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칸을 넘어서?! 제4의 벽을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마블과 DC의 히어로

‘제4의 벽’이란 연극 무대에서 유래한 용어다. 무대 뒤와 좌우에 실제로 3면의 벽이 있다. 무대에서 객석을 마주한 쪽에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있다고 가정한다. 이따금씩 배우들이 무대 밖의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에 “제4의 벽을 깬다”라고 표현한다. 제4의 벽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연극뿐 아니라 모든 픽션에서 사용될 수 있다. 생각보다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자, 슈퍼히어로 만화책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블과 DC 역시 종종 이용하는 장치인데, 이처럼 멀티버스를 넘어 객석까지 찾아가는 히어로에는 누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마블 코믹스

데드풀

영화 <데드풀>

<데드풀>은 제4의 벽을 깨뜨리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다. 데드풀은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심지어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타인으로 설정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만화의 특징에서 가져온 것으로, 데드풀은 자신이 캐릭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내레이션을 표현하는 말풍선과 대화를 하기까지 한다. 데드풀도 처음부터 이 벽을 깬 것은 아니다. 1997년의 <데드풀> 28호에서부터 책의 발행 호수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 점점 직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은 그를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고, 극의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웬풀

그웬풀은 마블 유니버스를 코믹스로 즐겨보던 현실에서 온 캐릭터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이미 제4의 벽을 깨뜨리고 있다. 이곳이 만화 속 세상임을 알기에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도 죄책감이 없으며, 마블 코믹스의 열렬한 팬으로서 각 히어로나 빌런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점차 초능력이 발달하여 만화 칸을 뛰어넘거나 말풍선을 부수는 등의 행동을 보여주고,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으로 시간여행까지 가능하게 됐다.


쉬헐크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새롭게 합류할 예정인 쉬헐크도 제4의 벽을 깨는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어벤저스와 판타스틱 포에 속한 히어로이면서, 우주의 위기마저 해결하는 유능한 변호사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지만, 쉬헐크의 단독 코믹스 시리즈를 통해 여러 차례 작가나 편집자와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쉬헐크 시리즈에서는 다른 캐릭터들도 이따금씩 벽을 깨뜨리는 발언을 하며 재미를 더한다.


스쿼럴걸의 다람쥐

스쿼럴걸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기만 해도 코믹한데, 제4의 벽을 깨는 역할은 함께 하는 다람쥐가 주로 맡고 있다. 1대 반려 다람쥐 멍키 조와 2대 티피 토는 독자들에게 지난 줄거리를 설명하거나, 상황의 이해를 돕는 해설을 한다. 때때로 스토리 진행 흐름이나 그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DC 코믹스

슈퍼보이 프라임

슈퍼보이는 DC 코믹스를 즐겨보던 소년으로, 지구-프라임이라는 세계에서 왔다. 우연히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된 그는 자신이 있는 세계의 유일한 슈퍼히어로가 되었지만, 지구-프라임의 존재가 사라지자 제멋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간신히 지구-프라임이 복구되어 돌아갔지만, 그동안 자신이 벌인 악행이 모두 만화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이에 인터넷으로 악플을 달다 못해 직접 DC 코믹스 본사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배트마이트와 믹시즈피틀릭

5차원에 사는 배트마이트와 믹시즈피틀릭은 임프라는 작은 악마들이다. 현실을 바꿀 정도의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힘을 못된 장난에 써버리는데, 각각 배트맨과 슈퍼맨에게 주로 나타나 그들을 괴롭힌다. TV 애니메이션 속이나 우리의 현실을 넘나들고, 지우개로 다른 캐릭터를 지워버리기까지 한다.


앰부시 벅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앰부시 벅은 순간이동 능력과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이다. 미쳐서 그런지 모르지만, 자신이 만화 캐릭터라는 것을 잘 알고 제4의 벽을 부수기 일쑤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작가나 편집자들과 말다툼을 하고, 그림 칸을 뛰어넘기도 한다. 놀랍게도 그는 한때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이었으며, 현재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수송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애니멀맨

이제까지의 캐릭터들은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제4의 벽을 부수고 깨뜨려 왔지만, 애니멀맨의 경우는 다르다. 가족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애니멀맨은 스토리를 쓴 작가 그랜트 모리슨의 집을 찾아간다. 그는 왜 자신의 가족이 죽어야 했는지를 묻고, 이야기의 폭력적인 요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나누었다. 결국 그랜트 모리슨은 애니멀맨의 가족을 되살려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 그랜트 모리슨도 이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멤버로 합류했다가 사망했다. 실제 인물이 만화 속 세계로 들어가 활동한, 어쩌면 만화 속 캐릭터들이 느낀 제4의 벽을 허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에그테일 에디터/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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