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트맨의 숙적들 중에서는 단연 조커가 대중 앞에 가장 자주 모습을 드러낸 캐릭터였다. 솔로 무비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2편까지 확정 지으며 새로운 조커의 이야기를 펼쳤기 때문. 그러나 이제 배트맨 본연의 이야기 역시 관객 앞에 나설 날을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더 배트맨>은 로버트 패틴슨을 주인공 브루스 역으로 낙점하고 최근 두 번째 예고편을 공개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리들러’가 메인 빌런으로 채택되었으며 이외에도 ‘펭귄’, ‘팔코네’ 등 배트맨 주변을 맴돌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배트맨 실사화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미 한두 번씩은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적이 있는 캐릭터들이기도 한데, 원작 코믹스와 지난 배트맨 실사화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더 배트맨>에 등장할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봤다.
1) 리들러
새롭게 시작하는 배트맨의 이야기인 <더 배트맨>의 메인 빌런으로 낙점된 캐릭터는 리들러다. 리들러는 60년대에 방영된 드라마 <배트맨>과 영화 <배트맨 포에버>, 최근에는 드라마 <고담>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을 만큼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번 실사화된 캐릭터다.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짐 캐리가 배역을 맡아 연기해 리들러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훌륭하게 소화한 바 있다.
리들러의 본명은 에드워드 니그마로, 천재 전자공학자라는 설정을 갖고 있으며 수수께끼를 좋아해 배트맨에게 늘 물음표를 던지는 캐릭터다.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리들러라는 원래 이름 대신 퀘스천 맨이라는 번안명을 사용한 적이 있을 정도. 신체적인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두뇌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놀라운 수준을 자랑한다.
<더 배트맨>에서는 에드워드 내쉬튼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배트맨의 탐정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할 것으로 보아 여전히 ‘리들러’로서 배트맨에게 수수께끼와 퀴즈를 던지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옥자>에서 제이 역으로 출연한 적 있는 폴 다노가 캐스팅되었다.
2) 펭귄
배트맨의 수많은 숙적들 가운데서도 펭귄은 조금 독특한 캐릭터다.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배트맨을 괴롭히는 경우가 대다수인 반면 펭귄은 그야말로 정치적이고 지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더 배트맨>에서 메인 빌런으로 낙점된 리들러와 비슷한 계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히어로나 빌런 캐릭터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반면 펭귄의 경우에는 다르다. 원작 코믹스 중 한 이슈에서는 고담시 시장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정치적인 수완이 있으며 능력을 발휘해 고담시에서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아, 배트맨과 1:1로 겨뤘을 때는 압도적으로 패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재력을 발휘해 용병을 고용하는 등 배트맨을 독특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악당이다.
펭귄은 영화 <배트맨 리턴즈>에서 대니 드비토를 통해 스크린에 등장한 적이 있는데, 팀 버튼의 영화답게 판타지적인 설정이 가미되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하수구에서 펭귄들이 길러냈다는 과거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로 나왔다. 원작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외모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 등 열등감을 갖고 있었으나 어머니만큼은 그의 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 차이가 있는 설정.
<더 배트맨>에서는 콜린 패럴이 연기할 예정으로, 티저 예고편에서 원작과 유사한 외모를 지닌 모습으로 등장해 빌런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다. 펭귄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상당한 특수분장을 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콜린 패럴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
3) 카르미네 팔코네
고담시의 마피아 조직인 ‘팔코네 패밀리’의 보스인 카르미네 팔코네도 <더 배트맨>에 등장할 예정이다. 팔코네의 특징은 마피아 보스답게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되어 있다는 점이며 대표적인 고담시의 악의 축 중 하나다. 조커와 리들러, 펭귄, 투페이스 등이 비현실적인 판타지적인 빌런 캐릭터라고 한다면 팔코네 쪽은 현실에 있을 법한 범죄자 쪽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고담시에는 워낙에 미친 범죄자들(조커도 있지 않은가…)이 많은 덕분에, 팔코네가 원작에서 갖는 입지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갱단의 수장이자 정치계 거물들과 유착되어 있다고는 하나 조커나 펭귄에게 공격을 받는 일도 흔히 벌어지며 배트맨과의 사이에서는 최종 보스 역할보다는 중간 보스 역할을 더 많이 맡기도 했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톰 윌킨슨이 연기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배트맨이 처음 상대하는 악당으로 등장했다. 작중에서 브루스 웨인이 고담을 떠났다가 돌아와 자경단으로의 자아를 확립하고 첫 활동을 시작할 때 상대했던 조직이 바로 팔코네 패밀리였으며, 배트맨에게 붙잡혀 아캄 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더 배트맨>에도 등장을 예고한 바 있는데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시모어 시몬스 역할을 맡기도 했던 배우 존 터투로가 연기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배트맨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고민 많아 보이는 어른’이었다. ‘로빈’ 딕 그레이슨이 그를 오해하고 자기 말만 내뱉는 와중 배트맨은 그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못하고, 딕 그레이슨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간 새 알프레도에게 위로 아닌 위로(거의 책망처럼 보였다)를 들으며 다시금 홀로 고민에 휩싸이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DC의 실사화 프로젝트를 통해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배트맨을 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틈만 나면 고담시에서는 온갖 사건이 벌어지고 나름대로 도움을 꽤 많이 주었던 주변 사이드킥들은 그를 오해하기 일쑤였다. 덕분에 어둠의 자경단 히어로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활동해 왔음에도 브루스 웨인이라는 개인은 늘 외로움 속에 살아야만 했다. 거기에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는 일평생 배트맨의 뒤를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어 늘 그를 괴롭혔다.
실사화 프로젝트에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리들러 그리고 펭귄은,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새로운 배트맨을 어떻게 괴롭혀 줄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지능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테고, 새로운 배트맨이 또 어떤 악전고투를 겪게 될지 기다려 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