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핵심은 누가 뭐래도 ‘멀티버스’일 것이다. 하나의 우주가 아닌 다양한 평행 우주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MCU는 무한히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핵심을 멀티버스로 삼는 것은 기본이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처럼 팬들에게 선물 같은 장면들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MCU에서 포기한 삭제 장면들도 이제는 ‘만일 이랬다면?’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해외 매체 ‘덴 오브 긱'(Den of Geek)에서 MCU의 삭제 장면 10가지를 선정했는데, MCU의 팬이라면 만일 이랬다면 하고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겠다.
※ 본문은 MCU 영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아이언맨>
<아이언맨>은 MCU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작품이자, 처음으로 ‘어벤져스’라는 큰 그림을 암시한 영화다. 지금이야 MCU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엔딩크레딧 후 쿠키영상을 시도했는데, 여기서 닉 퓨리가 등장해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운을 뗐다. 재밌는 건 이 장면도 다른 버전이 있었다는 것. 처음 촬영한 이 버전에서 닉 퓨리는 ‘방사선 벌레’와 ‘돌연변이'(뮤턴트)를 언급한다. MCU 출격 이전까지만 해도 마블의 간판이었던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타 영화사와의 판권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은 별도의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고, 마블 또한 쿠키 영상의 대사를 바꾸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스파이더맨은 소니 픽처스와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부터 등장했다. 엑스맨은 MCU 세계관에서 등장하지 않았으나 최근 <미즈 마블>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통해 합류할 가능성을 높였다.

-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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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기네스 팰트로
개봉
2008.04.30.
캡틴 아메리카가 발견된 이유
<인크레더블 헐크>
MCU의 기반을 다진 초기 영화지만, 이제는 없는 자식 취급받는 <인크레더블 헐크>. 현재 기준 헐크의 마지막 단독 영화이자, 에드워드 노튼의 브루스 배너/헐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다. 지금 MCU의 브루스 배너/헐크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 종종 보이는데, 이 삭제 장면 또한 그래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에서 브루스 배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헐크의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북극에서 권총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내 헐크가 나와 실패로 돌아가고, 분노한 헐크가 빙하를 때려 부순다.
나중에 팬들은 이 장면에서 사방으로 튄 빙하의 파편 속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까 <퍼스트 어벤져> 결말에서 쉴드와 닉 퓨리가 어떻게 캡틴을 발견했는지 나름 복선이었던 것.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음울한 분위기의 장면이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최종본에선 장면을 삭제했다. 아마 이 장면이 수록됐다면, 현재 MCU의 다소 유쾌한 헐크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 인크레더블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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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에드워드 노튼, 리브 타일러, 팀 로스
개봉
2008.06.12.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외치고 살아남은 아르님 졸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암약하는 세력이 적으로 등장해,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유발한다. 그중 관객에게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라면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아르님 졸라가 컴퓨터 형태가 살아남아 여전히 캡틴 아메리카를 노리고 있단 것. 극중 아르님 졸라는 캡틴과 블랙 위도우를 끌어들인 후 스스로 기지에 공격을 가해 최후의 공격을 시도한다. 하지만 시나리오 초고의 아르님 졸라는 공격을 감행하고 캡틴에게 ‘나를 인터넷으로 풀어주면 나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캡틴은 그렇게 탈출하는 길을 먼저 전해 듣고, 아르님 졸라를 풀어주기 직전 아르님 졸라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털어내게 한다. 콘티에도 이 장면이 있었는데, 캡틴이 위험인물 아르님 졸라를 풀어주는 부분이 캡틴의 캐릭터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는지 현재 버전으로 수정했다.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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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 루소, 앤서니 루소
출연
스칼릿 조핸슨, 크리스 에반스,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4.03.26.
스칼렛 위치 강림을 막았을 한 남자의 생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MCU의 두 번째 팀업 무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꽤 많은 부분이 변경되거나 삭제됐던 작품이다. 그중 가장 큰 쟁점은 피에트로 막시모프/퀵실버의 생사였다. 당시 감독 조스 웨든은 퀵실버가 죽는 쪽으로 결말을 잡았는데, 디즈니는 퀵실버가 살아남는 결말을 원했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 모두 촬영했고, 최종적으로 조스 웨든의 비극적 결말이 선택됐다. 만일 여기서 퀵실버가 살아남았다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완다비전>-<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이어지는 완다 막시모프의 비극적 삶은 아예 달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비전이나 퀵실버나 한 사람이라도 그의 곁을 지켰다면 이렇게 멘탈이 무너지지 않았을 테니.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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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릿 조핸슨, 제레미 레너, 돈 치들, 제임스 스페이더,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5.04.23.
캡틴 마블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엔딩을 장식하는 멤버 차이다. 위의 퀵실버 생존 결말로 갔다면 마지막 어벤져스 신규 멤버에 당연히 퀵실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퀵실버 말고도 우리가 생각 못 한 멤버가 한 명 더 있었다. 캡틴 마블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캡틴 마블을 등장시키는 것이 마블의 최초 계획이었다. 실제로 대역을 써서 엔딩 장면의 캡틴 마블 등장까지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이후 영화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건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캡틴 마블 배우를 확정 짓지 못했는지 캡틴 마블이 없는 엔딩 장면을 다시 찍었다. 캡틴 마블은 이후 2018년 <캡틴 마블>을 통해 MCU에 입성했다.
텐 링즈가 직거래 장소에 나왔다?
<앤트맨>
<아이언맨 3>를 본 사람이 마블의 단편, ‘마블 원 샷’을 챙겨보지 않았다면 만다린과 텐 링즈를 호구 집단으로 기억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이언맨 3> 만다린은 그저 허수아비였고 실체는 아예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블은 단편 <올 헤일 킹>에서 진짜 만다린이 따로 있다고 암시했고, 실제로 <앤트맨>에서 텐 링즈의 일원을 출연시켜 앤트맨과의 대립을 예고했다. 대런 크로스/옐로우재킷의 손님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이 남자는 텐 링즈의 상징을 목에 새겼다. 그러나 텐 링즈의 복귀가 미뤄지면서 <앤트맨>에서 해당 인물을 편집됐고, 만다린과 텐 링즈는 2021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야 복귀하게 됐다.

-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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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개봉
2015.09.03.
MCU에도 마일스 모랄레스는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분량 대비 화제를 모은 캐릭터는 애런 데이비스였을 것이다. 도널드 글로버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코믹스에서 2대 스파이더맨 마일스 데이비스의 삼촌이기 때문. 그러니까 애런 데이비스는 MCU 세계관의 마일스 데이비스가 등장하리라, 적어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라는 증거였다. 실제로 촬영한 장면에서 애런 데이비스는 밤늦게까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을 풀지 못한 채 “미안, 마일스, 못 가겠다”라고 통화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장 피터 파커를 바쁜데 괜한 기대감을 준다고 판단했는지 해당 장면을 편집했다. 참고로 애런 데이비스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봤다면 알겠지만) 빌런 프라울러로 활동한 전적이 있다. 어쩌면 도널드 글로버가 복귀할 가능성이…?

- 스파이더맨: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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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개봉
2017.07.05.
욘두가 살아있다?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투입된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 영화만큼 현장 분위기도 유쾌했다. 운 좋게도 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이 테마파크 영상을 촬영 중이었고, 욘두를 맡은 마이클 루커는 <토르: 라그나로크> 촬영장에 들어가 애드립을 쳤다. 해당 장면은 스커지(칼 어번)가 아스가르드인을 참수하라는 헬라의 명령을 듣고 고뇌하는 순간. 이때 욘두가 등장해 “미안한데, 케빈과 루(마블의 제작자들)의 사무실이 어디야?”라고 애드립을 친 것. 이 장난은 카메라에 담기긴 했지만 최종본에선 삭제됐다. <토르: 라그나로크> 전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욘두가 사망했기에 장면을 쓸 수 없다고 판단했을 듯하다. 당시엔 멀티버스 개념이 다소 애매했기에 관객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었고.

- 토르: 라그나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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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10.25.
갑자기 나오기엔 너무 이상한 리빙 트리뷰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어벤져스: 엔드게임>
만일 이 부분이 영화에 나왔다면 복불복이었을 것이다. 팬들의 환호를 받거나, 영화만 보는 관객들의 어리둥절함을 사거나. 히어로들과 타노스 세력의 대립을 그린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장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선 리빙 트리뷰널이 나올 예정이었다. 리빙 트리뷰널은 마블 세계관의 신적 존재 중 하나로 전 우주에 일어나는 사건의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이다. 타노스가 저지를 일이 전 우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빙 트리뷰널이 닥터 스트레인지와 타노스를 만나는 장면이 그려질 예정이었다. 리빙 트리뷰널을 아는 원작 팬이라면 납득할 만한 전개였으나, 영화만 보는 팬에겐 리빙 트리뷰널부터가 너무 낯선 존재라는 점이 문제였다. 제작진은 리빙 트리뷰널이 이렇게 소개하기엔 너무 방대한 개념임을 인정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해 그의 출연을 없앴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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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앤서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릿 조핸슨, 제레미 레너, 돈 치들, 폴 러드, 브리 라슨, 카렌 길런, 브래들리 쿠퍼, 조슈 브롤린
개봉
2019.04.24.
난봉꾼 제우스 VS. 따듯한 제우스
<토르: 러브 앤 썬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는데, 삭제 장면의 주인공은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제우스다. 극중 제우스는 오만하게 굴다가 토르에게 무기도 뺏기고 크게 한 방 먹으며 극에서 물러나는데, 삭제 장면은 토르의 조력자가 되는 전개였다. 제우스는 지구에 있는 토르에게 찾아와 직접 무기를 건네주며 조언까지 해준다. 최종본과 워낙 다른 모습이라서 아마 중간 전개 또한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다. 이 삭제 장면의 제우스는 아버지 오딘을 잃은 토르에게 아버지처럼 존경할 수 있는 ‘신’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공개 후 제우스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만일 이 버전의 제우스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 토르: 러브 앤 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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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테사 톰슨,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 프랫, 타이카 와이티티
개봉
2022.07.06.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