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등 12월 넷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영화에
★★☆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웅>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즉 원작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 안중근 의사와 독립투사들의 결의를 담아낸 스코어들은 단단하며 이를 탁월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힘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도 지적되었던 스토리라인의 허술함은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또 뮤지컬 <영웅>의 무대 연출이 영화적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무대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했던 것과 달리 원작을 영화로 가져오면서 해당 장르의 강점을 살리는 연출이 부재한 점은 아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충분히 끓어오르진 못한
★★★
14년간 안중근을 연기해 온 관록의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가 주는 안정감, 기대치를 훌쩍 넘는 김고은의 가창력, 그리고 노래엔 기술과 기교만으론 담아낼 수 없는 애틋함이 있음을 단 한 번의 스코어로 입증해버리는 나문희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라이브 현장 녹음 방식을 채택한 덕에 가사와 노래 사이 사운드 ‘튕김’도 덜하다. 그러나 유머 코드가 (이전보다 덜하긴 하나) 소재가 지니는 무게감과 충동을 일으키는 구간이 있고, 신과 신 사이의 유기적 결합이 덜컥거리면서 감정적 터치가 기대만큼 끓어오르진 못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적으로 풀어낸 안중근의 삶
★★★
동명 원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 작품. 윤제균 감독의 연출작답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 영화로 거듭났다. 여백이 많아진 무대를 규모감 있게 채우면서 인물 묘사나 편곡 등 영화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반적으로 한국판 <레미제라블>을 표방하는데 윤제균식 유머가 비장한 안중근의 이야기와 만나 완벽한 화음을 이루지는 못한다.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등 노래와 연기로 울림을 전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다채롭고, 원작의 유명한 뮤지컬 넘버들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비키 크립스의 연장전
★★★☆
온몸과 머리를 짓누르는 코르셋과 긴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수선하려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이, 정자세 그대로 박제되는 초상화에서 뛰쳐나와 셀룰로이드 영상 필름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엘리자베트의 인서트 컷과 포개져 흐른다. 19세기를 살다간 여성의 이야기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적인 규격 안에서 싸우고 있는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팬텀 스레드>에서 주체적이고도 꼿꼿한 여성의 지위를 획득했던 비키 크립스의 연장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비극적 삶을 다시 묻다 
★★★☆
인기 뮤지컬, 넷플릭스 드라마, 최근에는 전시 등을 통해 재조명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 그의 삶을 다룬 기존 작품들이 아름다운 황후의 러브스토리를 내세운 시대극, 역사극에 가까웠다면, 이 영화는 철저히 엘리자베트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인물극이다. 전기 영화와 다르게 그와 관련한 일화를 허구적으로 재구성, 재해석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비상하는 인간의 의지를 독특한 서정으로 그렸다. 전형성을 탈피한 비키 크립스의 연기가 곧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따뜻한 황홀경
★★★☆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유리, 그가 존경하는 러시아 우주 비행사는 유리 가가린, 소년이 사는 곳이자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딴 파리 외곽의 주택단지 가가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우주를 이룬다. 재개발 단지에 살면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를 우주 배경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황홀하게 연출했다. 동명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한 SF영화로 공동 연출을 맡은 파니 리에타르, 제레미 트로윌 감독은 희망의 가치와 연대의 힘을 그들만의 영상 언어로 표현해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겨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귀환 
★★☆
2013년부터 겨울방학 시즌마다 찾아오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각색한 애니메이션으로 시리즈마다 주인공 소녀 겔다와 눈의 여왕을 비롯해 친구들이 각양각색 모험극을 펼친다. 5편에선 눈의 여왕의 딸인 아일라 공주가 새롭게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고, 시리즈의 단골 캐릭터 트롤이 이번엔 귀여운 꼬마 3총사로 분해 웃음을 담당한다. 겔다와 주요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5편의 악당인 얼음 정령들에 맞서 싸우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