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파괴 멈춰! 버려진 곰돌이 푸의 복수극이 나온다?

세월의 변화는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스테디셀러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할리우드에선 이런 동심 캐릭터를 파괴하는 영화가 예고돼 많은 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영화가 어떤 캐릭터를 ‘재탄생’시키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을까. 2023년부터 시작될 동심 파괴 영화 행렬을 미리 만나보자.


곰돌이 푸 보고 들어온 사람들 갑분싸 시킨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 포스터

이 동심 파괴 행렬의 신호탄을 쏜 건 몇 개월 전 예고편을 공개한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피와 꿀)다. 처음 발표될 때만 해도 곰돌이 푸가 나오는 저예산 영화 정도로 추정됐는데, 포스터가 공개된 후 경악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우리가 아는 유들유들한 이미지의 푸는 어디 가고 담배 골초에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 같은 푸가 망치를 든 채 포스터에서 모습을 보였기 때문.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

후 공개된 스토리는 더 가관이다. 곰돌이 푸의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이 대학생이 되면서 푸와 친구들은 잊히고, 성장한 푸와 피글렛이 ‘야생’으로 돌아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곰돌이 푸 캐릭터만 가져온 게 아니라 나름대로 원작과 이어지는 설정이란 점이 한층 더 무시무시하다. 심지어 크리스토퍼 로빈이 공격당하는 장면이 예고편에서 묘사되니, 일종의 복수극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의 푸(왼쪽)와 피글렛

이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한 사람은 리스 플레이크-워터필드(Rhys Frake-Waterfield). 2014년 단편을 빼면 2022년부터 B급 공포영화를 내고 있는 신예 감독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 나름대로 포부가 엄청나다. ‘곰돌이 푸’만이 아니라 이번에 판권이 만료되는 다른 캐릭터까지 발 빠르게 동심 파괴의 첨병으로 제작할 것임을 밝히고 있으니까.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

감독

리스 플레이크-워터필드

출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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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상한 공포 영화가 가능한 이유

플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의 ‘큰 그림’을 보기 전,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퍼블릭 도메인’이다. 퍼블릭 도메인은 글자 그대로 ‘공공저작물’을 뜻하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가마다 조금씩 상이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최초 공개일로부터 95년이 지나거나 작가 사후 70년이 지난 작품들을 떠올리면 된다.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나 각종 클래식 음악 등등. 흔히 고전하면 연상되는 작품은 퍼블릭 도메인인 경우가 많다. 영화사도 100년이 넘었기에 초기 영화들(예를 들면 <오즈의 마법사> 같은)이 퍼블릭 도메인에 속한다.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왼쪽)이 아닌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무작정 오래됐다고 다 퍼블릭 도메인이 되는 건 아니다. 아주 고전이더라도 누군가 그 작품의 저작권을 취득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공연을 하는 경우는 그 결과물에 저작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가 퍼블릭 도메인인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 그 음악 자체의 저작권은 없어도 해당 공연에 대한 지적 저작권이 생기기에 함부로 공연 영상을 공유하면 안 되는 것이 구체적인 사례.

플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이 노린 것이 바로 원작의 퍼블릭 도메인이다. ‘곰돌이 푸’, ‘피글렛’, ‘크리스토퍼 로빈’ 세 캐릭터는 1926년 발행된 동화책에서 첫 등장했다. 즉 올해, 원작 소설이 최초 발행으로부터 96주년을 맞이하면서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된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디자인한 모습을 그대로 쓰는 건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게 저작권이 있어 안되지만, 세 캐릭터를 나름대로 변화를 줘서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플레이크-워터필드는 이 부분을 활용해서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외에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된 다른 영화들도 기획하고 있다. 바로 ‘피터팬’과 ‘밤비’다.


네버랜드의 악몽? 피터팬 



1911년 「피터와 웬디」에 수록된 피터팬 삽화

먼저 전해진 두 번째 동심파괴 영화는 <피터팬스 네버랜드 나이트메어>다. 제목에서 바로 드러나듯 피터팬과 피터팬에서 그려지는 환상의 공간 네버랜드가 배경이다. 현재까지는 “아마도 이런 걸 만들 것 같다” 정도로 언급됐기에 정확한 내용은 없지만, 여러 작품에서 이미 각색되고 만들어졌던 ‘피터팬’이기에 더 쎈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 당장 인터넷에 ‘피터팬 괴담’이라고 검색해도 다양한 창작물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은 네버랜드와 피터팬의 아름다움에서 상상을 자극하는 공포를 찾고 있으니 플레이크-워터필드가 어떤 기획을 가지고 올지 궁금하긴 하다.


사람 잡는 사슴, 밤비



광견병에 걸린 개를 소재로 한 <쿠조>.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플레이크-워터필드가 제작한다고 밝힌 또 하나의 동심파괴 영화는 <밤비: 레코닝>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밤비’에서 영감을 가져온 작품으로, 현재 공개된 스토리는 밤비가 난폭하게 변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괴물이 된다는 것. 우리가 기억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도 오스트리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이 소설이 퍼블릭 도메인 됐기에(1923년 출간) 이런 괴상한 각색이 가능한 것이다. 국내 몇몇 매체는 이 작품을 ‘밤비의 리메이크’라고 설명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당연히 리메이크는 아니고(그랬다가는 디즈니 법무팀과 진한 면담이 예정될 테니) 원작 소설을 활용한 제2의 영상화라고 보는 것이 옳다. 플레이크-워터필드는 밤비가 광견병에 걸려 살인을 저지르는 짐승이 되는 것으로 묘사할 예정이라고.


사람 구하기 위해 피투성이 되는 산타클로스



<바이올런트 나이트>

지금까지 설명한 ‘플레이크-워터필드 유니버스’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공개할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조차 내년에야 공개 예정이다. 그래서 현재 공개된 동심파괴 영화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영화 <바이올런트 나이트>는 용병 집단이 한 가족의 저택에 침입했을 때, 하필 그 집에 들른 산타클로스의 혈투를 그린다. <기묘한 이야기>로 유명한 데이빗 하버가 산타클로스를 맡아 용병들을 혼내주는 역할인데, 정의로운 산타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피범벅이 될 정도로 싸우는 산타여서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선물주머니가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등, 진짜 산타클로스의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져왔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와 동심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온갖 영화에서 연쇄살인마나 정신이상자의 위장 신분 등등 뒤틀린 캐릭터로도 자주 묘사됐다. <바이올런트 나이트>는 크리스마스를 지키는 산타클로스라는 본질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R등급 수준의 유혈낭자로 채웠다는데. 데이빗 하버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 인기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앞서 설명한 영화들처럼 완전 B급 영화는 아닌지라 존 레귀자모, 비벌리 단젤로, 캠 지갠뎃 등 익숙한 얼굴들도 출연한다. 북미, 영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선 연말 시즌을 노려 개봉했는데 한국은 아직 개봉 소식이 없는 점이 아쉽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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