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국민의 생명, 국가의 의무
★★★☆
2000년대에 분쟁 지역에서 있었던, 한국인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실제 있었던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지만, 임순례 감독은 오로지 단 한 가지의 질문만 던진다.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인 <교섭>은 외교적 상황과 윤리적 선택과 현실적 타협이 오가는 과정에서, 오로지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차분하고 안정적인 돌파의 힘
★★★☆
동일한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두 인물의 여정을 줄기 삼아 민감한 소재들을 인본주의적 시각으로 돌파해간다. 수많은 딜레마들을 거치면서도 영화의 명제는 흔들림이 없다. 국가는 자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 종교와 믿음을 둘러싼 본질적 질문이나 가치 판단 대신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우선한다. 이 안정성은 <교섭>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으로도 지적할 만하다. 테러 집단의 잔악함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실제 세계의 방식과는 달리 카메라의 윤리적 시선을 최대한 견지한다는 점에서는 감독의 부드러운 듯 단호한 입장이 엿보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소재를 너무 조심하다가, 도리어 소재에 눌린
★★☆
실화 바탕의 논쟁적인 소재를 이토록 무색무취의 드라마로 탈색시킬 수 있다니. 민감한 소재를 시종 눈치 보고 있는 건 보이는데, 그런 부담을 뚫고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와 전개 방법이 효과적이었는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온 국민이 이 사건을 알게 된 이유의 ‘본질’은 (논란을 우려해) 누르고 누르면서, ‘그럼에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직업적 고뇌’만 인류애적으로 풀어놓고 있으니, 역설적으로 소재가 이야기의 전진 가능성을 막아서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황정민과 현빈은 훌륭한 자질로 관객을 설득시켜 온 배우들이지만, <교섭>에선 지난 이력에서 이미 사용한 이미지를 되풀이하는 인상이라 매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