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등 3월 첫째주 개봉작 전문가 평

더 배트맨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콜린 파렐,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더 배트맨>.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어둡고, 무겁고, 음울하다. 그게 배트맨이다.
★★★★

복수심과 정의감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며, 영웅과 빌런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젊은 배트맨의 고뇌를 담았다.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도, 그들을 찾아 응징하는 배트맨도 고담시의 어둠 속에 숨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트라우마와 강박에 유난히 흔들리며 불안하고 불완전한 영웅의 모습은 가면 속 그도 아직은 어설픈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깊은 우울, 고독과 집착은 젊음과 성숙함, 서툶과 완벽함과는 상관없다. 어둡고 무겁고 음울하다. 언제나 그랬듯 그게 배트맨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영원한 어둠 속 인간적 고뇌의 영웅 서사
★★★
전능한 힘이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이, 밝음보다는 끝없는 어둠이 배트맨의 영역임을 다시금 선포하는 리부트. “그림자 속에 숨은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그림자”임을 인지하는 음울한 영웅은 추리물 속 탐정 같은 모습으로 고담이라는 혼란 속을 유영한다. 캐릭터의 재해석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팽팽하게 대구를 이뤄야 할 빌런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극의 텐션이 떨어지는 것은 설계의 오류로 보인다. 하이라이트가 되었어야 할 후반 액션 시퀀스의 마무리 역시 미흡하며, 캣 우먼을 비롯한 배트맨의 주변 캐릭터 활용도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대’라는 걸림돌
★★★☆
러닝타임 압박이 느껴지는 건 단순히 물리적 시간 때문만은 아닐 테다. 그보다는 긴장이 충분히 빌드업되지 않아서이고, 이야기 장악력이 크지 않아서다. 배트맨(로버트 패틴슨)과 대치/협업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더 배트맨>의 중심축을 이루는 건 배트맨과 리들러(폴 다노)의 ‘수수께끼’를 활용한 두뇌 게임이다. 덕분에 영화는 흡사 탐정극 기운을 품는데, 문제는 수수께끼 문답 수준이 이렇다 할 임팩트를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리들러가 정답을 떠서 먹여주는 수준이라 추리가 쌓이는 재미도 크지 않다. 물론 이 모든 아쉬움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남긴 유산을 기억에서 지워내고 감상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더 배트맨>의 출발은 여러모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로버트 패틴슨이 그리는 유약하면서도 퇴폐적인 배트맨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또 한 번 기대를 가지고 챙겨 볼 예정.

더 배트맨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앤디 서키스, 조 크라비츠, 폴 다노

개봉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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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감독 이제한
출연 김새벽, 곽민규, 아나 루지에로, 김우겸, 문혜인



<소피의 세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잔잔하고 애틋한 기억의 시간들
★★★
타인의 시선과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지나간 시간’ 되짚기. 삶은 오직 주관성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각도를 달리하면 존재하는 타인의 마음과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말한다. 외국인 여행자의 눈과 마음을 경유해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는, 일상 속 소박한 철학들로 구성한 단단하고 안온한 세계. 잔잔하고 기분 좋은 산책이 줄 수 있는 환기가, 동시에 나도 모르게 놓쳐버렸던 순간들의 그리움을 소환하는 애틋한 정서가 이 안에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어디서 본 듯한 세계
★★★
외국인 친구 소피가 북촌에서 4일간 머물며 남기고 간 블로그를 통해 2년 전의 시간을 돌아보고, 놓치고 있던 순간의 의미와 풍경을 되찾는 동시에, 감정의 섬세한 파동을 다시금 염탐한다. 거대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범하게 흘린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서 삶의 단면들을 길어 올린다. 그리고 <소피의 세계>엔 홍상수 세계의 냄새가 강하게 감지된다. 감독 이력(홍상수 감독 스태프 출신)이나 영화 관련 정보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상했으니, 편견은 아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배우 캐스팅, 심지어 공간에서도) 정말로 강하게 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들여다보고 싶은 타인의 세계 
★★★
타인이 나와 함께 있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고 몇 년 후 내가 우연히 그 기록을 들여다보는 기분은 어떨까. 영화는 그 기분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 자신의 집에 머물던 여행자 소피의 블로그 일기를 보며 과거를 돌이키는 수영, 북촌 한옥 마을에 머물며 한국을 여행하는 소피, 두 주인공의 시간을 일상적으로 연출했다. 수영과 남편의 관계, 소피와 친구들의 만남은 언뜻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그 순간들이 고이 쌓여 지금을 만든다는 것을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보여 준다. 인왕산의 고즈넉한 정취가 영화의 색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

소피의 세계

감독

이제한

출연

김새벽, 곽민규, 아나 루지에로, 김우겸, 문혜인

개봉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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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
감독 다니스 고렛
출연 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 알렉스 태런트



<나이트 레이더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세계관은 보이는데, 전략은 희미한
★★☆
근 미래를 배경으로 아이들을 인간병기로 키우는 독재국가에 맞서 딸을 지키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계관은 확실하게 보이는데, 이를 흥미롭게 이어붙이는 전략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토착민의 삶”을 “혐오와 차별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 감독의 야심에 비해 아이디어가 단조롭고, 인물의 변화 과정도 깊게 그려내지 못한 면이 있다.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현실을 반영한 디스토피아 영화
★★☆
머지않은 미래, 부모들은 자녀를 국가에 맡겨야 하고 함께 살 수 없다. 딸과 지내기 위해 숲에서 칩거 생활을 하던 엄마는 부상을 당한 딸을 살리고자 위험한 결단을 내린다. 국가에 귀속된 아이들은 인간병기로 길러지고 이에 맞서는 저항 세력을 그린 이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토착민, 원주민의 삶을 녹여낸 점이다. 딸을 되찾으려는 엄마의 눈물겨운 분투에 제국주의와 독재에 의해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는 토착민들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독특한 정서를 만든다. 캐나다 감독 다니스 고렛은 자신의 뿌리에 바탕을 둔 주제를 장르 영화에 실어 공감 폭을 넓힌다. 

나이트 레이더스

감독

다니스 고렛

출연

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 알렉스 태런트

개봉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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