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카탈루냐 지역의 여름 한철을 겪어내듯
★★★☆
풍요로운 여름의 계절감 안에서 성실하게 수확한 개인과 가족의 풍경들. 성장과 상처, 갈등과 근심이 단단하게 여문 복숭아 같은 모양으로 영글어 있다.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는 것들, 시대가 놓쳐버리고 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노스탤지어가 물씬한 작품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정서가 바탕에 놓인 가운데, 생산물로부터의 착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이 이야기와 무리 없이 얽혀드는 방식 역시 좋은 편. 인물들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여름 한철을 겪어낸 듯한 실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
★★★☆
카탈루냐의 찬란한 태양을 머금은 채 3대가 함께 복숭아를 딴다. 언뜻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 같지만 솔레 가족의 여름은 위기의 연속이다. 복숭아 수확이 끝나면 땅을 잃게 될 것이고, 집은 태양광 패널에 포위되고 있다. 이는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솔레 가족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땅을 헐값에 사들이는 대자본에 무력하고, 농부들은 애써 키운 복숭아를 제값 받기 위해 시위에 나서지만 대기업이 꿈쩍할 리 없다. 신자유주의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지워버린 무수한 솔레 가족은 여기에도 있고, 거기에도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다시 오지 못할, 그러나 사라지지 않을 그해 여름
★★★☆
계절의 냄새, 삶의 냄새, 지나온 과거 시절의 냄새가 시종 나풀거리는 영화다. 긴 세월 뿌리가 돼 온 땅에서 내쫓길 위기에 놓인 3대 대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에 맞서는 모습을 통해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것을 추억하고 아쉬워한다. 다시 여름은 오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여름의 풍경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예감한 마을 사람들의 연대가 쓰린 가운데 묘한 위로를 안긴다. 삶은 그럼에도 계속되리라는 위로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대가족의 여름
★★★☆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성장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2018)으로 인상적인 데뷔작을 완성한 카를라 시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전작에 이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을 배경으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특정 인물에 무게를 두지 않고 할아버지부터 어린 손녀까지 가족 구성원을 모두 아우르는 세심한 연출, 전작에서 시선을 확장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삶을 다룬 점이 돋보인다. 감독의 뛰어난 역량이 빛나는 가족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