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익숙한 히어로 배트맨이 완전히 새롭게 돌아왔다. 3월 1일 개봉한 <더 배트맨>은 맷 리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맡아 고담시의 연쇄 살인과 이면을 그렸다. 새로운 세계관과 스타일로 무장한 작품답게 여러 면에서 호기심을 끌며 관객들을 극장에 잡아두고 있다. 원작 팬덤이 두텁고 촬영 또한 다사다난했던 만큼 <더 배트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IMDb 트리비아 항목과 배우들의 인터뷰 등을 종합했다.

- 더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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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앤디 서키스, 조 크라비츠, 폴 다노
개봉
2022.03.01.
▶ <더 배트맨>은 원래 DCEU(<맨 오브 스틸>부터 시작한 DC 확장 유니버스)와 연계되는 배트맨 단독 영화였다. 그래서 당시 배트맨을 연기하던 벤 애플렉이 연출, 각본, 주연을 맡는 것으로 기획됐다. 이 영화에선 데스 스트록(조 맨가니엘로)와 아캄 수용소가 그려질 예정이었다.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와 벤 애플렉의 하차로 영화는 여러 감독을 거쳐 맷 리브스에게 돌아갔다. 맷 리브스는 처음 연출 제의가 왔을 때 벤 애플렉이 집필한 <더 배트맨>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는 시나리오가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 같았다며 무척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배트맨 영화는 좀 더 누아르적인 탐정 이야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시나리오로 연출하기로 결정하고 연출을 맡았다.
▶ 맷 리브스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굿 타임>에서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다 썼을 때 “로버트 패틴슨이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어린 시절부터 <배트맨> 광팬이었고, 제의가 오지 않았을 때조차 무조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끝내고 8개월 뒤 첫 미팅했을 때야 비로소 패틴슨은 자신이 브루스 웨인의 모델임을 알았다. 로버트 패틴슨이 아니었다면, 니콜라스 홀트가 2순위 캐스팅이었다.
▶ 리브스는 브루스 웨인을 저택에 은둔하는 록스타라는 시점에서 접근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 너바나의 음악을 들었으며, 영화에 그 음악을 사용했다. 영화 초반 브루스 웨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트 케이브에 들어가는 장면에 나온 ‘썸씽 인 더 웨이’(Something In The Way)가 너바나의 노래다.
▶ 리브스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배트맨에 로버트 패틴슨, 캣우먼에 조 크라비츠, 리들러에 폴 다노를 상상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의 1순위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그 외에 조나 힐이 리들러를 원했다, 리브스가 원한 고든 역 배우는 마허샬라 알리라는 루머가 있었다.
▶ 2019년 5월 16일, 로버트 패틴슨이 <더 배트맨>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처음 보도됐다. 패틴슨은 이때 굉장히 화가 났다고 하는데, 당시 그는 캐스팅이 유력하긴 했지만 스크린 테스트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었어서 이런 보도에 계약이 뒤집어질까 걱정했던 듯하다.
▶ 로버트 패틴슨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을 촬영하던 중 <더 배트맨>의 스크린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더 배트맨> 관련 소식은 기밀이었기에 패틴슨은 놀란에게 ‘가족 응급 상황’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미 워너브러더스와 배트맨 영화(<다크 나이트> 3부작)를 만든 전적이 있는 놀란은 <더 배트맨> 스케줄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를 위해 어두운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 그의 원래 머리칼 색은 밝은 갈색에 가깝다. 그는 발 킬머 배트맨의 슈트를 입고 스크린 테스트를 맡을 예정이었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조지 클루니 배트맨의 슈트를 입고 테스트를 받았다.
▶ 로버트 패틴슨과 조 크라비츠는 영화 촬영 전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촬영 시작 몇 달 전부터 같이 운동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맷 리브스는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웠기에 촬영장에서 호흡이 금방 맞았다고 한다.
▶ 로버트 패틴슨과 조 크라비츠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선배, 크리스찬 베일과 미셸 파이퍼에게 각가 조언을 구했다. 두 배우는 공통적인 조언을 줬는데, “슈트를 입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 콜린 파렐은 오스왈드를 연기하기 위해 분장을 받아야 했다. 특히 얼굴 부분은 6개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것이라서 촬영장에 들어갈 때마다 이음새가 제대로 이어졌는지 꼼꼼하게 검사를 받았다. 그는 분장을 한 채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는데,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콜린 파렐은 촬영 중간중간 감독과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이 아닌 오스왈드가 했을 법한 말들을 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맷 리브스의 말에 따르면 <대부>의 프레도 콜레오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콜린 파렐은 시가를 피우는 장면을 원했지만 흡연 장면을 줄이는 영화계 흐름상 거절당했다고 한다. 현재 콜린 파렐의 펭귄이 주인공인 스핀 오프 드라마가 기획 중에 있다.
▶ 맷 리브스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 나타난 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가 리들러에게 영감을 줬다고 한다. “여기 리들러가 말한다”는 리들러의 대사는 조디악 킬러가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나온 문구 “조디악 가라사대”(This Is the Zodiac Speaking)를 연상시킨다. 폴 다노는 리들러를 연기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 <배트맨> 세계관 속 빌런 중에서 유명한 축에 속하는 펭귄/오스왈드 코블팟과 리들러는 실사 영화로는 1992년 <배트맨 2>와 1995년 <배트맨 포에버> 이후 처음으로 돌아왔다. 당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대니 드비토와 짐 캐리.
▶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 캣우먼을 연기한 조 크라비츠는 1966년 TV 드라마 <배트맨>의 어사 키트, 2004년 <캣우먼>의 할리 베리에 이어 세 번째 흑인 캣우먼으로 발탁됐다. 영화에 영향을 줬다는 코믹스 <배트맨: 이어 원>에서 셀리나 카일이 흑인으로 묘사된 바 있다.
▶ 맷 리브스는 <더 배트맨> 연출로 배트맨 프랜차이즈와 <혹성탈출> 프랜차이즈 모두 참여한 두 번째 감독(첫 번째는 팀 버튼)이 됐다. 영화음악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는 대니 엘프만, 한스 짐머, 론 밸프와 함께 <배트맨> 영화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모두 참여한 영화음악가가 됐다. 마이클 지아치노는 <더 배트맨>과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대니 엘프만은 <배트맨> 1~2편과 <미션 임파서블>, 한스 짐머는 <다크 나이트> 3부작·<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미션 임파서블 2>, 짐 밸프는 <레고 배트맨>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및 앞으로의 속편을 맡았다.
▶ 촬영이 세 번이나 중단됐다. 2020년 1월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촬영을 중단했다. 이후 8월에 재개했으나 로버트 패틴슨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중단. 이후 9월 17일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재촬영 등 모든 촬영이 종료된 건 2021년 3월 12일이었다.
▶ 로버트 패틴슨은 인터뷰에서 “<더 배트맨>이 흥행 실패한다면 아트하우스 포르노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더 배트맨>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가 승자”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다만 로버트 패틴슨의 발언은 본인이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블록버스터 영화감독들이 연락을 주지 않는다며 이번 영화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농담에 가깝다.
▶ 맷 리브스가 밝힌 <더 배트맨>의 레퍼런스들은 이렇다. 코믹스 <배트맨: 이어 원>, <배트맨: 에고>, <배트맨: 롱 할로윈>, <배트맨: 제로 이어>와 영화 <마인드헌터>(드라마 <마인드 헌터>의 원작), <콜걸>, <차이나타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프렌치 커넥션>, <택시 드라이버>, <라스트 데이즈>. 붉은 색을 자주 활용하는 프란체스코 프란카빌라(Francesco Francavilla)의 그림 또한 모티브가 됐으며 버나드 허먼이 작곡한 <택시 드라이버> 오리지널 스코어 가운데 ‘땡스 갓 포 더 레인’(Thank God for the Rain)을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다.
▶ 로버트 패틴슨은 워너브러더스와 총 3편의 영화를 계약했다고 알려졌다. 즉 로버트 패틴슨과 <더 배트맨>은 다시 돌아올 전망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