으며, 각본, 연출, 연기 모두 훌륭하지만, 이 드라마의 백미는 러브신이다. 웬만한 러브신을 봐도 얼굴을 안 붉히지만 이건 다르다. 모든 러브신 장면이 관습에 도전하는 것 같고, 가끔은 승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웃랜더>는 다이애나 개벌든이 쓴 동명의 로맨스 소설 시리즈에 바탕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종군 간호사로 일한 클레어는 전쟁 후 남편과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갔다가 고대의 돌을 만지며 1734년으로 타임슬립한다. 잉글랜드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스코틀랜드의 한가운데 떨어진 클레어는 하이랜더 제이미에게 구출되며 인연을 맺고, 결혼을 하고 사랑에 빠지며 대서사시급 로맨스를 시작한다. 시즌 4까지 제작된 <아웃랜더>는 시대적, 공간적,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고 원작에 매우 가깝게 각색 팬들의 호응도 얻었다. 하지만 18세기 배경의 다른 역사극과 <아웃랜더>의 차이는 러브신에서 드러난다. <아웃랜더>의 성애 장면은 화면 안팎 모두에서 여성의 관점과 욕망을 고려한다.

팬과 비평가 모두에게 찬사받은 클레어와 제이미의 첫날밤은 이 차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클레어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제이미와 결혼했기 때문에 이 관계에 마음을 완전히 투자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이 신혼방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대화로 서로에게 솔직한 자신을 내보인 것이다. 제이미는 클레어에게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등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의 몸을 상대에게 보여준다. 이때 클레어가 제이미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다부지면서도 상처와 흉터로 가득한 몸을 바라본다. 두 사람이 처음 관계할 땐 결혼도 했고 관계 경험도 있는 클레어가 숫총각 제이미를 리드한다. 제이미가 여성과의 관계에서 처음 절정을 경험할 때 화면은 그의 얼굴만 클로즈업한다.

이날 밤 클레어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몸과 마음의 대화로 제이미와의 관계를 받아들이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이성 간 성애를 그린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중 이 정도로 여성이 적극적이며 여성이 원하는 대로 친밀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러브신은 접하기 어렵다. <아웃랜더>의 각색을 지휘한 작가 로널드 D. 무어가 “드라마 전체의 심장”이라고 부를 만큼, 초야 장면에서 두 사람의 러브신은 결혼, 친밀함, 여성의 주체 형성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날 이후에도 두 사람은 온갖 고난을 겪는다. 하지만 서로의 가장 솔직한 모습까지 확인하며 쌓은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사랑은 역경을 이겨내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아웃랜더>가 보기 드물게 동등한 주체가 참여하는 러브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클레어가 당시보단 진보한 1945년에서 타임슬립한 여성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성의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대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고 대화로 과정을 조율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차오른다. 시즌 5를 기다리는 지금도, 신뢰를 쌓고 동등한 관계를 구축한 파트너가 어떻게 역경을 딛고 삶을 개척하는지, 그 사이사이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속삭이는지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에그테일 에디터 겨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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