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영화 <라라랜드>를 글로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낱말일 것이다. 홍보 포스터에는 아예 “마법 같은 영화“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라라랜드>에 만점을 준 영화평론가 이동진도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극찬했다. 이 마법의 순간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의 첫 장면, 도무지 길이 뚫길 것 같지 않은 도로 위 정체 현장에서 모두가 차에서 나와 노래하는 순간부터 마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모두가 ‘역대급‘ 뮤지컬 오프닝이라 극찬하는 이 장면은 3개월간의 연습과 리허설을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마치 원테이크처럼 보이기 위해 다중 카메라가 동원됐고, 100명이 넘는 무용수가 이 장면을 위해 함께했다. 이 마법 같은 신을 더 돋보이게 하는 건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다. 사운드트랙의 첫 곡이기도 한 ‘Another Day Of Sun’은 마법 같은 멜로디로 뮤지컬 형식의 노래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영화에 빠지게 만든다. 영화의 마법이고 음악의 마법이다.
<라라랜드>를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늘 이런 음악의 마법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왔다. 다미엔 차젤레란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전작 <위플래쉬>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두 영화 이전에 역시 젊은 재즈 음악가를 모습을 담은 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것이고 진지한 것이다. 음악이 얼마나 숨 막히도록 치열할 수 있는지 두 명의 돌 아이를 등장시켜 <위플래쉬>에서 보여줬고, <라라랜드>에서 재즈의 위대함을 설명할 때만큼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역시 어쩔 수 없는 설명충이 된다. “그럼 케니 지는?”이라 묻는 미아(엠마 스톤)에게 재즈는 그런 게 아니라며 답답해하는 세바스찬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음악은, 특히 재즈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에겐 너무나 특별한 존재다. <라라랜드>는 <위플래쉬> 이전에 이미 각본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즈와 뮤지컬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의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웠고 애써 구한 투자자들은 세바스찬을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닌 로커로 바꾸길 원했다.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들의 요구대로 따랐다면 당연히 사운드트랙을 구성하는 음악 역시 재즈와 뮤지컬 대신 록이나 팝이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처음의 구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고집 덕분에 “마법 같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 옆에서 그 고집을 도운 이는 영화음악을 담당한 저스틴 허위츠다. 대학에서 처음 만난 둘은 함께 밴드 생활을 했고, 지금처럼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영화음악을 맡을 만큼 음악적 폭도 넓었다.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와 <위플래쉬>의 영화음악 역시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꼬박 2년 동안 만들었다는 멜로디들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보았던 별들만큼이나 영화 안에서 반짝인다.
영화의 마지막,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가정해서 보여주는 장면은 (관객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엔딩 장면과 함께하는 ‘Epilogue’는 영화의 여운과 함께 저스틴 허위츠가 <라라랜드>를 위해 만든 곡들의 총망라라는 느낌으로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가득 담았고 이를 자연스레 드러낸다. 서두에 언급한 영화의 첫 장면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1963)을 참고했다 밝혔고, 그 밖에도 <사랑은 비를 타고>, <밴드 웨곤>, <쉘부르의 우산> 같은 고전들이 언급된다. 지금의 새로운 세대는 이 고전들만큼이나 오래도록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새로운 뮤지컬 영화를 갖게 됐다.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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