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 등 2월 첫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애프터썬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 여름의 추억
★★★★☆
2022년 전 세계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서른 살 아빠 캘럼과 열한 살 딸 소피가 함께 보낸 어느 여름 휴가에 대한 추억인데, 기승전결의 극적 구조가 있거나 친절하게 설명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샬롯 웰스 감독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섬세하면서도 힘 있게 울림을 준다. 힘든 시절을 보내던 아빠와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여행 기록. 혹은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남겨진 누군가의 존재에 대한 영화. 샬롯 웰스 감독의 실험적인 스타일은 영화라는 매체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미학적 성취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친밀하고도 어두운 심해인 당신을 기억하는 나의 방식
★★★★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미처 다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극장을 나선 이후에 점점 더 짙어지는 감흥은 덮쳐오는 파도와 같을 것이다. 이것은 유년 시절 아빠와의 한때를 추억하는 주인공의 부드러운 감상이 아니다. 남겨진 기록과 온전하지 않은 기억, 상상의 영역까지 동원해 그 시절과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사람의 몸부림이다. 평생을 다 걸어도 그 바닥까지는 가닿을 수 없을, 각자의 가장 친밀하고도 어두운 심해의 영역인 아버지를 향한 서늘한 보고서다. 기억과 현재를 연결하는 놀랍고도 독창적인 방식을 보여준 영화로 오래 이야기될 작품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때의 당신을, 우리를, 기억한다는 것
★★★★
기억은 연약하다. 종종 오독되고, 편의적으로 해석되며, 끊임없이 수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은 위대하다. 과거 어떤 순간에 남겨진 당신을, 우리를, 기억하는 일은 지금의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 <애프터썬>은 기억의 존재 방식 중 하나인 편집이라는 요소를, 영화의 편집 요소에 포개서 그려낸다. 절묘하고 아름답고 뭉클하고, 때로 슬프다. 주인공 소피의 기억을 불러들이는 매개 역할을 해 주는 건 캠코더다. 오래전 아빠와 단둘이 갔던 튀르키예에서 남겼던 영상.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아빠의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러나 여전히 다 안다고 할 수 없는 것들. 영화는 그 비밀스러운 문을 완전히 열어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그 문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기억과 접속할 여지를 준다. <애프터썬>이 선물하는 영화적 경험이 거기에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불완전한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 
★★★☆
감독의 자전적 경험담을 반영한 데뷔작은 호평받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일기 취급을 받거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시험대를 통과한 신인감독들이 그러하듯, 샬롯 웰스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과 조준점으로 인상적인 데뷔작을 연출했다. 십 대 시절에 아빠와 단둘이 떠난 여행을 회고하는 형식의 영화는 부녀 관계를 다룬 아름다운 가족 영화에 안주하지 않는다. 느긋한 여름휴가를 즐기는 듯한 두 주인공의 내면과 갈등을 긴장감 있게 묘사해 몰입감을 형성하면서,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이고 어른 또한 아이와 마찬가지로 불안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저마다 다른 기억을 일순간 같은 빛깔로 느끼게 하는 힘이 이 영화에 분명히 있다.  

애프터썬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개봉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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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베프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장만옥, 장 피에르 레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에 대한 영화에 대한 영화
★★★★
1996년에 올리비야 아샤야스 감독이 만든 장만옥 주연의 영화. 1915년에 루이 푀이야드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 <흡혈귀들>을 리메이크하는 촬영 현장이 배경이다. 장 뤽 고다르의 <사랑과 경멸>(1963)이나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1973) 같은 누벨바그 세대의 ‘영화 현장에 대한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자, 장만옥이라는 피사체에 대한 실험적 접근이다. 문제가 끊이지 않는 필름메이킹의 과정을 통해, 산업과 예술 사이의 경계에서 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영화’의 운명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장만옥’의 영화. 27년 전 그녀를 만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아름다움을 품은 어떤 너절함에 대하여
★★★★
급변하는 영화 산업의 물결을 넘어 도착한 1990년대 프랑스 영화의 위기와 권태는 의미심장하게도 현시대와 닮은 구석이 있다. 뒤늦게 도착한 편지 같은 이 영화는 완벽하게 저물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 시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에 안도하게 만들며 의도치 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라는 예술이 발휘하는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골치 아픈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30대 초반이었던 장만옥을 만날 수 있는 낭만이 뒤엉켜 독특한 감흥이 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에 관한 영화, 그 안에서 가장 빛나는 장만옥
★★★★
현재는 거장이 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이름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알린 <이마 베프>가 뒤늦게 개봉했다. OTT와 숏폼 컨텐츠가 뉴 노멀인 지금 <이마 베프>의 연착은 계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의 존재 의미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 아사야스 감독은 끝내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장만옥은 영화에 관한 영화 안에서 감독도 시나리오 작가도 도달하지 못하는 배우만의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캐릭터에 접신하려는 몸짓과 마침내 그 인물이 되었을 때 보여주는 에너지가 놀랍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라는 기적, 영화 같은 기적
★★★★
홍콩 스타 장만옥이 장만옥으로 등장하는, 영화(현장)에 관한 영화. 프랑스 영화 업계에 대한 자조적인 비판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동경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영화인가’에 대한 마법과도 같은 응답도 들어앉아 있다.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는 프로덕션 현장의 악다구니 끝에 기다리는 건 뜻밖의 ‘기적’이다. 신경 쇠약 직전의 감독이 현장을 떠나면서 남긴 편집 영상. 감독이 농담처럼 이어 붙인 이 편집 영상은 기이하게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환상적이다. 그러니까, <이마 베프>는 의도와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순간의 기적들이 모여드는 게 영화라고 말하는 영화다. 한국에서 27년이나 지각 개봉하면서 증명한 또 하나는, 영화란 시간이 붙잡지 못하는 배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처럼 기록해 보관하는 매체라는 것. 장만옥이 장만옥한다. 대체 불가한 아름다움이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뱀파이어의 생명력처럼 
★★★★
27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 이 작품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올리비에 아샤야스 감독에게 명성을 안긴 작품으로, 그가 2022년에 8부작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원작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관통하며 영화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고전 무성영화를 리메이크하는 프랑스 중견 영화감독과 그가 의욕적으로 캐스팅한 홍콩 배우 장만옥(매기 청), 촬영 현장에서 이들 각자가 처한 상황과 불안 심리를 블랙코미디와 다양한 영화 기법으로 드러낸다. 이방인, 관찰자, 동양인 여성 배우, 안티히어로 캐릭터까지 겹겹이 두른 역할을 자유자재로 연기한 장만옥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극 중 감독의 편집본은 기존 관습에 도전하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이 들끓는 장면으로 여전히 놀라움과 통쾌함을 안긴다. 

이마 베프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장만옥, 장 피에르 레오

개봉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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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
출연 라에티샤 도슈, 세르게이 폴루닌, 케롤린 뒤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폴링 인 섹스
★★☆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1991년 소설 <단순한 열정>이 원작이다.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사는 중년의 대학교수 엘렌과, 러시아 영사관 보안요원인 유부남 알렉산더의 관계를 다룬다. 그것은 사랑이나 로맨스보다는 욕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 여자는 오로지 한 남자를 기다리고 그와 섹스를 나누는 것이 일상의 목표가 되어 버렸고, 남자는 중독된 듯 여자를 찾아와 몸을 섞는다. 멈출 수 없는 욕망에 대한 판타지 같은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열망의 시간을 감각하는 법
★★☆
아니 에르노는 원작 소설에서 한 사람을 사랑한 과정을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던 경험으로 고백한다. 결국 자기 자신을 태워버릴 것을 알면서도 발휘되고야 마는 욕망이 주인공을 잠식했던 순간들을 표현해 내는 것이 영화화의 과제였을 테다. 주인공의 열정은 끝내 공허한 것이어야 한다. 이 목표는 일정 부분 감각적으로 완수되기도 하고, 문장들이 가졌던 힘에 비해 조금 못 미치기도 한다. 원작으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당도하는 내밀한 자기 고백이 시대와 보다 잘 조응할 수 있는 변주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두 주인공이 육체적으로 붙어 있는 때보다 홀로 사유하는 인물의 모습을 비출 때 훨씬 탁월한 집중력이 생기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좋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소설에 연신 패한다
★★☆
아니 에르노 원작 소설 팬이라면, 문장을 지우고 영화로만 평가하긴 힘든 작품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우려도 있을 것이다. 사랑을 향한 촘촘하고도 절박하고 적나라한 심리 묘사가 정수로 손꼽히는 소설의 분위기와 기운을 과연 영상이 온전히 품을 수 있을까. 이건 너무 무모한 승부 아닌가. 우려대로, 소설과의 승부에서 감독 다니엘 아르비노는 반격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연신 패한다. 너무나 평범해져 버린 ‘영화 <단순한 열정>’은 우리가 숨죽이며 읽었던 ‘소설 <단순한 열정>’에서 너무 멀리 가 버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열정을 탐구하다
★★★
프랑스 여성 작가 최초로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유명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작가가 러시아 외교관이던 연하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체험을 낱낱이 기록해 ‘문제작’ 논란이 일었던 원작에 살을 덧붙여 열정에 사로잡힌 여성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아들의 존재와 이별 과정을 부각하고, 원작에 묘사된 유행가를 강조해 지독한 사랑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레벤느망>(2022)과 더불어 50년간 경험적 글쓰기로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담아온 작가에게 영향받은 여성 감독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열정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

출연

라에티샤 도슈, 세르게이 폴루닌, 카롤린 뒤세

개봉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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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하우스2: 인비져블 피닉스
감독 데니스 체르노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범인 잡는 몬스터 애니메이션 
★★★☆
새집으로 이사 온 주인공이 집 요정을 만난다는 설정은 2017년 개봉한 <몬스터 하우스>와 비슷하지만 다른 영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인 집 요정 ‘핀’을 만난 주인공 소녀는 마을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대형 사고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털북숭이 몬스터 캐릭터들과 규모 있는 모험극에 추리 요소를 더해 흥미를 돋운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유머러스한 상상력으로 풀어가면서 몬스터와 인간의 우정, 아기자기한 볼거리 등을 두루 챙긴다. 

몬스터 하우스2: 인비져블 피닉스

감독

데니스 체르노프

출연

개봉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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