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 <어디갔어, 버나뎃> 명장면

모든 새것은 언젠간 낡은 것이 된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지점 또한 그렇다. 처음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설 만큼 흥미롭고, 새롭고, 행복하고, 즐겁게만 여겨지던 것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분명 어느 순간엔 눈이 부시도록 빛나던 것이었는데 왜 일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일까.

<어디갔어, 버나뎃>의 주인공인 버나뎃(케이트 블란쳇)은 한때 건축계의 아이콘이었으나 지금은 사회적 제로의 문제적 이웃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그녀는 꽤나 예민하고, 무척 불만이 많으며, 인간관계는 최소한만 유지한다. 하지만 딸에게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옛 동료와는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누군가에게는 속내를 다 털어놓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를 쌓아놓은 듯 복잡다단한 그녀의 여러 얼굴들을 보며 마냥 낯설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 중 하나 혹은 여러 개는 분명 내가 가진 것과도 무척이나 비슷했으니까. 영화는 이러한 버나뎃이 가족 여행을 앞두고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답게 <어디갔어, 버나뎃> 또한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영화는 버나뎃의 딸(엠마 넬슨) 비의 내레이션으로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데, 특히 오프닝 장면과 중후반부 그녀의 독백이 마음에 닿아 오래도록 붙어있었다. 두 장면 속 대사는 앞서 이야기한 ‘왜 인생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은가’에 대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답과 이럴 수밖에 없는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뇌는 디스카운팅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말을 아는가?

누가 선물을 줬다고 가정해 보자.
그게 마음에 쏙 드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면 처음에는 정말 행복하다.

다음 날에도 행복하지만 전날만큼은 아니다.
1년 뒤에는 목걸이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뇌는 왜 이러는 걸까?
살아남기 위해서다.
원래의 것에 익숙해져야만 새로운 위협을 감지할 수 있으니까.

이건 분명 뇌의 디자인상 결함일 거다.
감사함이나 기쁨 대신 위험, 생존 신호나 탐지하다니.

아예 리셋된다면 좋지 않을까?
이제 인간들은 짐승의 습격을 받을 일이 없으니까.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위험 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삶의 아름다움은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아빠도 엄마의 보석 같은 면을 보지 못하게 됐겠지.


절대 엄마에게 지루하다는 말을 해선 안 된다.
엄마는 분명 이렇게 말할 거다.

사는 건 갈수록 지루해질 거고, 인생을 재밌게 만들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걸 빨리 깨닫는 게 좋을 거라고.

어디갔어, 버나뎃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케이트 블란쳇, 빌리 크루덥, 엠마 넬슨, 크리스틴 위그, 주디 그리어

개봉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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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B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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