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영화] 아저씨와 소년이 함께 보낸 유쾌한 여름 이야기 <기쿠지로의 여름>



아래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정민 DJ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기쿠지로의 여름 
Summer Of Kikujiro, 1999
감독 기타노 다케시
주연 기타노 다케시, 세키구치 유스케

00:0004:57

여름 햇살 가득한 골목길. 
아까부터 한 남자와 소년이 서성이네요. 
여름방학을 맞아 마사오는 엄마를 찾아 나선 길입니다. 
 
시골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마사오.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다 산으로, 바다로 놀러 가는데 
마사오만 갈 곳이 없습니다.

어느 날, 먼 곳으로 돈을 벌러 가셨다는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 
무작정 엄마를 찾아 나서는데 
친절한 옆집 아줌마는 
혼자는 위험하다며, 남편의 등을 떠미시네요.

그렇게 걱정 많은 아홉 살 소년 마사오와 
쉰둘의 철없는 어른 기쿠지로는 뜻밖의 동행이 됩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보호자이지, 
이 아저씨,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전직 야쿠자 아니랄까봐 
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털어 
경마로 여행 경비를 다 날리지 않나, 
장애인인 척, 차를 얻어 타자고 부추기질 않나,

수영은 자신 있다며 큰 소리를 뻥뻥 치더니, 

웬걸요… 
다 큰 어른이 튜브를 끼고 퍼덕거릴 때는 
등에 새겨진 문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 곧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걸요 !
기쿠지로 아저씨도 들뜬 마음으로 주소에 적힌 집으로 향합니다. 

그때입니다.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나오네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엄마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물놀이를 떠나는 부녀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엄마.

당황한 기쿠지로는 마사오를 돌아봅니다. 
고개를 푹 숙이는 마사오…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네요.  

잠시 후 가까운 바닷가. 
드넓은 백사장에 마사오가 던져진 듯 홀로 앉아 있습니다. 
아이 곁으로 다가온 아저씨는 애써 담담한 듯 말하죠. 
 
“알아봤는데.. 네 엄마는 이사를 갔다더구나.
대신 네가 오면 주라고 이걸 남기셨어.“ 

천사 모양의 작은 종을 건네는 아저씨. 
실은 방금 전, 
동네 폭주족에게서 뺏은 거지만 말이에요.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종을 울리면 천사가 와서 도와준대.
자, 한번 흔들어 보렴.”

아저씨의 말에 딸랑, 종을 울리는 마사오. 
 
기다려도 천사는 오지 않지만 
마사오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마냥 철없어 보이던 아저씨가,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위로하고 있다는 걸..

“자, 그만 가자.”
마사오는 달려가 아저씨의 손을 잡습니다. 
서로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 
두 사람의 긴 그림자 뒤로 딸랑, 천사의 종이 울립니다. 

기쿠지로의 여름

감독
기타노 다케시

출연
기타노 다케시, 세키구치 유스케

개봉
1999 일본

상세보기


[내 귀에 영화]는 매주 수요일 아침 네이버 영화판에 업로드되며, KBS해피FM <음악이 있는 풍경, 이정민입니다>의 에세이 코너인 <영화가 있는 풍경>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전문 라디오프로그램 <음악이 있는 풍경, 이정민입니다>는 매일 낮 11시, 수도권 주파수 106.1MHz KBS해피FM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cinemakbs1061

Must Read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