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초호화 캐스팅 항공 액션 <비상선언>

<비상선언> 포스터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마침내 공개됐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쟁쟁한 한국 최고의 배우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비상선언> 김남길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의 첫 구상을 이미 10년 전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코로나19 등의 팬데믹이 이어지며 개봉이 몇 차례 연기되기도 하며 비상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을 거친 지금의 시기이기에 <비상선언>은 더욱 공감 가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로 업그레이드 됐다.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은 수상한 의문의 남자 진석 역 임시완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시작된다. 같은 비행기를 탄 재혁 역 이병헌은 비행기를 무서워하면서도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비행기 뿐만 아니라 이 일은 육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밀린 수사 업무 때문에 아내와 계획한 하와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 송강호는 비행기에 탄 아내를 지켜야 한다. 상공과 내륙에서 재난을 맞이한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초유의 사태에 맞선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전도연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아 인간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반드시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 승객을 구해야 하는 부기장 현수 역 김남길은 담담하면서도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여기에 위기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돕는 기내 사무장 희진 역 김소진과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다소 냉철한 인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 역의 박해준까지 모여 이야기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비상선언> 임시완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압도적 존재감 뽐낸 임시완

<비상선언>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임시완이었다. 쟁쟁한 연기 선배들 사이에서 임시완은 ‘돌아버린 눈빛’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미 칸 국제 영화제에서 <비상선언>이 공개됐을 때 외국인들이 임시완을 보고 ‘도대체 저 배우 누구냐?’라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일반적인 빌런의 이미지와는 다른 임시완은 이번 파격적인 역에 대해 “항상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역이 선하건 악하건 행동의 당위성을 먼저 찾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진석이라는 인물은 마치 당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끌렸고 표현에도 자유로웠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는 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비상선언> 박해준, 임시완

한재림 감독은 “원래 재난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곤 한다. <비상선언>은 미국에서 2017년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무차별 난사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범인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알려졌고 별다른 전과도 없었다. 한재림 감독은 “테러범은 의외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인물이었다. 진석의 모티브가 됐다. 진석이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재난의 상징’이다”라고 말하며 임시완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비상선언> 전도연

한재림 감독은 재난 상황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상황만을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서 <비상선언>이 공감되는 이유는 단순히 먼 곳에서 벌어지는 비행기 재난 영화 이상으로 더 넓게 근본적으로 ‘진정한 재난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런 물음은 비행기 속 재난 상황을 넘어 한국 사회, 그리고 국제 사회로까지 펼쳐진다.

한재림 감독과 김소진

한재림 감독은 “사실 재난 이후 일어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 생존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피해자 가족도 아직 고통받고 있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고 재난 이후의 삶을 우리는 어떤 살며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영화 속에서도 그런 의도가 곳곳에 보인다.

세계 최초 회전하는 실제 비행기 사이즈 세트장

무엇보다 <비상선언>이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유는 사실감 가득한 비행기 모습이다. 할리우드 세트 제작 업체와 협력해 실제 대형 비행기를 공수했고 비행기 본체와 부품을 활용했다. 또 세계 최초로 영화를 위해 실제 크기의 비행기를 360도 회전시켰다. 원래 해외 기술자와 일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지며 국내 기술진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외에도 현직 티웨이 송석호 기장의 자문을 받았다. 게다가 한재림 감독은 핸드헬드 촬영을 적극 활용하며 실제로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을 담았다.

한재림 감독은 “100%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영화라고 보지 않고 실제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관객이 받길 바랐다”라고 전했다. <비상선언>에서 인상적인 점은 각 인물들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필요 이상의 감정 과잉 상태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다양한 인간상이 나오는 만큼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각자의 그 방식이 납득이 되고 공감이 간다.

<비상선언> 출연진

인호 역 송강호는 “한재림 감독은 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으로 재난을 표현하기 보다 묵직하고 담담하게 평소 알고는 있지만 막상 잘 느끼지 못했던 사회 공동체의 이야기, 가족이나 이웃 등 소중한 이야기를 차근하게 보여준다. 인호라는 캐릭터도 힘든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우리의 간절함, 절절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크고 작은 재난은 누구나 언제든 당할 수 있다. 그런 재난을 마주했을 때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비상선언>은 그런 물음을 던진다”라고 말했다.

<비상선언> 한 장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된 K-서사

<비상선언>의 이런 영화적 방향성에는 한재림 감독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는 바람이 드러난다. 그는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필름 영화나 다큐멘터리처럼 각 인물들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과장은 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적인 재난 앞에 맞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의도의 일환으로 7인의 주연 배우 외에도 <비상선언>은 비행기에 탄 여러 탑승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다만 힘 있게 쌓아올린 영화의 초중반 부분을 넘어선 후 갑자기 불필요한 소위 ‘신파’가 영화의 중심을 흔든다.

<비상선언> 이병헌

반면 오히려 극 중 중요한 한 축인 이병헌의 서사는 다소 밋밋하게 그려져 좀 더 극적으로 그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극 중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이병헌은 “실제로 20대 중반 때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겪었다. 이후로도 공황을 겪곤 했다. 그런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극 중 이병헌이 맡은 재혁이라는 인물은 훨씬 더 복잡한 이유로 비행기를 무서워한다. 여전히 이병헌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영화 속에서 재혁의 인간적인 각성 과정이 다소 생략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여러 인물의 서사가 나오다 보니 온전히 한 캐릭터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기 힘든 구조적 단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비상선언> 출연 배우와 한재림 감독

이대로 추락하나 했지만 다행히도 <비상선언>은 후반에서 중간에 잃어버린 극의 긴장감을 다시 되찾는다. 한재림 감독은 “답이 정해진 영화는 아니다. 누군가에게 <비상선언>은 해피엔딩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물음표를 남길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연출하고 싶었다. 엔딩을 보며 다양한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비상선언> 송강호

<비상선언>은 ‘재난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악한 면과 선한 면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 속에서 <비상선언>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며 결국에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한재림 감독은 “재난을 마주하고 맞서 싸운 사람들, 그리고 지쳐 있던 우리 모두에게 자그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선보인다”라고 전했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비상선언>은 관객의 마음에 무사 착륙할 수 있을까?


씨네플레이 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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