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원작 추천 영화들

바이블과도 같은 작품들을 쏟아낸 애거사 크리스티. 그는 추리 소설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전설적인 인물이다. 영어권에서만 10억 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고, 103개의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으로 선정됐다.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이겨내어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든 그의 작품들은 후대에도 많은 영감을 주며 소설은 물론, 영화, 예능에까지 영감을 줬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한 세기가 넘은 2022년에 또 한 번 그의 작품이 영화화됐다. 정통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원작의 베스트 영화를 꼽아보았다. 만약 리스트에 없지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니 뎁, 조시 게드, 데릭 제이코비, 레슬리 오덤 주니어,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틀리



<오리엔트 특급 살인>

1934년에 출간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수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그의 대표 캐릭터인 에르퀼 포와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미스터리와 모험적인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작품 배경이 유럽 대륙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다 보니, 밀실과 이동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특성을 갖고 있다. 한 남자가 기차 안에서 살해당한 뒤,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증언을 조합해 진실을 밝혀내는 소설로 마치 퍼즐처럼 주어진 증거물들을 머릿속으로 추리해내는 안락의자형 탐정 에르퀼 포와로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실제로 애거사 크리스티는 1928년 가을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알려졌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대륙 횡단 기차라는 특수성은 그에게 문화적인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기에 소설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으로 그의 소설 중에서도 화려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국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미스터리 모험 소설이 어떻게 영화 제작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을 수 있을까.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로 유명한 시드니 루멧 감독이 먼너 나섰다.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던 애거사 크리스티를 설득하기 위해 루멧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들은 무려 5년이란 시간 동안 그를 설득했다. 마침내 판권을 얻는 데 성공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1974년에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배우 겸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의 손에 의해 재탄생한다. 영화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다만, 소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에르퀼 포와로(케네스 브래너)의 캐릭터성이다. 인생을 강박적으로 살아가는 에르퀼 포와로의 모습을 부각시켜 그에게 살인이란 “정의의 저울”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임을, 그걸 되돌려 놓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강조한다. 케네스 브래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좋은 예시로, 고전이 갖고 있는 우아함과 현대가 갖고 있는 세련됨이 공존하고 있는 작품이다. 고전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작품.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조니 뎁, 데이지 리들리,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윌렘 대포, 조시 게드, 데릭 제이코비, 레슬리 오덤 주니어

개봉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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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2022)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나일 강의 죽음>(2022)

고전 미스터리 특유의 우아함과 21세기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두루 갖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꽤나 흡족한 성과를 거둔 뒤, 속편 <나일 강의 죽음> 제작이 확정됐다. 원래는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계속해서 개봉이 미뤄지다가 2022년 2월 9일에 드디어 한국에 정식 개봉하게 됐다. 이번 작품의 원작인 <나일  강의 죽음> 역시 에르퀼 포와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오리엔트 특급 살인>처럼 이국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요양차 이집트로 여행을 간 에르퀼 포와로는 나일 강을 따라 항해하는 유람선에 타게 된다. 휴가를 만끽하던 포와로는 유람선 안에서 일어난 치정극과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간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처럼 유람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건이 발생했고, 여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티 작품 특유의 재미가 있어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다.

포와로는 친구의 애인을 가로채 결혼한 백만장자 리네트 도일(갤 가돗)과 그의 남편 사이먼 도일(아미 해머)과 같은 유람선에 타게 된다. 그곳엔 애인을 빼아긴 재클린 드벨포(에마 맥키) 역시 타고 있었는데, 그는 부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상태였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는 유람선 위에서, 재클린은 분노로 인해 자신의 애인이었던 사이먼 도일을 총으로 쏴 부상을 입혔고, 그다음 날 리네트 도일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은 채 발견됐다. 원작에서는 포와로의 옛 친구 레이스 대령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부크(톰 베이트먼)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집트라는 이국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이집트 나일 강의 전경과 유람선의 웅장함을 담기 위해 세계에서 4대뿐인 65mm 카메라를 사용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이>에 이어 이번에도 현대의 세련됨과 화려함, 그리고 고전이 주는 우아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나일 강의 죽음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개봉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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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의 악마>(1982)
감독 가이 해밀톤
주연 피터 유스티노프, 제인 버킨



<백주의 악마>(1982)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 강의 죽음>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작품, <백주의 악마>다. 원작은 두 작품에 비해 비교적 인지도가 적은 편이지만, 상류층 사람들이 외딴곳에 모이는 구성과 사랑과 돈이 얽힌 관계성,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휴양지 배경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두 작품과 유사하다. 각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데다가 기차나 유람선처럼 좁은 공간이 아닌 외딴 섬의 고급 호텔이라는 제한적이지만 넓은 공간적 배경을 갖고 있어 이 작품을 더 선호하는 팬들도 있을 정도. 좁은 공간은 밀도 있는 전개를 만들어주지만, 다양한 알리바이 구성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주의 악마>는 넓은 공간으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알리바이를 만날 수 있다.



<백주의 악마>(1982)

<백주의 악마> 역시 포와로(피터 유스티노프)가 주연인 작품으로 다른 사건을 추적하다가 우연히 이곳에 머물게 된 포와로가 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아드리아 섬에 위치한 호텔로 여배우 알레나(다이애나 리그)와 남편 케네스(데니스 퀼레이), 의붓딸 린다(에밀리 혼) 가족을 포함, 알레나와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이 모여들면서 사건이 응집된다. 알레나는 아름다운 여배우였지만, 평판은 최악이었던 여성으로 특히나 남자관계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던 인물이다. 소설 속 피해자이기도 한 그는 교살당한 채로 해변가에서 발견됐다. 포와로는 이해관계, 원한 관계에 얽혀 있는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파헤쳐나가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백주의 악마

감독

가이 해밀턴

출연

피터 유스티노프, 제인 버킨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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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집>(2017)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출연 글렌 클로즈, 질리언 앤더슨, 맥스 아이언스,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스테파니 마티니



<비뚤어진 집>(2017)

<비뚤어진 집>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직접 걸작이라 칭한 작품으로 그는 “한 가문을 파헤치는 일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라고 작품을 평하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가디언’에서 꼽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덕에 영화화 과정 초기부터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애거사 크리스티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제작자인 조셉 애브람스와 샐리 우드는 영화화되지 않은 그의 작품 66편을 모두 읽고 각자 최고의 작품을 꼽았는데, 그때 베스트로 선정된 게 바로 <비뚤어진 집>이었다. 



<비뚤어진 집>(2017)

<비뚤어진 집>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에르퀼 포와로나 제인 마플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으로, 찰스 헤이워드(맥스 아이언스)라는 젊은 남성이 주인공이다. 찰스 헤이워드는 작중 레오니데스 가족의 손녀, 소피아(스테파니 마티니)와 연인 사이지만, 동시에 레오니데스 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비뚤어진 집>은 제목처럼 비뚤어진 가족의 온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대부호인 레오니데스 집안은 저택에서 3대가 모여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는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하면 가장 유려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속고 속이는 관계, 반복되는 거짓말로 차곡차곡 심리적 서스펜스를 쌓아나가며 마지막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에겐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마지막 10분에 도달했을 땐 쌓였던 서스펜스가 폭발하면서 관객들에게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주게 된다.

비뚤어진 집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출연

글렌 클로즈, 맥스 아이언스, 질리언 앤더슨,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스테파니 마티니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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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살인 사건>(1980)
감독 가이 해밀톤
출연 안젤라 랜즈베리, 제랄딘 채플린, 토니 커티스, 에드워드 폭스, 록 허드슨, 킴 노박, 엘리자베스 테일러



<거울 살인 사건>(1980)

<거울 살인 사건>은 <007 골드핑거>(1964),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등 <007> 시리즈를 연출했던 가이 해밀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백주의 악마>까지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을 총 두 편 잇달아 연출했다. <거울 살인 사건>은 <깨어진 거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포와로와 함께 최고의 캐릭터로 손꼽히는 제인 마플이 주인공이다. 제인 마플은 기존 탐정 장르의 클리셰를 파괴한 캐릭터로 친절하고 온화해 보이는 할머니. 겉보기엔 평범한 시골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그만의 번뜩이는 통찰력과 본질을 파악하는 힘의 소유자. 덕분에 최고의 명탐정 캐릭터로 손꼽히곤 한다.



<거울 살인 사건>(1980)

한적한 시골 마을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촬영을 위해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연 배우인 마리나(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롤라(킴 노박)는 마리나의 남편임과 동시에 영화감독인 제이슨(록 허드슨)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 누군가가 파티에서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일명 미스 마플, 제인 마플(안젤라 랜스베리)이 추리를 시작해 나간다. 추리영화지만, 제인 마플 캐릭터 특성상 긴박한 서스펜스는 기대하지 말 것. 동네 할머니가 마실 나온 것처럼 느긋하게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은 여타 추리영화에서 보기 힘든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거울 살인 사건

감독

가이 해밀턴

출연

안젤라 랜즈베리, 제랄딘 채플린, 토니 커티스, 에드워드 폭스, 록 허드슨, 킴 노박, 엘리자베스 테일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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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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