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이선균 주연 <킹메이커> 관람 포인트

<킹메이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설날 연휴는 코앞이다.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킹메이커>가 한 차례 연기한 이후 다시 고른 개봉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혹시 설날 연휴는 알겠는데 대선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부연해보자.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그 실존 인물은 1971년 제7대 대선과 깊은 관련이 있다. <킹메이커>는 무려 50여 년 전,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위한 기대 포인트를 소개한다.


설경구 대 이선균, 연기 대결

(왼쪽부터) 이선균, 설경구

<킹메이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 관람을 하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보자. 당신이 만약 30대 중후반 이상의 관객이라면,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이 모티브로 삼은 인물이 누군지 눈치챌 확률이 매우 높다. 정치인, 대통령이던 그가 TV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반면 이선균이 연기한 <킹메이커>의 또 다른 주인공 서창대는 누군지 알아채기 거의 힘들 것이다. 그는 선거판의 전략가로 정체를 감추고 그림자처럼 활동했기 때문이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연기하기 어려울까.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 이 우문의 현답은 ‘둘 다 어렵다’이다. 설경구의 경우 실존 인물을 단순하게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고, 이선균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부담이 있다. 설경구는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김운범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니 그분과 같아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맥락에서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를 보는 것은 단연 <킹메이커>의 첫 번째 관람 포인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킹메이커>의 감독 변성현의 전작이 <불한당>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설경구를 ‘지천명(知天命)의 아이돌’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와 임시완의 연기 대결이 돋보였다. 관객들은 두 배우의 연기를 브로맨스(bromance)로 받아들였다. <킹메이커>에서 정치인 김운범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의 관계는 <불한당>의 한재호(설경구), 조현수(임시완)와 비슷해 보이는 지점이 있다.


신민당 대 공화당, 조연 대결

(왼쪽부터) 전배수, 서은수

조우진

윤경호

설경구와 이선균의 연기 조합을 보는 것이 분명 <킹메이커>의 가장 주목할 관람 포인트다. 그렇다고 해서 <킹메이커>가 오로지 두 배우들만 보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김운범이 속한 야당 신민당과 여당 공화당의 선거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각 당의 선거 캠프에 속한 조연들이 없었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되고 말았을 것이다.

신민당 캠프에서 주목해야 할 배우는 전배수와 서은수 콤비다. 두 사람은 선후배 보좌관으로 자주 함께 등장한다. 먼저 전배수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한다. 촬영 현장에 이른바 ‘전배수 복덕방’이 있었다고 한다. 동네 복덕방에 들르듯 전배수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모였다는 뜻이다. 카메라 밖에서부터 전배수는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서은수는 전남 목포를 기반으로 한 김운범의 캠프에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로 눈에 띈다. 재밌는 것은 부산 사투리가 서은수의 아이디어였다는 점이다. 시나리오에서는 서울 말씨를 쓰는 캐릭터였지만 서은수만의 해석으로 톡톡 튀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신민당의 반대쪽 공화당으로 가면 윤경호와 조우진이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김운범의 경우처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윤경호는 불같은 성격이고 조우진은 차분한 성격이다. 두 사람은 2인자 자리를 놓고 늘상 티격태격하는 관계다. 사사건건 부딪치며 기싸움을 하는 연기를 두 배우가 선보였다. 오랜 연기 생활을 해온 배우들이라 소위 ‘믿고 볼 수 있는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 가지 더. 윤경호, 조우진이 연기한 각 인물은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에도 등장한다. 다른 영화 속 캐릭터와 비교하는 것도 <킹메이커>의 재밌는 관람법이 될 수 있다.


의상 대 세트, 스타일 대결

<킹메이커>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를 주된 시간 배경으로 삼았다. 과거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은 미술, 소품, 의상 등에 특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 배우는 “고증은 하되 스타일은 버리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킹메이커>의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이 탄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불한당>, <검사외전>, <베테랑>, <군도: 민란의 시대>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한 조희란 의상 실장은 <불한당>에서 보여준 설경구 배우의 속칭 ‘수트빨’을 다시 한번 구현했다. <불한당> 때처럼 <킹메이커>의 의상도 관객들이 보기에 멋있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허리 라인을 넣지 않은 통이 큰 수트 디자인은 시대적 고증의 결과다. 설경구, 이선균 등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유재명, 조우진, 이해영, 김성오 등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들의 의상도 직접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다.

<1987>, <불한당>, <관상>, <도둑들>, <하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의 작품에 참여한 한아름 미술감독은 컬러를 활용한 뛰어난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그는 “색을 많이 이용했다. 신민당의 심볼인 녹색은 김운범에게, 공화당에는 붉은색을 주고 서창대에게는 노란색 계열의 색을 줬다. 실제 서창대가 가지고 있는 수첩 같은 소품이나 의상들이 노란색 계통의 색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의상과 미술뿐만 아니라 <킹메이커>의 조형래 촬영감독, 이길규 조명 감독, 김홍집·이진희 음악 감독 등 주요 스태프들은 모두 <불한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Must Read

Related Articles

Enable Notifications OK No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