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선수의 흥행판 마지막 원고

<카이에 뒤 시네마>.

변화하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만이 아니라 했던 철학자 해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지금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변화’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은 많은 것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영화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2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딱 보고픈 것만 영화관을 통해 보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OTT 등 온라인 관람으로 바로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영화들로는 중급영화를 포함하여 장기 상영영화들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멀티플렉스의 작은 관이 이제는 소용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종영과 동시에 바로 온라인으로의 관람이 가능해진 것과 그 만큼 집에서 보는 것이 예전보다 편해진 부분도 이러한 변화에 확실히 역할을 했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관람행태는 작은 관의 용도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환경에서 배급환경까지 싹 다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은 편수를 늘리기보다는 몰빵으로 가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이고 배급시장은 판돈이 큰 도박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속성뿐만 아니라 장사함에 있어 단 한번(개봉)의 기회만 존재하는 아주 위험한 사업인지라 리스크만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 하겠습니다.

영화는 지적허영심에 가득 찬 엘리트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대중적 힘들이 모아지면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난 후에야 지금의 영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단지 영화라는 단일적 발전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주변 인프라가 뒤를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마치 스타시스템이 할리우드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고,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누벨바그를 있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객이고요. 관객이 좋은 영화를 구분할 줄 안다면 영화는 다른 예술보다 훨씬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관객이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1984년 국내에 최초로 영화전문 월간지가 탄생합니다. ‘스크린’입니다. 이 잡지는 이후 국내 수많은 할리우드 키드들의 젖줄이 되어 영화 중흥에 이바지합니다. 대학마다 영화동아리가 탄생되었고 단편(8미리, 16미리)영화제작 붐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시네마테크 운동까지 이어집니다. 그런 것들이 시금석이 되어 지금의 감독과 영화인들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역할은 관객들의 수준을 향상시켜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단순 논리로 설명하면 그들의 지식향상은 곧 관객증가로 나타났고 그들의 요구로 인해 영화수준이 향상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월의 변화에 맞춰 월간지에서 주간지 시대로 전환, ‘씨네21’이 탄생하게 됩니다. 우리 영화의 발전이 씨네21과 같이 진행되어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발 빠르고 용감한 기사와 영화평 그리고 시장전망까지 그들의 시각은 냉철했고 차가웠습니다. 그 덕분이었을까. 2000년에 한국영화 전성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런 씨네21도 최근 존망이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대처할 그 무언가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 위기로 인식되게 하고 있습니다. 구시대를 쳐낼 만한 새로운 뭔가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세상이 선명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동안 잘 버텨온 인프라들이 스스로 도태되고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본 <배급선수의 흥행판>도 오늘이 마지막 원고입니다. 제가 감히 흥행에 대하여 쓴 이유는 단순히 흥행소식을 알려드리려 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흥행은 알리는 가장 좋은 기사는 정량적으로 나타난 박스오피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사들이 하는 모든 일들에 있어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이고 영화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에는 관객입니다. 그런 관객의 입장에서 흥행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만의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관객에게 주어진 권리라 생각했습니다. 흥행에 있어 법칙과 논리는 거의 대부분 상업적 논리(심하게 이야기하면 시장 장돌뱅이 장사치 논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흥행판에서는 가장 좋은 영화가 반드시 흥행이 잘되라는 법은 없다 하였습니다. 결국 이 논리로 영화를 보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흥행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것이고 이해가 커질수록 흥행 논리에 빠지지 않고 올바르게 영화를 선택하리라 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관객이 무섭게 느껴질 때는 그들이 분노할 때가 아니라 무관심할 때이기에, 적지만 이렇게라도 알림으로써 무관심해지지 않았으면 하였던 것이죠. 그것이 또한 저 개인적으로 영화 발전에 조금이지만 도움이 되리라 보았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질구질해 보여도 영화를 영화관에서 많이 봐달라고 애원하며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영화관은 단순히 어두운 공간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대중과 내가 결합되어 집단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각적 쾌락을 느끼는 곳입니다. 옆사람과 같이 웃고, 울고, 놀라고 공감하는 정말 유일한 곳입니다. 늘 사랑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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