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지도
★★★★☆
이 영화의 카니발리즘을 기괴한 소재로만 치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는 평범한 미래를 꿈꿀 수 없고 자기 자신을 혐오하기를 멈출 수 없는 모든 이들의 사연을 은유한다. 머물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야 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로드무비의 형식과 탁월하게 조응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고난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부여받은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작품이 품은 비극성과 고독의 농도는 남다르다.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욕망, 거부할 수 없이 육박해오는 감정을 다루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특기는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택하는 성장 서사이기도 한 이번 이야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일견 잔혹한 핏빛 이미지 속, 살과 뼈 아래 생생하게 뛰는 심장의 박동을 감각하게 하는 영화. 그 움직임이 사랑을 향하고 있음을, 결국 사랑이 모든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할지 모른다는 순진함을 다시 한번 믿고 싶어진다. 이것은 가장 궁극의 멜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는 것
★★★☆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를 찾아 나선 길에서 매런(테일러 러셀)은 자신처럼 식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이 ‘이터’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이터인 리(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하며 이터로, 사랑을 원하는 자로 성장해나가는 매런. 영화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에게서 사랑이라는 보편성을 발견하고 기어코 몰입하게 만든다. 식인은 매런과 리의 사랑을 지켜보는 데 있어 장애물이자 촉매제가 되는데, ‘이터’들의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절대적인 고독은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매런과 리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갈망을 충족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잔혹한데 황홀하구나. 형용모순의 납득
★★★★☆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것. 이것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올리버(아미 해머)와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루카 구아다니노와 티모시 샬라메가 다시 만난 <본즈 앤 올>은 더 나아간다. 리(티모시 샬라메)는 매런(테일러 러셀)에게 말한다. “나를 먹어 줘. 뼈와 모든 걸”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나의 뼈와 살을 진짜로 삼켜 달라는 부탁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것은 ‘절절한 사랑 고백’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섬뜩한 말이 사랑 고백이 되는가. <본즈 앤 올>은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영화다. ‘당신이라는 타인’과 ‘당신에게 타인인 내’가 하나가 되어 가는 여정. ‘식인’이라는 소재 때문에 지레 겁먹을 사람도 있겠지만, 고개 돌리지 않고 이들의 여정에 동행한다면 리의 저 나지막한 말이 당신을 먹먹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뇌게 되지 않을까. <본즈 앤 올>, 러브 이즈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