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벌써 예매했다고? 강동원의 <전우치> 상상하면 안 되는 노잼 포인트

서울 하늘에 UFO가 나타난다면? 과거 사람들이 외계인을 봤다면? 이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현실이 됐다.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까지 찍었다 하면, 대박을 터뜨린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외계+인> 이야기다.

<외계+인> 포스터

어벤져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단, 한국적인 방식으로!

최동훈 감독(2022.7.13 언론배급시사회)

최동훈 감독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의 어린 시절을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최 감독은 지난달 열린 제작 보고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공포스럽기도 했다. 어린시절을 재밌게 만들어줬던 상상물이다. 그 상상력이 현실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계인을 2022년에만 가둬 두지 않았다. 최동훈의 상상력은 시계를 630년 전으로 돌려, 고려 시대에 외계인과 우주선이 등장한다. 왠지 13년 전 최동훈 감독이 세상에 내놨던 영화 <전우치>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전우치> 포스터

조선시대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전우치>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 시끄러워진 세상을 도사 전우치가 구해내는 이야기다. 고전 설화를 현대에 버무린, 전형적인 K-콘텐츠였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형 히어로의 등장에 관객 606만명이 극장으로 몰렸다. 흥행 대박을 터뜨린 <전우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신 없을 한국형 판타지’라는 극찬을 받는다. 최동훈 감독이 작정하고 재미있게 만든 영화 <전우치>와 <외계+인> 중 단 하나를 선택하라면, 단언컨대 <전우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계+인>이 <전우치>에 비해 너무나도 노잼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실종

<전우치> 포스터

<전우치>는 주인공 전우치(강동원 분)를 비롯해 화담(김윤석 분), 서인경(임수정 분), 초랭이(유해진 분), 특별 출연한 배우 염정아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었다.

“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 검을 꽃처럼 다룰 줄 아는, 가련한 사람을 돕는 게 바로 도사의 일이다”

전우치

특히 강동원이 연기한 도사 전우치의 인기는 대단했다. 전우치의 첫 등장은, 옥황상제의 아들인 척 하늘에서 내려와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악덕한 왕을 골려주는 장면이었다. 뒤늦게 정체를 밝힌 도사 전우치의 자기소개는 사용된 음악과 함께 오래 회자되는 명장면이 됐다.

<외계+인> 무륵 역의 류준열.

<외계+인>에서는 무륵(류준열 분)이 전우치의 역할을 대신한다. 무륵은 다소 어리숙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능력치를 100% 발휘하는 것이 전우치를 쏙 빼닮았다. 그러나 매력은 글쎄다. 무륵은 첫 등장 신에서 “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고”라는 전우치의 명대사를 똑같이 말하며 대놓고 웃음을 노렸으나, 웃음기가 시원하게 내리지는 않는다. 웃으라고 만들었지만 그다지 웃기지 않는 비극적인 신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반복된다. 무륵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계+인>은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한국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나 살아남은 캐릭터라곤 염정아와 조우진이 연기한 흑설과 청운 정도다.

이야기가 있는데 없습니다

전우치 외에도 <타짜> 고니, <암살> 염석진, <도둑들> 예니콜 등 선악을 뛰어넘어 자꾸만 눈길이 가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던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계+인>은 수많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1부인만큼 스토리 전개가 탄력을 받지 못했고, 캐릭터들의 세계마저도 촘촘하지 않았다.

<외계+인> 스틸컷.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물리적으로 동떨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두 이야기가 동시에 흘러가는 것인데, 최동훈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간과 공간의 충돌”이다. 영화는 1391년 고려와 2022년 대한민국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충돌을 반복하는데, 잦은 충돌은 관객들의 집중력에 균열을 내버리고 만다. 시간의 문을 통해 고려 시대에 자동차가 달리는 신은 묘한 쾌감을 주지만, 관객들을 납득시키기엔 빈틈이 너무나 많다.

‘쌍천만’ 최동훈이라는 믿는 구석

배우들은 <외계+인>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역시 불가능했다’라는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다행스럽게도 <외계+인> 2부가 남았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 작품들 가운데 최초의 연작이다. 1부는 현대에서 과거로 가는, 2부는 과거에서 현대로 오는 것 같은 구조다.

이야기 분량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연작으로 가야 드라마틱한 구성이 만들어지겠다 싶었다

최동훈 감독(2022.6.23 제작보고회)

최동훈 감독은 연작을 시도한 이유를 완성도라고 단언했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1부만으로도 완성도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1부를 어느 시점에 끝낼까, 2부를 어떻게 시작할까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하면서 <외계+인>은 제작 기간만 387일이라는 한국 영화사에 없을 기록까지 세웠다. 덕분에 감독과 배우 모두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지난 13일 열린 <외계+인> 시사회 현장에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을 놓고 탄성 아닌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 1부와 2부를 모두 챙겨 볼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최동훈 감독에 대한 믿음이다. 최동훈 감독은 타짜, 범죄 집단, 독립군 암살단 등 흥미로운 주제를 탄탄한 스토리로 매듭짓는 연출가로, 탁월한 연출력은 이미 수많은 전작에서 입증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영화 찍겠다고 하면 대부분 반대하거든요.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이고, 그것이 관객에게 다가가기가 쉽겠어?라고요. 그러면 반항심 같은 게 들어요. 정말 그럴까? 관객들은 어떤 영화라도 볼 준비가 돼 있는데, 영화 만드는 우리가 너무 틀 안에 가두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안에서 아주 공들여서 영화를 열심히 만든다면, 관객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우치 때는, 타짜를 만들고 나서 전우치를 만드니까 아이들 영화 만들었다고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듣고 그랬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니까, 외국 같은 데 가면 사람들이 와서 DVD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데, 전우치를 가지고 와요. 이 사람들이 이걸 좋아한단 말이야? 저도 약간 반쯤 의심하면서 사인을 해줄 때, 너무 기쁜 마음도 들어요. 13년이란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다시 한번 장르적 이종 교합을 통해서 보여준다면 한국 영화의 변화랑도 맞는다고 생각해요.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던 장르입니다.”

최동훈 감독(2022.6.13 언론배급시사회)

분명 아쉬움이 진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년 전 <전우치>에 이어 또 한 번 한국의 설화를 다루는 그의 기술을 직접 확인해 볼 가치는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썼던 모든 단어들이 <외계+인> 2부에서 뒤집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이 (영화적) 현실이 되는 ‘시간의 문’이 부디 활짝 열리기를!


씨네플레이 도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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