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그림자의 욕망, 빛의 마음
★★★☆
정치 드라마의 외피를 입었지만 본질은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같은 곳을 보며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이들의 믿음과 반목, 대의명분과 비열한 전략의 세계가 맞부딪친다. 감독이 자신의 전작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연장선상에서 관계와 마음의 역학을 파고드는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는 것. 기꺼이 자기 자신을 전부 걸어볼 만한 일인 동시에 가장 비참해지는 순간 역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그 본질은 결국 이 영화의 대전제인 빛과 어둠의 영역에 있다. 모티프가 된 실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뭉근한 불과 예리한 얼음 같은 설경구와 이선균의 조화 역시 근사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그림자가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빛의 위력
★★★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킹메이커>는 정치의 드라마틱한 측면보다는 인물들의 관계에 더 주목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도 가리지 않는 서창대와 목적이 대의에 앞서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김운범에게 뒤따르는 이상과 현실의 대립, 빛과 그림자의 각축은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영화의 주제를 더욱 선명히 한다. 영화는 대선을 앞둔 현재, 어쩔 수 없이 정치현실이 소환되는 상황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정치인들의 상투어에 담긴 무게를 짊어졌던 이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명과 암을 동시에 품은 요소요소들
★★★
변성현 감독이 전작 <불한당>에서 보여준 전술을 다시 한번 구사한 영화다. 전술은 관계성–브로맨스다. 두 남자의 신념 차이가 만들어내는 감정 그래프가 흥미롭고,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탐구와 스타일도 괜찮다. 그러나 메시지가 예상 가능한 선에서 교과서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고, 빛과 그림자를 적극 끌어안은 조명 역시 상징성 면에서는 탁월하나 너무 노골적으로 두 남자의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때에 따라 투박하다는 느낌을 안기기도 한다. 인물들의 행동에 비해 감정이 덜 입체적으로 다뤄지면서, <불한당> 때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을 많이 안기지는 못한다. 만듦새가 모자라서 아쉬운 영화라기보다는, 조금 더 좋을 수 있는 부분들이 눈에 밟혀서 아쉬운 쪽. 물론, 이렇게 만들기도 쉽진 않다. 기계적으로 찍어낸 장르물과는 확실히 다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주제와 스타일이 뚜렷한 정치 드라마
★★★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전략가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 1960~1970년대를 무대로 한 시대극이면서 한국 현대 정치사에 빛과 그림자로 남은 두 인물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장르 영화의 매력을 내뿜는다.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오프닝 시퀀스, 일사불란하게 설계된 촬영, 조명, 미술의 조화가 극적 재미를 견인한다. 스타일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보니 연기가 가려질 법도 한데, 설경구와 이선균 그리고 조우진은 연기 귀재들답게 새로운 인장을 새긴다. 대선 시즌에 개봉해 시의적절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