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조합이라니! 한국 SF 영화 신기원 <정이>, 관전 포인트 5가지?

<정이> 티저 포스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는 폐허가 되고

인류는 우주에 새로운 터전 ‘쉘터’를 만들어 이주한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윤정이’(김현주)는

수많은 작전의 승리를 이끌며 전설의 용병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되고,

군수 회사 크로노이드는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AI 전투병 개발을 시작한다.

35년 후, ‘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는데….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부산행>(2016)과 <반도>(2020)를 기억한다면? 초자연적 현상과 사후세계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그렸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과의 연결고리는? 그렇다. 바로 연상호 감독이다. 작품마다 놀라운 세계관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한번 더 손을 잡았다. 1월 20일 공개되는 SF영화 <정이>가 그 주인공이다. 과연 <정이>는 한국 SF영화의 신기원을 열 수 있을까?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 GV에서 쏟아진 감독과 배우들의 ‘말말말’들로 <정이>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하나. 액션 배우로 거듭난 김현주를 주목하라!

<정이>에서 김현주 배우는 더 이상 예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다. 강력한 체력과 그보다 더 강인한 정신으로 무장한 최고의 용병 윤정이로 분한 김현주는 마치 <엣지 오브 투모로우>(감독 더그 라이만, 2014)의 전설적인 전사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를 떠올리게 한다.

김현주 배우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 <지옥>에서 이미 한 차례 액션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이번 <정이>의 액션 작업에 대해 김현주 배우는 “연상호 감독님은 <지옥> 때에도 그전까지는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액션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게 해주셨다. <정이>에서는 그것보다 더 과한 액션씬뿐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들도 많았다”라면서 새롭게 도전한 모습을 설명했다. 또한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지만, 무술팀과 합을 맞춰보며 충분한 연습을 했다. 세트 같은 곳에서 스태프들이 다들 재밌게 신이 나서 저도 같이 신나게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이>에서 김현주 배우의 액션씬은 기대 이상이다. 전설적인 용병 윤정이 시절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뇌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AI 전투로봇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로봇들을 압도하는 장면들에서 김현주 배우가 공들였을 시간의 무게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연상호 감독은 “SF 액션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더 처절한, 둔탁한 느낌이 드는 액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정이>에서 철저히 김현주식 액션으로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어쩌면 <정이>를 터닝포인트로 김현주 배우의 차기 필모그래피가 액션 영화로 채워지는 건 아닐지? 에밀리 블런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둘. 과학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뇌복제로 AI 전투병 생산하는 2194년!

<정이>의 주요 사건은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 쉘터에서 발생하는 전쟁들이다. 크고 작은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던 최고의 용병 윤정이는 마지막 작전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된다. 결국 가족은 군수 회사 크로노이드의 제안, 즉 윤정이의 뇌를 제외한 나머지 육체는 폐기처분 한다는 데 동의한다. 홀로 남은 딸 서현이를 돌봐준다는 조건이었고, 그 대가는 윤정이의 신체를 포함한 모든 부위는 연구 목적으로 또는 상업적 이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왜 뇌였을까? 최근 가장 ‘핫한’ 학문 분야 중 하나인 ‘뇌과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 어떤 능력이 있고,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숨겨진 기능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들은 여러 영역에서 논의 중이다.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냄으로써, 인간의 행동과 마음의 작동 원리까지 알아내려는 연구 역시 인지과학의 영역에서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정이>의 배경은 2094년. 앞으로 약 70년 후의 미래다. 인류가 우주 공간에 거주지를 마련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되는 미래에 뇌의 비밀이 어디까지 풀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분명 진일보했을 거란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 면에서 군수 회사 크로노이드가 ‘뇌복제’에 착안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질문 하나. 인공관절, 인공 장기의 시대를 지나 마침내 뇌복제로 만들어낸 인간은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정이>에서 군수 회사 크로노이드는 뇌복제로 다시 태어난 수십, 수백의 로봇 정이가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작전에서 왜 실패를 되풀이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데 혈안이다. 이유를 찾아야 이를 극복할 AI 전투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정이 로봇의 뇌에서 새로운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는 이것은 결국 무엇이었을지, <넷플릭스>에서 확인하시길!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셋. 눈 앞에 펼쳐지는 미래 세계 엿보는 즐거움!

<정이>의 주된 공간인 크로노이드 연구소는 압도적인 높이의 거대한 구조물로 구현되었다. ‘정이’의 전투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곳으로 지속적인 전투가 반복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크로노이드 연구소 내부 모니터실을 구현한 세트는 복잡하게 세팅되어 있는 컴퓨터 선과 다양한 사이즈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연구 성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놓여진 소파 등 전투용병 AI를 개발하기 위해 세팅된 디테일한 소품들을 배치했다.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22세기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정이>의 프로덕션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는 SF적 세트에 대한 노하우들이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제작진 모두가 베테랑으로서 그 세트들을 구현해준 것에 대해 굉장히 놀라웠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이 온전히 스크린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건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 조명, 세트, VFX까지 모든 팀이 유기적으로 협업했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전작들에 비해 촬영장에 그린이 제일 많았던 영화였다. 전체 CG로 구현되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보니, 컨셉 아트를 완전하게 그린 상태에서 그대로 작업해야했다”라면서 <정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정이>에서 로봇 정이 역시 김현주 배우의 맨 얼굴로 연기하는 분량이 많다. 영화 후반부에서 로봇 마스크의 정이가 나올 때 관객들은 김현주 배우의 얼굴을 한 로봇 정이의 얼굴에 그닥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윤정이’와 닮은 눈을 가진 로봇 ‘정이’가 실제의 ‘윤정이’와 비슷한 감정표현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가장 처음 CG를 작업한 장면인데, 정이가 눈 깜빡거리는 걸 CG에 결합하고, 눈 안에 반사광을 조절해가면서 눈물이 맺힌 느낌을 줬다”라고 밝혀,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로봇임에도 감정이 느껴지게 만들기 위한 <정이>만의 각별한 노력을 전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 SF영화로 구현된 ‘연니버스’(ft. 모성애)

<부산행>과 <지옥> 등에서 좀비, 초능력, 사후세계까지 작품마다 창의적인 세계관과 새로운 도전 행보를 보여온 연상호 감독. 늘 기존 장르의 문법과 스타일을 비틀어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전 세계인과 성공적으로 만났던 그이기에 <정이> 또한 우리가 알던 SF 영화에서 또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시작에 대해 “한 아이콘으로서의 인물의 해방기를 생각했고, 그 인물의 해방을 하는 주체가 딸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SF 영화로서의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라며 <정이>의 첫 시작을 설명했다. 또한, “<정이>는 SF장르이기도 엄마와 딸 사이의 일종의 멜로물이다. 사이버펑크적인 요소가 많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감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을 했고 캐스팅을 진행했다”라고 언급하며 각기 다르게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SF 장르로 AI라는 소재를 채택했지만, 작품 전반에 깔린 정서는 인간성, 모성애 등 굉장히 기본적인 공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이>에서 전하고 싶었던 모성애와 같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주제이며 서사에 SF라는 외피를 입힌 것.

또한 연상호 감독은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서사라고 해서 주제 의식이 얕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이>에서 서현에게는 살아있는 엄마가 존재한다. 병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긴 하지만 늙어가는 엄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복제 로봇들을 보고 진짜 엄마라고 착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렇다면 영화 후반부에 서현과 AI로봇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유대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연상호 감독은 “전쟁 이후 현재까지 몇십 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서현은 알지 못하는 정이만의 명분과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서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를 닮은 AI로봇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싶은 딸의 감정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감정일 거다. SF 배경 안에서 더 이해되지 않을까 싶었다. 보편적 서사를 갖고 있지만, 주제가 가볍지만은 않다. 편안하게 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곱씹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게 제 기획 의도이다”라고 <정이>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을 설명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마지막. 대배우의 유작, 굿바이 강수연.

<정이>를 꼭 봐야 할 마지막, 아니 사실상 단 하나의 이유는? 한국 영화의 영원한 전설로 남은 고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에서 강수연 배우를 크로노이드 연구팀장 서현 역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먼저 문자를 보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배님과 잠깐 만나 인사했던 기억까지 구구절절하게, 아주 구질구질하게 보냈다. 그런데 답장이 없었다. 나중에 강수연 배우를 만나 선배님 왜 그렇게 답장 안 하셨는지 하고 여쭤봤더니 스팸 문자인 줄 아셨다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이>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현장에서 강수연 배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연상호 감독은 “현장에서는 선배로서,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하면서 현장을 잘 지탱해 주셨다. 사실 선배님이 생각하거나 원했던 현장과는 많이 달라 낯선 점도 있으셨을 텐데 내색 없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라고 회고했다.

또한 김현주 배우는 “처음부터 너무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정도 많으시고,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셨던 사람”이라고, 류경수 배우는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며 강수연 배우와 함께 작업했던 남다른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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