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전편을 압도하진 않지만 여전히 놀라운 황홀경
★★★☆
제임스 카메론이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놀라운 상상력의 길이다. 다만 기술적 황홀경에서 오는 충격적 감흥은 전편을 압도하긴 어려운 듯하다. 바다는 전편의 숲과 비교해 큰 차이가 느껴지는 좋은 배경이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수중 풍경이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라는 인상은 의외로 옅다. 그보다는 감독의 예전작인 <타이타닉>이나 고전 <모비딕> 같은 작품이 먼저 연상되는 편. 가족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한 서사는 보편적이거나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집단을 지키려는 부모, 그들을 넘으려고 시도하거나 그처럼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성장을 중심에 놓은 선택 덕분이다. 시각적 스펙터클이 중요한 관객이라면 190여 분의 시간을 할애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야기의 빈 공간을 채우는 비주얼
★★★★
전작 <아바타>가 모션캡쳐 기술과 CGI로 만들어낸 나비족이 얼마나 진짜 같은지 뽐냈다면 <아바타: 물의 길>은 기술을 자랑할 필요조차 없어진 수준이다. 아예 나비족을 캐스팅해 찍은 실사영화 같은 비주얼은 시네마가 아닌 어드벤처 체험관으로써 영화관의 가치를 모색한다. 반면에 이야기는 전작과 거의 차이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다소 지루한 편. 숲을 떠나 바다에 정착해야 하는 설리 가족의 적응기는 지구인 설리가 보여준 나비족 적응기를, 설리의 아들이 떠돌이 툴쿤과 교감하는 과정은 설리가 토루크 막토로 새로 태어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벌였던 인간의 악행 역시 반복되는데 <아바타: 물의 길>에 이르러 더욱 악랄해졌다. 바다생물 툴쿤에게서 노화방지물질을 뽑아내기 위한 사냥은 지구의 고래잡이와 겹치면서 지구의 착취자인 인간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극장이 머금은 최상급 미끼
★★★★☆
현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의 기술력. 영화가 그려내는 3D 황홀경과 세계관은 이미 한차례 경험한 것이기에, 이전처럼 대다수 대중의 얼을 강하게 빼놓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끝내주는 ‘영화적 체험’을 하고 있다는 충만감을 안기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완성도 높다’와 ‘완벽한 수준’이다는 엄연히 다른데, <아바타: 물의 길>은 완벽한 수준의 영상미를 보여준다. 192분 동안 아낌없이! 다음 시리즈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품인 만큼, 풀리지 않은 인물 서사가 있고 그로 인해 이야기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지만 그래서 또 다음 편이 궁금해지기도. 극장, 이왕이면 3D, 관람이 필수다. OTT에 풀리면 보겠다는 건 활어회를 냉동 보관해 뒀다가 먹겠다는 의미의 다름 아니니 말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제임스 카메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13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판도라 행성에서 얼마나 더 새로운 볼거리와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아바타> 세계의 조물주 제임스 카메론은 판도라의 바다로 방향키를 돌려 또 한 번 놀라운 볼거리를 안기면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인류가 걸어온 길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는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의 눈물이 흐르다가, 인간의 어리석음에 탄식의 눈물을 훔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2편은 제임스 카메론이 최신 기술에만 경도된 창작자가 아니라는 것과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최전선에 선 개척자라는 확신을 준다. 더불어 극장의 존재 이유까지 증명하는 거장의 야심작을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기쁨까지 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