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시작해 명예와 권력 욕망을 관통해 살인에 이르기까지. 명품 브랜드 가문에서 벌어진 청부 살인 사건을 담은 <하우스 오브 구찌>는 치명적인 소재로 개봉 전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리들리 스콧이라는 든든한 이름 아래,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알 파치노, 자레드 레토, 제레미 아이언스, 셀마 헤이엑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하우스 오브 구찌>에 대한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리들리 스콧의 아내이자 제작자인 지아나 스콧으로부터 시작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글래디에이터> 작업에 한창일 당시, 아내 지아나 스콧이 사라 게이 포든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발견한 것. 아내의 소개로 접한 구찌 가문의 격정적인 드라마에 단숨에 매료된 이들은 곧바로 작품의 판권을 사들였고, <하우스 오브 구찌>를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작품의 뼈대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으니. 유니버설 픽처스와 불거진 판권 문제,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에 부딪혀 이리저리 표류하던 ‘구찌 프로젝트’는 2019년이 되어서야 다시 리들리 스콧의 품에 안겨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싹을 틔운 이후 20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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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이 연출을 맡을 뻔했다
<하우스 오브 구찌> 프로젝트는 20년이라는 제작 기간 동안 다양한 감독을 거쳤다. 먼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 조던 스콧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감독 자리를 인계받았다.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된 뒤 4년 후인 2016년 11월엔 왕가위 감독이 <하우스 오브 구찌>의 연출직을 제안받았다. 왕가위 감독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빅쇼트> 등의 각본을 쓴 찰스 랜돌프와 함께 마고 로비를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역으로 앞세운 <하우스 오브 구찌>를 구성했으나, 이 프로젝트 역시 엎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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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 앤 해서웨이 등이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역 후보로 언급됐다
구찌의 성공과 몰락의 중심에 선 가문의 외부인,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다양한 배우가 그를 연기할 배우로 고려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2011년 개봉을 목표로 추진했던 프로젝트에서 파트리치아 역으로 언급됐던 배우는 안젤리나 졸리. 그 외 앤 해서웨이, 마리옹 꼬띠아르, 페넬로페 크루즈, 나탈리 포트만 등이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역의 후보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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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의 캐스팅을 이뤄준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
레이디 가가가 <스타 이즈 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리들리 스콧 감독과의 만남이 더 미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들리 스콧은 <스타 이즈 본>에 출연한 레이디 가가를 보고 단번에 반해 그에게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역을 제안했다. 레이디 가가에 대해 “재능,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다재다능한 프로듀서로도 출중한 재능을 지녔다. 그는 파트리치아를 연기할 유일한 배우였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실제로 레이디 가가는 캐스팅된 후 1년 6개월 동안 이탈리아 억양을 사용하는 등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와 가까운 삶을 살며, 문제적 실존 인물을 본인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레이디 가가가 촬영장에서 더 펄떡이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 방식 덕분이기도. 리들리 스콧 감독은 배우들이 자유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현장을 조성했고, 레이디 가가는 즉흥 연기로 영화 속 여러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예고편에서 파트리치아가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구찌 가문을 걸고 맹세해(Father, Son, and House of Gucci)”라 이야기하는 장면은 레이디 가가의 애드리브였다고. 레이디 가가는 이 장면만으로도 예비 관객의 기대를 모으며 올해 가장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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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찬 베일 등이
마우리치오 구찌 역 후보로 언급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를 처음 구상했을 당시 마우리치오 구찌 역으로 손꼽았던 배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하지만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작품에 함께할 수 없었다. 프로젝트가 다시 기획되며 마우리치오 구찌를 연기할 배우론 크리스찬 베일이 언급됐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이 따로 원하는 배우가 있었으니, 전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담 드라이버. 스케줄 상 아담 드라이버와 함께할 수 없다면 크리스 에반스를 캐스팅할 예정이었으나, 아담 드라이버와 스케줄 조율에 성공해 그가 마우리치오 구찌를 연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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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드 레토는
매번 6시간의 분장 과정을 거쳤다
네 명의 오스카 수상자와 두 명의 오스카 후보자가 모인 어마어마한 라인업.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배우는 자레드 레토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수어사이드 스쿼드> <모비우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레드 레토는 이번에도 캐릭터 그 자체로 변신해 몰입감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알도 구찌(알 파치노)의 둘째 아들, 파올로 구찌를 연기한 그는 본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놀랍게 변신해 카메라 앞에 섰다. 매일 새벽 4시 반부터 여섯 시간의 분장 시간을 거치며 파올로 구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캐릭터를 다져갔다고. 캐릭터 그 자체로 변신한 그를 쉽게 알아보지 못한 건 관객뿐만이 아니다. 알 파치노는 촬영장에서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다가오는 자레드 레토를 아예 낯선 사람을 착각해 진심으로 당황했던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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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치아 역을 위해 70벌의 의상이 제작됐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패션 영화로서도 제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영화다. 의상팀은 파트리치아만을 위해 무려 70여 벌 이상의 룩을 제작하거나 스타일링했다. 특히, 극 중 파트리치아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레이스 하나하나를 손으로 수놓는 디테일한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고. 여러 의상을 피팅하는 데에만 60시간 이상이 걸렸고, 레이디 가가가 직접 자신의 옷장을 내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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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헤이엑은 브랜드 구찌와 어떤 관계?
셀마 헤이엑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의 오랜 친구이자, 구찌 가문의 미래를 점치는 점쟁이 피나 아우리엠마 역으로 작품에 함께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셀마 헤이엑이 실제로 구찌 브랜드와 각별한 연을 지니고 있다는 것. 셀마 헤이엑은 구찌를 자회사로 둔 케링 그룹의 회장 겸 CEO인 프랑소와 앙리 피노 회장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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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구찌 가문은 이 영화를 반기지 않았다
실제 구찌 가문이 이 영화의 제작을 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 큰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어 각국의 뉴스를 장식했다. 구찌의 설립자, 구찌오 구찌의 증손녀 파트리치아 구찌는 해당 영화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제작사가 영화 논의를 위해 찾아왔을 때 가문 내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점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파트리치아 구찌는 자신의 아버지, 파올로 구찌와 알도 구찌가 희화화되어 묘사된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리들리 스콧 감독은 “알 파치노가 알도 구찌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구찌 가문의 캐스팅 관련 비난 성명은 모욕적”이라 받아치며 “알 파치노보다 더 잘 표현할 배우는 없다. 그는 세계 최고의 배우고, 그가 그 역할을 맡은 것은 행운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