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시그네> 등 1월 둘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관종의 시대에 경종 울리는 블랙 코미디 
★★★☆
남들보다 더 튀어야 사는 시대에 웬만한 행동으로는 주목받기 어렵다. 예술가 남자친구의 도벽 장난에 맞장구치는 정도였던 시그네의 돌발 행동은 우연히 목격한 사고와 남자친구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관심 끌기로 치닫는다. 영화는 거짓말과 술수로 점철된 문제적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현시대를 따끔하게 풍자한다. 시그네가 자멸하는 과정을 서서히 그리고 잔혹하게 보여주되 명료한 촬영과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 등으로 블랙 코미디를 유지하는 연출 감각이 놀랍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맨 온 더 문
★★☆
조석의 원작 웹툰 <문유>가 지녔던 나름 시크한 느낌을 기대하진 마시길. 중국에서 영화화한 <문맨>은 각색 과정에서 신파적 요소를 강화하고, 블록버스터 느낌을 위해 스펙터클을 과시하듯 드러낸다. 이 부분은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이나 대작 영화들이 지닌 취약점과 연결되는데,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서사의 재미는 따라가지 못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또 하나의 학교
★★★
성미산 공동체 마을의 ‘도토리 방과후 학교’ 교사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마을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학교를, 관객들은 만나게 된다. 많은 교육 관련 다큐들이 그렇듯,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역시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러한 교육을 위해 적절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마을 방과후 교사들이 겪는 쉽지 않은 현실이 이 다큐의 테마다. 아쉬운 것은 전체적인 구성이 조금은 산만하다는 것. 좀 더 문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자들을 바라본다
★★★
교사지만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성미산마을의 공동육아협동조합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들이다. 부부 사이인 박홍열 촬영감독과 황다은 시나리오작가는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현실과 돌봄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 장면 못잖게 여러 번 등장하는 교사들의 회의 장면은 이들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돌봄 문제 해결만큼이나 중요한 돌봄 노동의 가치,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인식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삶과 운명 그리고 행복
★★★
어릴 적부터 무속인의 삶을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결코 평범한 삶을 살지 않은 주인공이지만, 박혁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특별하고 기구한 인생 속에서도 ‘행복함’을 찾으려는 인물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긴 세월 동안 인물과 동행했고 그만큼 숨겨진 사연도 많은 다큐멘터리이기에, 시간의 힘이 주는 감동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수진 보살’ 권수진이 지닌 개성과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문득 ‘잘 사는 것’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다큐.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무녀 이야기 
★★★
무녀 권수진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어린 시절에 신내림을 받고 무녀가 되었지만 평범한 삶을 꿈꾸는 그의 사연을 7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무속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부터 학업과 무속일을 병행하는 대학생 시절까지, 주인공의 일상을 관찰하며 성장 다큐 형식으로 풀어낸 접근법이 돋보인다. 운명과 선택에 관한 고민과 더불어 20대인 주인공을 통해 무속을 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왕자의 동화
★★☆
서구의 동화 대부분이 공주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살짝 비튼, 왕자가 주인공인 동화다.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는 ‘매력의 저주’에 빠진 프린스 차밍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프러포즈와 저주를 푸는 키스를 여성 캐릭터에게 맡김으로써 기존 동화의 성 역할을 뒤집는다. 로맨스와 함께 액션의 요소도 강하며,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음악이 매력
★★★
애니메이션에서 공주 동화 다시 쓰기, 역할 바꾸기는 이제 자리 잡은 추세다. 그렇다면 스토리, 캐릭터 말고도 특별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이 애니메이션이 내세우는 건 음악이다. 동화를 비튼 내용과 매력이 넘치는 저주에 걸린 왕자 캐릭터도 흥미롭지만, 도둑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레노어를 비롯해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배우 겸 가수들이 들려주는 노래가 인상적이다. 실력 발휘에 나선 이들이 극의 즐거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