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장르보다도 감독 이름이 곧 브랜드인 공포 영화계. 예로부터 공포 영화 장인들은 독창적인 발상, 기발한 연출, 스토리텔링 등으로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도 가끔 물이 마르기 마련. 명실상부 공포 영화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무시당한, 그러면서도 과소평가 받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영화들이 있다. 외신 콜라이더가 소개한 목록 중 일부를 소개한다.
웨스 크레이븐 <영혼의 목걸이>
웨스 크레이븐은 공포 영화계 가장 유명한 시리즈를 두 개나 보유한 거장 중 거장이다.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스크림> 시리즈로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의 손에서 공포 영화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편 마지막 집> 같은 격렬한 복수극과 <뮤직 오브 하트>처럼 가슴 따듯한 드라마도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감독이다. 그렇다고 그 또한 실패가 없었던 건 아닌데, <영혼의 목걸이>(Shocker)도 그런 쪽에 속한다. 전기충격으로 사형 집행한 연쇄살인마가 전기의 힘으로 타인의 몸을 옮겨 다니며 살인을 계속한다는 내용부터 전체적인 연출까지, 당시에는 충격이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자 금방 말이 안 되고 촌스러운 것으로 전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본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으로 기억하지만 뒤늦게 관람한 이들은 오히려 코미디 영화 같다며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도 배우들의 열연과 아이디어 자체는 무척 인상적이라고.

- 영혼의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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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마이클 머피, 피터 버그, 카밀 쿠퍼, 미치 필레기
개봉
1989.03.23.
일라이 로스 <그린 인페르노>
2000년대 공포 영화계 최고 슈퍼스타라면 당연히 일라이 로스일 것이다. 대중에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도니 역으로 유명하지만, 공포 영화 팬들에겐 영화 <호스텔>의 감독으로 스타로 발돋움했다. 슬로바키아를 여행하던 일행이 납치돼 고문을 당한다는 내용의 슬래셔 영화 <호스텔>은 고통에 초점을 맞춰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 다른 궤를 그리며 주목받았다. 당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쏘우> 등 다른 공포 영화들이 지향하는 ‘고통스러운 죽음’에서 특히 고통 묘사에 집중하면서 그 시절 공포 영화의 수장처럼 자리매김했다. <호스텔>의 성공신화 이후 일라이 로스는 여러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것만큼 반향을 일으킨 영화가 없다. 다만 <그린 인페르노>는 다시 돌이켜볼만 공포 영화. 정글에 떨어진 일행이 식인종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은 ‘일라이 로스가 또 낯선 땅을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호스텔>의 잔인한 묘사에 다소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를 잘 곁들였다는 평을 받았다. 공포 영화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카니발 홀로코스트>의 일라이 로스판이라고 보면 적합할 듯하다.

- 그린 인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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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일라이 로스
출연
로렌자 이조, 에이리얼 레비, 다릴 사바라, 아론 번즈
개봉
미개봉
조지 로메로 <다이어리 오브 더 데드>
현재 공포 영화계는 조지 A. 로메로에게 빚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지 A. 로메로는 1968년, 시체들이 살아움직인다는 내용의 공포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공개했다. 다른 영화들처럼 엄청 잔인한 거나 초월적인 공포가 아니었지만, 이성을 잃은 사람이 사람을 뜯어먹는다는 설정은 대중에게 어마무시한 공포를 안겼다. 조지 로메로의 영화는 대중에게 ‘좀비’라는 가성의 개념을 정립하며 공포영화계에 파장을 불러왔다. 조지 로메로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체들의 새벽>, <시체들의 낮>까지 삼부작을 완성했는데, 이후 2005년 새로운 작품 <랜드 오브 데드>로 시리즈를 이어갔다. 이중 <다이어리 오브 데드>는 좀비 사태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빌렸다. 제아무리 원조 맛집이라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과 좀비라는 소재가 원체 많이 소비됐기에 적잖은 혹평을 받았다. 다만 일상 속 영상미디어의 비중이 높아지는 세태를 지적하는 메시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을 발하고 있다는 재평가도 받고 있다.

- 다이어리 오브 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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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지 로메로
출연
미쉘 모건, 조슈아 클로즈
개봉
미개봉
죠 단테 <스몰 솔저>
죠 단테가 공포 영화로 유명하긴 한데, 굳이 그를 공포라는 카테고리에 두기도 참 그렇다. 그의 대표 시리즈 <그렘린>이 보여주듯, 그가 선보이는 공포는 대놓고 무서운 것보다 일상의 비틀림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 필모그래피 대다수가 정통 공포보다는 모험 영화나 복합장르 영화가 많은 것도 그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명백히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스몰 솔저>가 죠 단테가 좋아하는 지점이 참 많이 담긴 영화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장난감이 인류를 공격한다는 스토리, 악역 장난감이 착하고 주인공 장난감이 악당인 아이러니, 장난감들이라고 코웃음치기엔 섬뜩한 장면 등등. <그렘린>만큼 대대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으나 죠 단테 감독만의 기묘한 공포 감각을 맛보기엔 충분해보인다.

- 스몰 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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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죠 단테
출연
데이빗 크로스, 제이 모어, 알렉산드라 윌슨, 데니스 리어리, 그레고리 스미스, 딕 밀러, 커스틴 던스트, 야곱 스미스, 조나단 벅, 케빈 던, 앤 매그너슨, 웬디 샬, 필 하트만, 아치 한, 로버트 피카르도, 줄리어스 테넌, 벨린다 발라스키, 랜스 하워드, 잭키 조셉
개봉
1999.06.12.
샘 레이미 <심플 플랜>
<이블 데드> 시리즈, <다크맨>, <스파이더맨> 시리즈…. 할리우드 대표 ‘자수성가 감독’ 샘 레이미의 필모그래피는 대표작만 놔도 풍성하다. 저예산과 블록버스터 모두 아우른 그의 활동은 빼어난 연출력을 입증했다. 그렇기에 <심플 플랜>은 다소 억울할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거금의 돈 때문에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 <심플 플랜>은 배우들의 열연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조명, 적재적소로 장면을 포착하는 카메라 등 많은 호평을 받았다. 다만 하나 예상 못 한 것이 있다면 분명 꽤 뛰어난 스릴러 겸 범죄 영화인데, 코엔 형제의 영화를 연상시키고 하필 샘 레이미의 제2 전성기 <스파이더맨> 전전 작품이라서 유독 언급이 적기 때문. 어떻게 보면 샘 레이미 감독 인생의 한 단락을 마무리한 수작인데, 이어진 블록버스터 폭격에 다소 묻히고 만 것. 그래도 최근 샘 레이미의 작품이 다소 미적지근하면서 그의 팬들이 다시금 찾는 영화이긴 하다.

- 심플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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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샘 레이미
출연
빌 팩스톤, 빌리 밥 손튼, 브리짓 폰다
개봉
1999.12.04.
제임스 완 <데스 센텐스>
감독으로도, 제작자로도 맹렬히 활동하며 <쏘우> 시리즈와 <컨저링> 유니버스로 호러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제임스 완. 제작 작품이 획일화된다는 비판이 있어도, <말리그넌트> 같은 참신한 작품이 나오고 티켓파워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쩌면 잊혔다고 말할 수 있는 <데스 센텐스>는 눈앞에서 자식을 잃은 아비의 복수극이다. <쏘우>로 역대급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내놓은 <데스 센텐스>는 사람들이 기대한 ‘매운맛’은 아니었다. 극한으로 치닫는 복수극은 분명 아릿하지만 정돈된 느낌 없이 무리수가 많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한 (주특기 공포 영화) <데드 사일런스>가 좀 더 화제를 모은 것도 한몫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데스 센텐스>의 무드와 정서가 복수극 영화로선 최고급이라는 재평가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 데스 센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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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완
출연
케빈 베이컨, 가렛 헤드룬드
개봉
2007.12.06.
존 카펜터 <화성의 유령들>
과거 ‘훌륭한 B급 영화’라면 존 카펜터의 작품이 줄줄이 이어진 시절이 있다.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할로윈> 시리즈를 비롯, <분노의 13번가>, <괴물>, <안개>, <뉴욕 탈출> 등등 영화광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존 카펜터 영화가 빼곡했다. 그렇게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그가 팬들 사이에서도 ‘한물갔나…?’라는 의심을 샀던 영화가 <화성의 유령들>이다. 22세기 화성 식민지, 화성 경찰대가 분노에 휩싸인 화성 원주민 유령과 마주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짬뽕’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체로 <매드 맥스>, <토탈 리콜>, <이벤트 호라이즌>, (자신의 영화) <뉴욕 탈출> 등등. 이 영화는 2001년에 나왔는데 90년대 영화의 향기가 났으니 다소 늦게 당도한 셈. 그래서 B급 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인데도 너무 허접하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지금 와서는 명작으로 추앙받는 존 카펜터의 영화들과 달리 여전히 컬트의 한구석을 지키고 있으니 어쩌면 진짜 B급 중 B급인 것 아닐까.

- 화성의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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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카펜터
출연
아이스 큐브, 나타샤 헨스트리지
개봉
2002.04.26.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