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일상과 죽음
★★★☆
장률 감독의 연출부와 제작부를 거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와 <후쿠오카>(2019)의 프로듀서였던 오세현 감독의 첫 장편. 그런 만큼 스승인 장률 감독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대학 동창인 철수의 부고를 듣고 사장(윤제문)과 후배(김태훈) 그리고 은주(김지성)는 함께 조문을 간다.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간단한 스토리지만, <우수>의 진짜 이야기는 느슨하게 연결된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톤의 아우라이며, 여기엔 ‘죽음’이라는 테마가 일상 공기 속을 떠돈다. 조금은 낯설지만 매력적인 여행 같은 영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과거를 더듬어가는 여정
★★★
대학 후배의 부고를 듣고, 그의 빈소가 있는 광양까지 동행하게 된 세 중년 남녀의 로드무비. 이렇다 할 이야기는 이 짧은 로그 라인이 다인데, 인물들이 사소하게 내뱉는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대사들이 겹치면서 삶의 의미와 지나간 순간들을 노출한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남자(윤제문)가 꾸는 ‘이상한 꿈’과 빈 액자에 채워진 흡사 영정 사진 같은 남자의 얼굴은 진짜 죽은 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꿈과 현실, 진실과 거짓,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인 듯한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장률 감독과 오랜 시간 작업해 온 오세현 감독의 데뷔작으로 스승이자 동료인 장률을 향한 존경과 장률로 인한 영향이 모두 감지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핍진한 삶을 추동하는 힘
★★★
운영하던 사진관을 정리 중인 남자에게 대학 후배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남자는 후배 두 명과 함께 빈소가 있는 전남 광양으로 향한다. 영화는 남자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출발해 남자의 과거와 관련된 두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담담한 로드무비처럼 보여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부터 평범한 인물들의 돌발 행동과 진실 게임 같은 대화, 극의 흐름을 환기하는 효과가 더해져 미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