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to the 영 to the 우~!!’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 중 하나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우영우(박은빈)가 좋아하는 동물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우영우의 방 벽지와 액자는 물론 메모장에도 빼곡하게 그려진 고래다!
“이 사건은 재미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래 퀴즈 같아요.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
인용한 대사 외에도 우영우는 거의 매회 고래에 대한 TMI를 쏟아낸다. 대왕고래의 대변은 붉은색이라든지, 긴수염고래 400마리는 1년 내내 한 곳에만 머무른다든지, 서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상괭이는 얼굴 모양이 웃는 것 같아서 귀엽다든지 하는 말들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고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고래의 비밀>(2021)를 보면 우영우가 이토록 고래를 사랑하게 됐는지 조금의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고래의 비밀>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24개 장소에서 촬영된 장대한 여정을 통해, 우리는 고래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우리 인간을 닮은 동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단박에 깨지는 건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 덕분이다. <에일리언>,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시고니 위버가 나레이션으로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심연의 생명체를 동경의 눈으로 탐색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초기 작품 <어비스>(1990)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고래의 비밀>에서 그가 풀어가는 고래의 바닷속 신비로운 삶의 모습이 흥미로울 것이다.
<고래의 비밀>은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래들의 문화 속으로 시청자를 초대해 범고래, 혹등고래, 흰고래, 일각고래, 그리고 향유고래까지 다섯 종의 고래가 가진 독특한 의사소통 능력과 정교한 사회적 구조, 그들의 생태를 관찰했다.
시리즈 첫 편인 <범고래 여왕들>은 강력한 여가장 범고래가 독특한 사냥 전통을 후대에 물려주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범고래를 근접 촬영해 그들의 생태를 보여주는데, 범고래들은 본능에 따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선대로부터 이어오는 전통과 부모에게 받은 교육을 통해 협업 사냥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인간을 해친 기록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범고래가 상어만큼 포악한 성격을 가졌다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준다.
두 번째 편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고래 중 하나인 <혹등고래의 노래>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커인 혹등고래도 태어날 때는 작다. 새끼 혹등고래가 가문의 비법을 배워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서 볼만 한 점은 혹등고래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혹등고래들은 초음파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는데, 놀랄만한 점은 바로, 매년 다른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 게다가 매년 정해진 노래는 그 구역의 모든 혹등고래들이 같이 부른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혹등고래가 평소에는 따로 다니다가 1년 중 딱 한 시기에 모여 함께 사냥을 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무리를 지어 공기 버블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공동 사냥에 나서는 혹등고래의 모습에서, ‘따로 또 같이’ 사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세 번째 편은 북극의 심장을 통과하는 흰고래와 일각고래의 이야기를 다룬 <흰고래 왕국>이다. 이 편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유독 인기가 좋은 하얀색 고래 벨루가가 등장한다. 벨루가 역시 1년에 한 번 같은 장소에서 모이는 고래만의 독특한 습성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벨루가들은 이곳에 모여 전혀 이질감 없는 모습으로 소통한다. 또한 길쭉한 뿔이 인상적인 일각고래 떼가 벨루가 무리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서는 고래의 사회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편인 <바다의 거인>은 바다에서 가장 신비롭고 온순한 거구, 향유고래의 다채로운 삶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가장 큰 고래인 흰수염고래보다는 작지만 통상 10m가 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향유고래 역시 무리 생활을 한다. 순하디 순한 모습을 보이는 향유고래를 근접 촬영한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마음이 평안해진다.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자신을 버린 엄마를 만나기 전 우영우가 떠올린 고래의 모성.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우영우가 해결책을 찾아낼 때마다 등장하는 고래. 자폐 때문에 변호사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울해하던 우영우를 위로해 준 고래….
<고래의 비밀>은 아이들에게는 깊은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이야기를, 어른들에게는 각박한 현실 사회에서 잊고 살았던 동심의 회복을 선사한다. 우영우 다음회를 기다리면서 보기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윤상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