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삶이란 알 수 없으니 그저, 해요. 해요. 해요.
★★★☆
<비기너스> <우리의 20세기>에서 감독 개인의 삶을 깊숙하게 통과하고 여과하는 방식의 영화 만들기를 선보였던 마이크 밀스 감독의 일단락 혹은 새로운 챕터. 임시로 조카의 육아를 떠안은 주인공은 비로소 시간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를 불현듯 이해하고, 이미 당도한 현재의 권태와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을 받아들인다. 우리의 매일이 “평범한 것들을 영원하게 만드는 일”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아이들이라는 존재는, 삶에서 만날 수 있는 깊고도 놀라운 우주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스러워!
★★★☆
<비기너스>(커밍아웃한 아버지), <우리의 20세기>(어머니) 등 자전적 이야기를 만들어 온 마이크 밀스가 이번엔 자신의 육아 경험을 녹여냈다. 어린이를 인터뷰하는 미혼의 방송 저널리스트 조니(호아킨 피닉스)와 그가 잠시 돌보게 된 9살 조카(우디 노먼)의 동행이 에세이처럼 흐르는 영화에는 부모와 자식, 오빠와 동생 등 다양한 관계가 사려 깊게 조명돼 있다. 호아킨 피닉스가 대본 없이 실제로 진행한 아이들과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끼어들면서 다큐와 픽션의 동거가 이어지는데, 그것이 이질적이기는커녕 영화가 품은 화두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엔 좋은 질문과 기록들이 가득하다. “안 괜찮아도 돼”라는 위안, “누구에게나 회복 구간이 있다”라는 응원.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렇게 어른이 된다
★★★☆
마이크 밀스 감독에겐 가족이 창작의 원천이다. <비기너스>(2011)와 <우리의 20세기>(2017)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야기했고, 이번 영화에선 자식을 키우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외삼촌과 어린 조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의 도시를 다니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각을 듣는 인터뷰 장면은 다음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역할을 고민하는 감독의 태도와 겹쳐진다. ‘연기 신’ 호아킨 피닉스와 ‘연기 신동’ 우디 노먼의 연기 합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고, 로비 라이언의 흑백 촬영은 유려함 속에 희망의 빛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