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랑 서두만 읽고 이 영화 찾으려고 쭉 내린 사람, 있을 것이다(아마도).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 중 평단에서 가장 인정받았다. 아름다우면서 기괴한 동화, 잔혹동화 같은 말이 영화가 된다면 딱 이 영화다. 한 아이가 동화 속 존재를 만나고 숨겨진 공간으로 간다, 이런 이야기는 동화 카테고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같은 현대소설도 <나니아 연대기> 같은 고전도 이런 식으로 시작하니까. 하지만 <판의 미로>, 누구 영화던가. 괴수를 사랑한 남자 기예르모 델 토로 아니던가. 판타지는 기괴하게, 현실은 잔인하게. 독재 정권 치하의 현실과 기억을 잃은 공주의 귀환 판타지를 겹겹이 포갠 <판의 미로>는 판타지나 풍자 혹은 다른 무엇으로 읽어도 재밌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블레이드>, <헬보이> 등 원작이 있는 영화를 하던 기예르모가 멕시코 시절의 오리지널리티로 다시 돌아간 영화이기도 했다.
<판의 미로> 정도 되는 영화면 이미 많은 사람이 봤을 텐데, 연출이니 스토리니 더 써봤자 판에 박힌 얘기일 뿐. 그렇기에 영화 명성에 비해 언급이 적은 오필리아, 이바나 바쿠에로나 말해볼까 한다. 기예르모는 이바나를 캐스팅하려고 8살 오필리아를 11살로 수정했다. 영화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8살로 설정한 그가 미친놈(…)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이바나는 연기력이 훌륭한 건 물론이고, 굉장히 묘한 인상으로 영화의 모호한 이미지를 갑절로 만든다. 단순히 예쁘다/아니다를 넘어 항상 귀족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이바나를 봤을 때, 기예르모가 얼마나 기뻤을지는 상상도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