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레이디 가가를 탄생시킨 <스타 이즈 본> 명장면



<하우스 오브 구찌> 레이디 가가

미처 몰랐을 수도 있을 구찌의 이야기. 구찌 그룹을 탄생시킨 구찌 가문의 이야기가 영화화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는 구찌 가문에서 벌어진 청부 살해 사건을 가로지르며 탐욕, 광기, 스캔들, 배반으로 가득한 구찌 일가의 흥망성쇠를 그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반면. <하우스 오브 구찌>를 향한 평가는 다소 뜨뜻미지근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훌륭한 점과 아쉬운 점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곧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라는 말과도 같은데. 이 영화에도 만장일치의 영역은 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대상, 바로 레이디 가가다. 구찌의 총수였던 마우리찌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를 살인 청부한 혐의를 받는 전부인,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를 향한 평가만큼은 모두의 마음이 같다. 과장된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한 레이디 가가는 그야말로 메소드 연기를 펼쳤고, 그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의심마저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



<스타 이즈 본>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파트리치아 역에 레이디 가가를 떠올린 건 <스타 이즈 본>을 보고 난 이후였다. 무명가수 앨리의 시간을 그대로 체화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스크린으로 옮긴 레이디 가가를 보며 자연히 파트치리아 역에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장편 영화 데뷔작 <스타 이즈 본>을 통해 배우라는 명함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게 된 레이디 가가는 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영화의 제목처럼, <스타 이즈 본>은 ‘배우’ 레이디 가가를 낳은 작품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의 개봉을 앞두고 레이디 가가가 그려낸 앨리의 얼굴을 다시 꺼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하우스 오브 구찌> 속 완벽한 열연을 보고 나니 <스타 이즈 본>에서 보여준 레이디 가가의 서툰 진심이 보고 싶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스타 이즈 본>의 명장면을 소개한다. 

스타 이즈 본

감독

브래들리 쿠퍼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개봉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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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무기로 소위 톱스타 자리 앉았지만,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은 맨정신으로 사는 날보다 알딸딸하게 취해 있는 날이 더 많다. 겉보기엔 잘 나가 보일지 몰라도 온갖 상처들로 뭉그러진 속을 감당할 수 없어 술과 마약에 몸을 기댄다.

여느 날처럼 지친 모습으로 공연을 마친 잭슨은 우연히 공연이 펼쳐지고 있던 한 술집에 들어가게 된다. 

화려한 분장과 퍼포먼스. 번쩍거리는 조명에 잭슨은 점점 취해갔지만, 취기를 뚫고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공간을 압도하는 동시에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앨리(레이디 가가)였다. 과한 분장 뒤에 숨은 앨리의 진짜 얼굴이 궁금했던 잭슨은 앨리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잭슨) “사적인 질문 해도 돼요?”
(앨리) “네”
“작곡은 안 해요?”
“내가 쓴 노래는 안 불러요”
“왜요?”
“불편해서요”
“왜 불편해요?”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이 내 코가 너무 커서 난 안 될 거래요”
“코가 크다고요? 엄청 예쁜데”

“코 보여주는 거예요? 안 그래도 돼요. 계속 보고 있거든요”
“말도 안 돼”
“밤새도록 볼 수 있어요”
“거짓말”
“아녜요”
“그만해요”
“진짜예요”
“오버 그만해요”

“만져봐도 돼요?”
“농담이죠?”
“잠깐만 만져볼게요. 복이 깃든 코에요”

“전혀 아니거든요. 복을 가져다주킨 커녕 코 때문에 가수가 못 됐잖아요”
“말도 안 돼요”
“진짜예요. 남자들 앞에서 노래를 하면요 날 빤히 쳐다보면서 노랠 듣곤 이래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게 별로네”

“나 어릴 때 얘기해 줄까요? 태어났을 때 귀가 안 들렸어요. 그런데 가수가 됐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여기 손님들한테도 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사실이 그래요. 우린 사람들이 듣고 싶은 얘길 하려고 노래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네. 맘에는 안 들지만 알겠어요” (웃음)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 앨리가 자신의 외모 콤플레스를 잭슨에게 털어놨듯이, 이번엔 잭슨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첫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상처를 공유하며 한 발짝 가까워진다. 

“고향이 어디예요?”
“애리조나요”
“애리조나 출신이구나”
“아버지가 중년의 위기를 겪었대요. 그래서 애리조나로 가서 호두 농장서 일하셨죠. 18살짜리 주인집 딸하고 사고쳐서 내가 태어났죠”
“어머니가 젊으셨네요”
“나를 낳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러곤 아버지가…내가 13살 때 돌아가셨죠. 형은 자기가 날 키웠다는데 누가 누굴 키운 건지. (웃음) 남은 건 호두밭뿐이라 돌아갈 데가 없어요”


눈을 맞추며 잭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앨리는 갑자기 노래를 시작한다. 

(말해봐. 공허함을 채우려다 지치지는 않니. 아니면 더 많은 게 필요하니. 악착같이 버티는 게 힘들진 않니)

내 얘기예요?

방금 지은 거예요?
네.
좋네요.

(나는 빠져들어. 행복했던 시간 속으로. 변화를 바라며)

예전에 쓴 곡이 있는데. 여기 후렴으로 잘 맞을 거 같아요. 어떻게 하더라.

(깊숙이 빠져들어가. 내가 뛰어드는 걸 봐. 바닥에 부딪치지 않고 뚫고 나가. 상처 입지 않을 곳으로. 얕은 곳에서 멀리 벗어나)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 앨리와 잭슨의 인연은 낭만의 밤이 만들어 낸 찰나의 순간일 줄 알았으나. 어느 날 앨리의 집으로 잭슨의 매니저가 찾아온다. 

“안녕하세요. 나 기억하죠? 잭이 당신을 (콘서트에) 데려오래요”
“말도 안돼.(아르바이트) 출근해야 해서 못 가요”


당혹감에 휩싸인 앨리는 계속해서 잭슨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벗어던지고 공연장으로 향한다. 앨리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잭슨은 갑작스레 관객들에게 앨리를 소개한다.

“멀리서 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쓴 곡을 들어보시죠. 진짜 좋아요.”

“왔군요. 보고 싶었어요”
“잘 있었어요?”
“오는 길은 괜찮았어요? (필이) 귀찮게 굴진 않았죠? 그때 그 노래를 부를 거예요. 편곡을 좀 했는데 금방 적응할 거예요”
“난 못해요”
“할 수 있어요”
“제발, 잭. 농담 아녜요. 장난치지 마요”
“날 믿어요. 날 믿으면 돼요. 나 혼자서라도 부를 테니까. (웃음)”


그렇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그날 밤 편의점 앞 주차장에서 앨리가 흥얼거렸던 노래. 아티스트로서 앨리가 지닌 재능과 가능성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챈 잭슨은 앨리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무대를 마련했다. 얼떨떨한 것도 잠시. 지금껏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앨리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잭슨의 눈을 맞추며 압도적인 무대를 펼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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