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을 맡은 샘, 어쩐지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난 것 같네요. 여덟 살 선수들을 꼭 닮은 천진한 미소로 귀를 만졌다, 코를 만졌다, 열심히 사인을 보내는 샘.
그의 앞에 선 한 소녀도 열심히 사인에 응합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에 앙증맞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루시. 샘과 루시가 마주보며 활짝 웃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루시”라는 비틀즈의 노랫말처럼 그래, 루시, 넌 정말 빛나는 아이였지.
샘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만지면 부서질 듯, 작디작은 루시를 처음 안은 그 순간을…
그리고 루시, 너와 함께 한 순간순간,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행복이었지.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요. 마냥 행복하던 둘의 세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일곱 살 지능을 지닌 아빠와 아빠보다 더 많이 알게 되는 게 두려워진 어린 딸. 결국 루시는 보호기관에 맡겨지고 법원은 끊임없이 샘에게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묻지요.
“똑똑하지 않은 당신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나요?” “루시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지 않나요?”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샘은 진심을 다해 항변합니다.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은 아버지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좋은 부모란 한결같아야 하며 기다릴 줄 알고,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난 루시를 사랑해요.”
경쾌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루시는 요리조리 잘도 뜁니다.
관중석에는 샘의 변호사에서 이젠 친구가 된 리타, 루시의 후견인이 되어준 양부모도 보이네요. 그저 내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혹은 내가 더 좋은 걸 줄 수 있었다고 믿었다던 이들. 그들도 이젠 압니다. 샘만큼 루시를 사랑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샘은 누구보다 좋은 아버지라는 걸.
그때 루시가 골을 넣었습니다. 와– 하고 환호하는 사람들. 심판인 것도 잊은 채, 샘은 루시를 번쩍 안고 운동장을 돕니다.
아빠와 딸 – 활짝 웃는 미소가 꼭 닮았네요.
[내 귀에 영화]는 매주수요일 아침 네이버 영화판에 업로드되며,KBS해피FM <음악이 있는 풍경, 이정민입니다>의 에세이 코너인 <영화가 있는 풍경>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 전문 라디오프로그램 <음악이 있는 풍경, 이정민입니다>는 매일 낮 11시, 수도권 주파수 106.1MHz KBS해피FM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cinemakbs1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