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문을 나서면서 일행과 대화를 나누다가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교묘한 분장 때문에 유명 배우를 전혀 못 알아봤을 때 말이다.
‘레전설’적인 분장 스킬로 도저히 배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던 케이스를 쭉 정리해봤다.
퀴즈 맞추듯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보시길!
루퍼 (2012)
조셉 고든 레빗
<루퍼> 속 과거의 조를 처음 보면 “저 배우 참 조셉 고든 레빗 닮았군” 하게 된다.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분명 다르다. 고든 레빗은 미래의 조를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에 맞추기 위해 특수분장을 감행했다. 분장뿐만 아니라 윌리스의 전작, 습관, 말투 등을 모조리 분석해 따라하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몬스터 (2003)
샤를리즈 테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손꼽히는 그녀. 테론은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로 분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피부를 부러 망가트려 완벽히 워노스의 모습을 구현했다. 이 캐릭터로 2004년 아카데미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명배우로 거듭났다.
트로픽 썬더 (2008)
톰 크루즈
코미디 영화에는 도통 출연하지 않는 크루즈는 벤 스틸러가 연출한 <트로픽 썬더>에서 조연으로 출연해 모든 걸 내려놓았다. 살과 털을 덕지덕지 붙였고, 대머리 가발까지 뒤집어썼다. 그는 그로스맨 역을 맡아 그 이름처럼 탐욕적인 영화 프로듀서를 제대로 보여줬다. 엄청난 수위의 욕설과 엔딩 신의 저질 댄스는… 아악 마이 아이즈 앤 이어즈.
트로픽 썬더 (2008)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으로 단숨에 왕좌를 되찾은 로다주는 차기작으로 벤 스틸러 연출의 <트로픽 썬더>를 택했다. 흑인 연기에 몰두한 나머지 흑인으로 수술해버리는 배우 커크 역이다. 그는 스틸러, 잭 블랙과 함께 영화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며 할리우드 시스템과 베트남 전쟁을 마음껏 조롱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2)
할 베리
어느 누가 오비드 박사를 할 베리라고 단번에 알아맞출 수 있을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베리를 비롯한 톰 행크스, 휴 그랜트, 배두나 등 쟁쟁한 배우진들의 ‘분장쇼’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베리는 오비드 등 총 6개 인물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브래드 피트
이미지 속 피트는 노인이 아닌 아이다. 잘 알려져 있듯 영화는 80세의 외모를 갖고 태어난 아기가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에 관한 이야기다. 피트는 한 남자의 유아기에서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모습을 고도의 분장과 CG를 통해 고스란히 선보였다.
혹성 탈출 (2001)
헬레나 본햄 카터
‘판타지의 황제’ 팀 버튼의 뮤즈답게, 카터는 평범한 모습보단 파격적인 분장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앨리스’의 붉은 여왕, ‘해리포터’의 레스트랭, <빅 피쉬>의 마녀 등 주옥같은 캐릭터가 즐비하다. 하지만 가장 ‘알아보기 힘든’ 경우는 <혹성탈출>의 아리일 것이다. 정답을 알아도 낯설긴 마찬가지다.
블랙 매스 (2015)
조니 뎁
뎁 역시 변신의 귀재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스위니 토드> 등 팀 버튼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만큼 특히 그의 영화에서 변신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큰 파격은 전설적인 갱스터 제임스 벌저 역을 맡은 <블랙 매스>다. 희고 벗겨진 머리와 살기를 품고 다니는 몸짓, 영락 없이 제임스 벌저였다.
폭스캐처 (2015)
스티브 카렐
코미디에 능통한 카렐은 <폭스캐처>에서 웃음기를 완전히 배제한 채 실존인물 존 듀폰을 연기했다. 메부리코를 하고 늘 사람을 내려다보는 듀폰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부모에게 무시당하며 살아온 자의 열등감을 건조하고 날카롭게 전달했다. 완벽 그 자체.
‘해리포터’ 시리즈 (2005~2011)
레이프 파인스
파인스는 2005년 <해리포터와 불의 잔> 이후부터 볼드모트 역으로 시리즈에 참여하면서 보다 넓게 이름을 알렸다. 그의 등장과 함께 시리즈가 어둠의 세계로 들어서는 셈이다. 눈과 입만 도드라지는 볼드모트의 괴이한 얼굴은 시리즈 전반에 위협을 퍼트리기에 충분했다.
엘리펀트 맨 (1980)
존 허트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명배우 존 허트. 그는 당시 ‘컬트영화의 기수’로 불렸던 데이빗 린치의 <엘리펀트 맨>에 출연했다. 다발성 신경섬유 종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존 메릭은 사람의 형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비참한 나날을 살아간다. 늘 머리에 자루를 쓰고 다니지만 그의 내면에 터질 듯한 감수성은 도무지 가려지지 않았다.
팬 (2015)
휴 잭맨
<팬>의 검은수염 역시 정답지를 가려놓는다면 이 배우가 휴 잭맨인지 도통 알아차리기 어렵다. 우선 그가 악인을 맡는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피터팬’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에서 그는 후크보다 더 후크선장 같은 모습으로 피터팬의 꿈과 여정을 방해한다.
‘헬보이’ 시리즈 (2004~2008)
론 펄먼
론 펄먼은 대체불가능의 배우다. 그는 ‘개성’이라고 쓰여진 얼굴과 풍채 덕에 수많은 몬스터 역을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해왔다. 헬보이 역을 펄먼이 맡는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온몸을 시뻘겋게 칠하고 이마에 뿔 자국만 새겨도 완성이니까. 시리즈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해 더 이상 펄먼의 헬보이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대니얼 크레이그
대니얼 ‘본드’ 크레이그는 <깨어난 포스> 속 스톰트루퍼 카메오로 참여했다.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만나는 스톰트루퍼가 바로 그다. <007 스펙터> 촬영장과 <깨어난 포스> 촬영장이 가까워서 성사된 깜짝 카메오라고 한다.
서스페리아 (2017)
틸다 스윈튼
백지장 같은 얼굴로 별별 변신을 다 소화했던 스윈튼은 개봉예정인 <서스페리아>에서 생애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얼마 전 공개된 촬영현장에서 스윈튼은 어느 모로 보나 노인 남성의 행색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그는 ‘마담’ 블랑 역을 맡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캐릭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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