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독특한 녹색 체험
★★★☆
윤서진 감독의 <초록밤>은 서사를 따라가기보다는, 영화를 이루고 있는 100여 컷의 공기를 느끼고 ‘체험’하는 감상법을 권하고 싶은 영화다. 한 가족의 평범한 모습을 그리는 듯하지만, 그 안엔 깊이 내재된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어떤 임계점에 달한 일상이 있다. 초록 톤의 미장센이 주는 느낌은 오묘한 판타지 같은 느낌을 준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오직 영화만이 가능한 어떤 것
★★★☆
간결하되 꼭 필요한 것들로만 완성한 각 숏이 남기는 감흥이 적잖이 묵직하다. 과감할 때 과감하고, 유연할 때 유연하다. 아름다움과 비루함이 공존하는 삶의 순간들을 잘게 쪼개어 제시하는 대신 감정의 덩어리로 전달하려는 의도와 실험을 묵묵히 지켜낸다는 점에서 강직한 연출. 블록버스터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영화를 구성하는 것들과 스크린의 쓸모를 생각하게 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초록의 스펙트럼
★★★☆
초록이 이런 색이었나. 평화, 자연, 편안함의 이미지가 강한 초록의 또 다른 속성인 우울과 붕괴의 심상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초록의 이러한 속성이 극 전반에 절묘하게 침투한 영화이기도 하다. 슬픔과 속물적인 마음이 뒤엉킨 장례식장. 사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역으로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내쫓는 상황에 놓이는 아이러니. 사는 곳(live)이기도 하지만 사는 것(buy)으로 작동하는 아파트라는 욕망. 양가적인 동시에 모순적이고, 삶과 죽음이 매 순간 함께 작동하는 일상을 과감한 색감 활용을 통해 기이하면서도 신비로운 뉘앙스로 전달하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삶과 죽음을 담은 초록의 스펙트럼
★★★☆
윤서진 감독의 진취적인 장편 데뷔작. 소시민 가족의 이야기를 이미지적으로 전개하며 독특한 성취를 이룬다. 초록빛과 어둠이 드리워진 화면 속의 인물들은 절망과 고통에 익숙할지언정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살면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을 상징적으로, 현실적으로, 기이한 체험으로 변주한 방식에서 예리한 작가적 재능이 감지된다. 이 시대의 가족과 한국 사회의 초상을 자기만의 색깔로 보여준 시도 역시 유의미하다. 연기, 촬영, 미술, 음악까지 일체가 되어 한국 독립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