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모빈 타임~!” 슬프게도 밈으로 레전드 돼버린 <모비우스>

요즘 가장 핫한 영화는 무엇일까. 30여 년 만에 돌아온 톰 형의 전투기 영화? 아니면 이제 곧 4편으로 돌아올 북유럽 신 겸 슈퍼히어로의 영화? 그 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핫한 관심을 받지만, 요즘 ‘다른 의미로’ 가장 핫한 영화는 다름 아닌 <모비우스>다. 코로나19로 개봉 연기를 거듭하다 마침내 올 4월 개봉한 이 영화, 왜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 “1등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꼴등을 해라” 같은 궤변을 직접 실현한 <모비우스>의 잔혹사를 정리했다.

모비우스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자레드 레토, 아드리아 아르호나

개봉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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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 된 이유.yoyak

<모비우스>가 국내에선 다소 소리 소문 없이 망한 편이기에(50만 관객도 넘지 못했다) 이 밈이 낯설 수 있다. 정리하자면 영화가 너무 별로였기에 역설적으로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비꼬던 것이 밈으로 정착했다. 물론 단순히 못 만든 것 때문만은 아니고, 뭔가 있어보이는 척하는 영화의 분위기나 영화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연기를 잘한 배우들, 그리고 매번 단일 영화도 망치면서 SSU(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는 원대한 꿈을 꾸는 소니픽처스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모비우스> 밈을 탄생시켰다. 


마블에서마저 똥볼 찬 명배우 자레드 레토



맷 스미스

<모비우스>가 밈이 된 것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건 아무래도 배우들일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 모비우스를 맡은 자레드 레토, 모비우스의 친구에서 적이 되는 마일로 역의 맷 스미스. 두 배우의 연기는 손색이 없다. 그리고 그 연기력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부각시켰다.

자레드 레토야 할 얘기가 많으니 맷 스미스부터 짚어보자. 맷 스미스가 맡은 마일로는 모비우스처럼 지독한 불치병을 앓다가 모비우스가 만든 불완전한 치료제에 손을 대 뱀파이어가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마일로는 평생 죽음의 공포에서 시달리던 유약한 과거를 벗어던지고 강자로서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모비우스의 ‘성취’를 본인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맷 스미스 또한 판이하게 달라진 마일로를 연기로써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1분도 안되는 짧은 장면이지만 <모비우스> 명장면으로 등극한 댄스 장면.

문제는 정작 영화의 연출이 그의 변화를 너무 어처구니 없이 보여준다는 것. 영화에서 이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자 선택한 방법은 ‘춤’이다. 유약한 육체에 시달렸던 마일로가 춤을 추며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이 너무 뜬금없고 영화의 톤과 맞지 않으니 관객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고 만 것. 이 1분도 안되는 장면이 (나쁜 의미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라 유튜브에서도 200만 뷰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거기다 마일로의 뱀파이어 버전이 모비우스에 비해 디자인이나 퀄리티도 훌륭하지 않은 게 이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맷 스미스는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던 중 <닥터 후>에 같이 출연한 ‘네뷸라’ 카렌 길런이 도전해보라해서 출연했단다. 하지만 카렌 길런은 마블 본가 소속이고 <모비우스>는 소니였다는 걸 미리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이클 모비우스 역의 자레드 레토.

맷 스미스의 노고(?)도 자레드 레토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자레드 레토는 DC코믹스 원작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이미 히어로 영화의 밈이 된 바 있다. 희대의 캐릭터 조커를 맡은 그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열연했지만 촬영본 중 대부분이 편집됐다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상영본에서 나온 건 그저 ‘사랑바라기’ ‘사랑꾼’ 조커여서 지금도 “모든 조커는 옳다. 너 빼고” 같은 밈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모비우스>로 마블 코믹스 세계에 넘어간다고 했을 때, ‘같은 실수’가 될지 ‘복수전’이 될지 그 결과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이미 이런 취급을 받는데 (물론 저 트위터도 합성이다)


<모비우스>가 놀림거리를 더 늘려줬다.

모두의 기대 때문이었을까, 자레드 레토는 <모비우스>로 마블에서마저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도 그의 연기는 문제가 아녔다. 영화는 모비우스를 지독한 답답이로 그렸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변화하는 설득력이 너무 부족했다. 자레드 레토가 열연을 펼칠수록 영화는 단점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맷 스미스처럼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건 아니지만 자레드 레토의 전적이 ‘사랑꾼 조커’라서 그 여파가 이번 작품까지 이어진 기운이 역력하다.



샌더스 대령도 즐기는 <모비우스>

‘팬’들의 반격



<모비우스>를 놀리는데 열성적인 팬덤은 차원을 넘나들며 스칼렛 위치를 만난 모비우스부터


믿을 수 없는 로튼 수치까지 달성한 것까지 온갖 것으로 밈을 양산하고 있다.

모든 밈이 그렇듯 밈은 결국 소비하는 사람이 만들고 공감해야 유행하는 것이다. <모비우스>보다 엉망인 영화도 한가득이지만, <모비우스>처럼 놀리기 좋은 영화는 많지 않다. 배우들이 (연기력에도) 이상하게 망가지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개봉일을 거의 2년 가까이 미룬 것(2020년 7월->2022년 4월) 치고 싱거우니 팬들은 이걸 놀리는 재미로 <모비우스>를 찾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잇츠 모빈 타임!'(It’s Morbin’ time)이란 가짜 명대사가 퍼진 게 쐐기를 박았다. ‘잇츠 모빈 타임’은 파워레인저가 변신할 때 외치는 유명 대사 ‘잇츠 모핀 타임'(It’s Morphin’ Time)을 패러디한 것인데, 어쩐지 <모비우스>와 너무나도 찰떡처럼 어울려서 영화를 더 유명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잇츠 모빈 타임’ 하나로


모든 시간이 모비우스인 자레드 레토부터


혈기왕성 10대까지 사로잡은 ‘역대 최고의 영화’를 넘어


전 세계 352조 달러를 벌어들인 ‘역대 최고의 흥행작’ 밈까지 가져간 <모비우스>



타이리스 깁슨은 팬들의 ‘낚시’에 낚였다. “누가 진실을 말해줘”라고 쩔쩔매는 팬들의 댓글까지 완벽.

이 <모비우스> 놀리기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냐면, 영화에 출연한 타이리스 깁슨조차 속을 정도였다. 팬들은(이 놀리기에 동참한 걸 팬이라고 할 수 있다면) <모비우스>가 역대 최고의 히어로 영화라고 놀리면서 마틴 스코세이지가 <모비우스>를 극찬하는 가짜 기사를 만들었다. 타이리스 깁슨은 이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고 자신의 SNS로 감사인사를 전한 것. 나중에 누리꾼들의 댓글로 진실을 안 깁슨은 황급히 게시물을 지웠지만 그의 낚시는 이미 ‘진짜 뉴스’로 박제된 후였다.

70편까지 예정된 <모비우스> 유니버스(왼쪽). 자레드 레토가 직접 올린 영상(<모비우스 2: 잇츠 모빈 타임>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사실 이제는 밈을 넘어 관계자들조차 모두 인지하고 있는 인기라고 할 수 있다. 자레드 레트가 SNS에 <모비우스 2: 잇츠 모빈 타임>의 대본을 보고 있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으니까. 여기에 (더럽게 눈치 없는) 소니픽처스 본사는 이 인기 맛 좀 보겠다고 6월 3일 상영관을 대폭 늘려 재개봉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83개→1037개 스크린으로 확대했다). 확대 상영은 당연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약 50만 달러를 더 벌었다) 밈을 즐기던 사람들은 재개봉보다 또 하나의 놀림거리가 늘어난 것에 더 즐거워했다. 어쩌면 점점 시들어갈 수 있는 밈에 본사에서 직접 물을 떠먹인 것처럼 보일 정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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