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슬픔, 현실의 무게를 보여주는 영화 5편

삶은 분명 자신이 사는 것인데, 그 삶이 자신을 짓누를 때가 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현실이 돌연 낯설어 보이고 버겁게 다가올 때, 그것을 삶의 슬픔이라 부를 수 있다. 수많은 사람 만큼 수많은 인생이 있고 그만큼의 무게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대처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점점 추워질 일만 남은 12월, 현실의 무게를 보여주는 영화 5편으로 잠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종이 달
紙の月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오오시마 유코, 다나베 세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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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하게 살아왔건만 어디서도 자존감을 채울 수 없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중요한 존재가 아닌 주변을 맴도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람은 지쳐버린다. <종이 달>은 평범한 은행 계약직 사원인 리카(미야자와 리에)가 거액을 횡령하고 어린 남자친구 코타(이케마츠 소스케)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이렇게만 보면 3류 드라마 줄거리 같지만 <종이 달>은 리카를 그리 단순하게 그리지 않는다.

리카는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된 존재로 그는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간다. 결국 그가 돈을 횡령하고 어린 남자친구에게 원조를 하는 것은 자신이 중심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많은 이들이 게임 속에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선택하듯이, 리카 역시 자신이 만든 가짜 밖에 없는 세계에서 주체가 되어 자유로이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대한 기대를 버렸을 때, 리카는 가장 자유로워진다. 그렇다면 그 만들어진 자유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건 영화를 통해 확인하자.

종이 달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오오시마 유코, 다나베 세이치

개봉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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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Deux jours, une nuit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올리비에 구르메, 캐서린 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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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동료들이 자신의 복직 대신 그들의 보너스를 택한 결과였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산드라가 ‘내일’을 되찾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박 2일 동안 그는 16명의 동료들에게 찾아가 보너스 대신 자신의 복직을 선택해 달라고 말해야 한다. 우울증으로 휴직을 했던 그에겐 그 어떤 날보다 잔인한 날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인해 동료들은 보너스 1000유로(우리돈 약 126만 원)를 선택한다. 엄청난 거액은 아니지만 당장 누군가에겐 필요한 돈이다. 동료들은 산드라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과 과거 자신의 투표를 다시금 생각하며 산드라를 지지하는 이들로 나뉜다. 산드라는 돈으로 인해 생긴 연대의 균열을 메우고 자신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오늘을 살아간다. 때로 도피하고픈 현실, 외면하고, 주저 앉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나의 존엄을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 결과가 어찌됐든 싸운 후라면 잘 싸웠다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산드라처럼.

내일을 위한 시간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올리비에 구르메, 캐서린 살레, 파브리지오 롱기온

개봉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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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감독 켄 로치
출연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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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목수 일을 하며 충실하게 살아 온 다니엘(데이브 존스)은 심장병으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의사의 권고대로 질병수당을 신청하지만 거절 당하고, 항소조차 당장 할 수 없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를 거쳐 취업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그에게 관공서 직원은 인터넷으로 항소 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 역시 다니엘과 같은 처지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길을 헤매고 헤매 센터에 도착하지만 10분 늦었다는 이유로 복지 제재 대상이 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 복지 시스템을 비판한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있어도 복잡한 절차로 인해 그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 당한다. 연출을 맡은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의 사회파 감독의 대표로 ‘블루컬러의 시인’이라 불린다. 꾸준히 소외된 사람들을 스크린에 담아 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에게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다”라고 말한다. 착실하게 살아온 인생의 끝이 결국 소외와 가난, 비인간적인 대우라면 그 사회는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투쟁을 보여주며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독

켄 로치

출연

헤일리 스콰이어, 데이브 존스

개봉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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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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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지만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방치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버려진 이들의 성장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네 형제의 엄마(유)는 아이들만 놔둔 채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는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은 채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간다. 전기도, 수도도 끊긴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공원에서 빨래를 하고 편의점에서 폐기한 음식을 동냥하며 힘겹게 삶을 이어 나간다.

겨울이면 돌아오겠다는 엄마는 어느샌가 다른 이의 가족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추울 수 없다 생각했건만, 아직도 그들 앞엔 겨울이 한참 남아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 그들은 자유롭게 울 수 있는 권리를 박탈 당했다. 울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삶의 슬픔이다. 야기라 유야는 그 깊이를 담담하게 표현해 냈다. 그는 최연소로 제57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무도 모른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개봉

2005.04.01. / 2017.02.0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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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태치먼트
Detachment

감독 토니 케이
출연 애드리안 브로디, 마샤 게이 하든,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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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지독한 외로움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지만 그 관계의 깊이에서 오는 감정이 두려워 결국 혼자를 택하는 이들이 있다. 상처로 인해 깊은 애착도, 완벽한 분리도 하지 못한 채 그 중간 어디쯤을 표류한다. <디태치먼트> 주인공 헨리(애드리안 브로디)는 학생들을 다루는 데는 능숙하지만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거부하는 교사다. 한 달짜리 기간제 교사라는 불안정한 위치는 어쩌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곳일 수도 있다.

고독한 삶 속에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헨리는 자신에게 애착을 가진 인물들과 거리를 둔다. 가까워진 듯 보였지만 결국 그는 그들과 분리된다. 여타 학교 배경 영화라면 사명감을 가진 멋진 선생님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행복하게 끝이 나겠지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교사들 역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고 불완전하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상처 받은 개인과 고독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 받았기에 공허하고, 공허하기에 다른 이를 이해하고 채워줄 수 있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함이다.

디태치먼트

감독

토니 케이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마샤 게이 하든

개봉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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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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