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달콤 씁쓸한 나와 당신의 도시
★★★★
‘자기만의 방’을 갖기까지의 자아 탐구와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여정, 도시의 공간성이 매혹적으로 얽혀든 2020년대 러브 포엠. 최악으로 괴상하고 이기적으로 구는 순간마저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되는 관계의 순간들을 정성스럽게 포착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머물고 싶지만 용맹하게 나아가고 싶은 감정의 모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와 자기 자신이 강력하게 링크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챕터들 사이의 괄호를 흥미롭게 유영하고, 감정을 분석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감각하며 관람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이라는 이름의 생로병사
★★★★☆
영화를 보고 나온 날 여운을 조금 더 껴안고 있고 싶어서, 다른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지 않아서, 부러 다른 시청각적 감상을 피했다. 사랑이 돋아나는 순간을 마법처럼 포착한 작품을 만나면 그저 빠져들게 되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모든 것이 멈춰 선 세상에서 두 연인이 교감하는 장면은 영화라는 매체가 사랑에 헌사할 수 있는 최상급의 표현일 것이다. 사랑이 찢겨나가는 순간을 섬세하게 잡아챈 영화를 만나면 그저 얼얼해지는데, 역시나 이 영화가 그랬다. 상대를 견디지 못해 선택하는 이별만큼이나 세상에 많은 이별은, 상대로 인해 초라해진 나를 견디지 못해서 하는 이별임을 율리에의 욕망과 선택과 그것이 남기는 미련을 통해 생생하게 담아낸다. 프롤로그-12개의 챕터-에필로그로 이뤄진 구성이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각 챕터에 심은 논제가 캐릭터 성격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형식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사랑할 때 최악이 돼 본 이들에게 다음 챕터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사랑의 생로병사 앞에서 울어 본 이들에게 추천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되고, 사랑한 후에 누군가는 아팠던 만큼 성숙해진다. 사랑과 이별을 겪는 한 여성의 자아 찾기 여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덴마크 출신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데뷔작부터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만든 ‘오슬로 3부작’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여성의 욕망, 사랑을 통한 성장을 14장으로 구성해 로맨스의 교본 개정판을 보는 듯한 흥미로움을 안기는 연출이다. 감각적인 촬영과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 세 배우의 로맨스 연기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레나테 레인스베의 열정적인 연기를 보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