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등 3월 첫째 주 개봉작 전문가평

미나리
감독 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윌 패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의 초상
★★★★
1980년대 미국의 어느 한인 가족에 대한 영화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미국에 정착해 살아갔던 이민 세대라면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지녔다. 본질적으론 처절한 생존기지만 이 영화를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바라보는 감독의 깊은 시선이 있기 때문. 여기에 순자 역을 맡은 할머니 윤여정의 연기는 영화에 활기와 감정적 울림을 불어넣는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작품이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

수많은 이유로 밀쳐내다가도 하나의 이유로 끌어안는 것이 가족이다. 척박하고 낯선 땅에 기어이 뿌리를 내리려는 이민자 가족의 다난한 삶을 관조하다 보면 내 삶의 어느 지점과 닿아있다는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하게 된다. 고집스러움 뒤에 보이는 처진 어깨와 다짐 속에서도 드러나는 체념과 다정함에 감춰진 외로움이 우리를 함께하게 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이 영화에 당신의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삶의 순간들 속 아름다움에 대하여
★★★★
낯선 곳에 뿌리내려야 하는 사람들의 삶에 긍정만이 존재할 순 없다. 오히려 거기에는 매일 반복되는 크고 작은 실패와, 익숙해지기에 점차 깊이 감각되는 두려움이 더 크게 자리한다. 하지만 <미나리>는 이민자들이 겪는 현실적 고난 가운데에서도 작게 반짝이는 삶의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꽉 움켜쥔 영화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온 한 가족의 미시사를 경유해 바라보는 20세기는 그렇게 그리운 냄새, 가족의 유대와 사랑의 기억들을 소환한다. 이는  감독의 유년시절이 반영됐다는 사연과 영화의 국적을 떠나 보편적인 울림이 되어 보는 이들 각자의 마음에 가닿는다. 그의 말마따나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로 쓰인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열을 가리는 게 무의미한 배우들의 앙상블, 화면 속의 공기까지 감각하게 만든 모든 테크니션 요소들이 조화롭다. 아름다움을 남기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
여권 색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공명하는 이야기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주인공이며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까지 강조한다. 이보다 미국적일 수는 없을 정도로 미국영화인 동시에 한국 관객에게도 공감의 연속일 정도로 한국적이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연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자식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따뜻한 할머니가 멀어졌다 다시 서로를 품는 과정은 익숙한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의 국적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보편적인 이 가족영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서 쑥쑥 자라날 것이다. 마치 미나리처럼.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에 대한 또 하나의 사례
★★★☆
이민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나리>를 보는 내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들이 영사기처럼 하나둘 머리에서 재생되는 체험을 했다. 미국 이민자 가족이 낯선 땅에서 느끼는 ‘정체성’이나 ‘문화적 충돌’보다, 가족 관계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감정의 생채기에 집중하며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할머니 냄새, 가족 앞에서 떳떳하고 싶은 아빠의 안간힘, 빠듯한 살림에서 피어나는 엄마의 고단함, ‘스트롱 보이’로 보이고 싶은 어린 마음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감독 개인의 사적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추억을 낭만화하거나 신화화하려 하지 않은 연출의 사려 깊음이 공감의 폭을 넓힌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갈등으로 엮어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생동감 넘친다. 배우들 연기에 실린 생생한 감정들 덕분에.

미나리

감독

정이삭

출연

윌 패튼,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개봉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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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감독 돈 홀, 까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출연 켈리 마리 트란, 아콰피나, 산드라 오, 대니얼 대 킴, 젬마 찬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디즈니의 옳은 선택
★★★

디즈니의 도전이 눈에 띈다. 동남아시아의 전설과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작품이며, 동양인 캐릭터를 동양계 배우가 연기하며 화이트워싱 논란을 일찍이 잠재웠다. 믿음과 이해, 화합의 의미를 통해 계층화되고 계급화하는 세태의 변화를 일깨운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펼치는 다채로운 변주와 다양성에 대한 의미, 이국적 볼거리가 주는 신비로운 영상미가 영웅 서사의 다소 익숙한 전개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감독

돈 홀, 까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출연

아콰피나, 켈리 마리 트란, 산드라 오, 대니얼 대 킴, 젬마 찬

개봉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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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
감독 김무영
출연 송재룡, 지대한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짧은 만남, 평생 반짝일 기억
★★★
1년을 함께 해도 인생에서 없었던 것처럼 지워지는 사람(시간)이 있는가 하면, 단 하루밖에 만나지 못했어도 추억 속에서 평생을 가는 사람(시간)이 있다. <밤빛>은 그런 시간과 그 시간을 나눈 사람을 담아낸다. 0.5배속으로 감은 듯한 느릿한 편집과 몇 마디 없는 대사와 절제된 음향에 지루함을 호소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의도적으로 부여한 여백을 음미하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마음에 불이 켜지는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적잖은 위로를 준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어둠을 밝히는 빛을 제대로 구현하는 영화
★★★
죽음을 앞둔 남자에게 헤어진 아내가 보낸 사내아이가 찾아온다. 영화는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아들과 며칠을 보내는 남자의 일상을 담담하게 비춘다. 산속의 낡은 집에 함께 머물게 된 두 부자가 서먹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자연의 풍경에 녹여내 여운을 남긴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나 영상미를 추구하되 적정선을 지켜낸 연출이 신중하다. 관객이 밤빛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찾고 각자의 의미로 새기게 만드는 점도 흥미롭다.

밤빛

감독

김무영

출연

송재룡, 지대한

개봉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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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널
감독 펄 오이에
출연 쏜뵨 하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재난 영화의 스릴과 미덕을 갖추다
★★★
실화에 기반한 노르웨이 재난 영화. 터널에서 벌어진 유조 트럭 폭발 사고에 폭설이라는 자연 현상을 더해 재난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구조대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캐릭터 배치가 재난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재난 상황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면서 터널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견줄 정도로 재난의 규모를 스펙터클하게 재현했고 가족애와 영웅담에선 표현 수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더 터널

감독

펄 오이에

출연

쏜뵨 하르

개봉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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