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조수 ‘로빈’ 같이 히어로를 옆에서 돕는 캐릭터를 사이드킥(sidekick)이라고 부르는데요. 단순히 조력자에서 멈추지 않고 그를 대신할 정도로 성장하거나, 적과 손잡고 배신하기도 하면서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 필수요소입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사이드킥들을 돌아보면 영화를 좀 더 입체적으로 즐기실 수 있겠지요?
1. 앤트맨의 의처증에 시달리는 ‘와스프’(WASP)
와스프는 앤트맨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마블의 대표적인 사이드킥입니다. 본명은 자넷 반 다인(Janet van Dyne). 1대 앤트맨이었던 행크 핌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과정에서 와스프로 거듭납니다. 와스프의 대표적인 능력은 앤트맨처럼 몸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것인데요. 말벌처럼 날개가 있어서 날 수 있고 충격파(bio-electric blasts)를 발사할 수 있습니다. 곤충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도 앤트맨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그녀의 능력은 특유의 친화력입니다. 앤트맨의 사이드킥으로 시작한 그녀는 어벤져스의 리더로 성장하지요. 그러나 행크 핌은 이렇게 여러 남자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와스프에 대한 집착이 굉장했었습니다.
MCU의 <앤트맨>에서는 1대 앤트맨이 딸 ‘호프 반 다인’에게 와스프의 수트를 보여주는 쿠키 영상으로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미드 <로스트>와 ‘호빗’ 시리즈를 통해 액션 히어로의 면모를 증명한 에반젤린 릴리가 와스프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2. 알고 보면 비행청소년이었던 ‘팔콘’(Falcon)
팔콘의 본명은 새뮤얼 토머스 윌슨(Samuel Thomas Wilson)으로 평소엔 마음씨 좋은 사회복지사입니다. MCU에서 팔콘은 묵묵하게 캡틴 아메리카를 돕는 조력자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코믹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적으로 먼저 등장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만 부모를 범죄로 잃고 삐뚤어집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캡틴 아메리카의 숙적 레드 스컬의 부하가 됩니다. 그러나 곧 캡틴 아메리카에게 교화되고 트레이닝을 받아 강력한 사이드킥 캐릭터가 되지요. 1969년 <Captain America #117>(1969)부터 등장해 꾸준히 캡틴 아메리카를 지원하고 있으며, 캡틴 아메리카가 잠시 능력을 잃은 사이, 캡틴 아메리카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코믹스에서 팔콘의 비행수트는 파괴된 적이 있지만 이후 블랙 팬서의 도움 아래 비브라늄으로 업그레이드된 수트를 얻습니다. 특이한 점은 팔콘도 자신의 사이드킥 레드윙(Redwing)이 있다는 것인데요. MCU에서는 레드윙이 첨단 드론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코믹스에서는 실제 새로 등장합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선 팔콘이 블랙 위도우에게 레드윙을 귀여워해달라며 조르다가 변태 취급을 당하지요.
3. 선도부장 ‘워머신’(WAR MACHINE)
워머신의 본명은 제임스 루퍼트 로즈(James Rupert Rhodes)이고 토니 스타크는 보통 ‘로디’(Rhodey)라고 부릅니다. 코믹스에서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아이언맨과 함께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한때 토니 스타크가 죽은 것으로 위장할 때, 아이언맨 수트를 입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워머신이 됩니다. 평소엔 사생활이 난잡한 토니 스타크 옆에서 그가 너무 탈선하지 않도록 살뜰하게 챙기는 역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테렌스 하워드가 워머신을 연기했었는데요. 2편부터는 돈 치들이 맡게 되었습니다. 돈 치들의 워 머신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는데요. 최근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스트레인지가 수술 스케쥴을 논의하는 동안 ‘전투용 수트를 입었다가 척추를 다친 공군’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워머신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만약 스트레인지가 집도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코믹스에서는 팔, 다리, 오른쪽 눈 등이 손상되어 티타늄과 비브라늄으로 구성된 기계장치에 의존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탑재되면서 더 강력한 캐릭터가 됩니다.
4. 소심한 냉미남, ‘윈터 솔져’(WINTER SOLDIER)
캡틴 아메리카의 오래된 친구이자 사이드킥 윈터 솔져는 적에게 세뇌되어 캡틴을 공격합니다. 본명은 제임스 뷰캐넌 반즈(James Buchanan Barnes). 버키라고 불릴 때가 많습니다. 코믹스에서는 신비의 물질로 만들어진 ‘코스믹 큐브’를 이용해 캡틴이 버키의 기억을 되돌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돌아온 기억에 괴로운 나머지 다시 혼자 고립하는 길을 택합니다. <Captain America: The Death of Captain America>에선 스티브 로저스를 대신해 캡틴 아메리카로 잠시 활동합니다.
코믹스에서는 캡틴의 친구라기보다는 ‘손 많이 가는 동생’ 같은 느낌일 때가 많습니다. 영화에서든 코믹스에서든 캡틴을 힘들게 하는 ‘민폐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얼굴의 반을 가리고 나와도
잘생긴 ‘냉미남’ 세바스찬 스탠이 배역을 맡으면서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5. 원래는 날씬한 무술가 ‘웡’(Wong)
웡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에인선트 원을 어린 시절부터 모셨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에인선트 원의 명령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수로 활동합니다. 코믹스에선 말 없고 예민한 무술 고수로 그려집니다. 약혼자인 이메이를 되살리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배신하고 살로메와 손을 잡은 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트레인지를 충실하게 보좌합니다. 스트레인지 역시 웡의 뇌종양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모험하는 걸 보면, 웡에 대한 신망이 두텁습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푸짐한 외모의 베네딕 웡이 배역을 맡아 ‘웡이 웡을 연기한다’는 식의 농담이 가능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스트레인지를 모신다기보다 ‘개그 포인트가 이상하고 까칠한 동료’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계 사이드킥, ‘아마데우스 조’(Amadeus Cho)
MCU에서 활약했으면 하는 사이드킥 캐릭터로는 한국계 미국인 아마데우스 조가 있습니다. 그는 헐크의 사이드킥이며, 세계에서 7번째로 머리가 좋은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체적인 능력은 보잘 것 없지만 뛰어난 지능을 전투에 활용합니다. 물리학 지식을 이용해 미사일에 작은 물건을 던져 궤도를 돌리는 식이지요. (만화지만 너무 하네요.) <Totally Awesome Hulk>부터는 감마선으로 헐크와 비슷한 몸을 갖게 됩니다. 괴물로 변신하고 나서도 이성을 유지할수 있는 ‘사기 캐릭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잠깐 등장하는 너드(Nerd) 청년이 ‘아마데우스 조’라는 의견이 있지만, 영화나 크레딧에서 그렇게 불린 적은 없습니다. 참고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우리나라 배우 수현이 연기한 ‘헬렌 조’가 바로 그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