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수상 결과는 어떻게 달랐나?

골든 글로브는 오스카보다 한두 달 먼저 진행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오스카의 수상 결과를 점쳐볼 수 있는 기준이 되곤 한다. 바야흐로 오스카 시즌. 지난 10년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수상 결과는 어떻게 같고 달랐는지 살펴본다.


2012년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는 단연 2012 시즌 영화계 최고 화제작이었다. ‘흑백’과 ‘무성’ 영화의 형식을 차용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1927년부터 1932년까지의 할리우드 영화계를 재현해 지구적인 사랑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는 <아티스트>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디센던트>로 양분됐는데, 오스카는 <휴고>의 마틴 스콜세지가 받았던 감독상까지 <아티스트>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에게 수여하면서 총 7개 부문 수상의 쾌거를 안겼다. 무성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건 1929년 <날개> 이후 83년, (전체) 흑백영화로는 1960년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이후 52년 만이었다. 메릴 스트립은 영국 총리 마거렛 대처를 연기한 <철의 여인>로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했다.


2013년

이듬해에도 세 번째 오스카 주연상의 주인공이 나왔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연기한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다.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는 22세 나이에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모두 작품상을 받은 건 벤 애플렉이 감독, 주연, 제작을 도맡은 스릴러 <아르고>였다. 다만 골든 글로브가 <아르고>의 밴 애플렉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준 것과 달리, 오스카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다시 한번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을 호명했고 그는 오스카 감독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아시안 감독이 됐다.


2014년

지난 두 해와 달리 2014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의 감독상 수상자는 일치했다. <칠드런 오브 맨>(2006) 이후 7년 만의 신작 <그래비티>로 진일보한 연출력을 자랑한 알폰소 쿠아론. 다만 두 시상식 모두, 납치되어 12년간 노예의 삶을 산 흑인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의 회고록을 각색한 <노예 12년>에 작품상을 바쳤다. <블루 재스민>에서 초상류층이었던 과거의 삶을 잊지 못하는 여자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 30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가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주연상을 받게 되면서, 골든 글로브의 ‘드라마’ 부문 수상작 수상자가 오스카까지 정복했다.


2015년

2015년은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의 선택이 확 갈린 편이다. 여느 경우처럼 여우/남우주연상 수상자는 같은 반면, 다른 부문은 두 시상식이 각자 다른 영화를 지지했다. 골든 글로브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12년 동안 제작한 성장영화 <보이후드>에, 오스카는 멕시코 출신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줬다. 그해 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버드맨>은 각본상과 촬영상까지 수상했다.


2016년

2016년 오스카의 가장 큰 사건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신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통해 5수 끝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 전해엔 오스카만 이냐리투를 지지했다면, 2016년엔 골든 글로브 역시 남우주연상과 더불어 작품상, 감독상까지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것이 됐다. 한편 오스카는 2년 연속 감독상은 주되 작품상은 가톨릭 아동 성범죄를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활약상을 영화로 옮긴 <스포트라이트>의 손을 들어줬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에 유독 관대한 오스카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선택이다.


2017년

2017년은 그야말로 <문라이트>와 <라라랜드>가 양분했던 시즌이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그 열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걸 제외한다면,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모두 주요 부문이 두 영화와 그 구성원에게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이 오스카 역사상 최연소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작품상까지 <라라랜드>가 호명됐으나, 이는 작품상 대신 여우주연상 이름이 적힌 카드를  건넨 주최측과 시상자의 실수였다. 수상 결과는 정정됐으며 결국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가져가는 해프닝 역시 큰 화제가 됐다.


2018년

오스카는 멕시코 출신 감독을 편애하는 걸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에 이어, 2018년 오스카의 승자라 할 만한 기예르모 델 토로 역시 멕시코 감독이다. 골든 글로브가 프랜시스 맥도맨드의 명연이 돋보인 <쓰리 빌보드>와 배우 그레타 거윅의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를 지지했다면, 오스카는 그 두 작품이 아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게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수여했다.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여성 영화인들을 일으켜 세워, 소위 A급 배우가 출연 계약 시 다양한 계층을 배우 및 제작진으로 구성할 수 있게끔 요구하는 조건인 ‘포용 특약’(Inclusion Rider)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2019년

2019년은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가 서로 이견 없는 수상결과를 발표했다. 알폰소 쿠아론은 2014년 <그래비티>를 잇는 신작 <로마>로 연속 두 번 감독상을 차지했고, 흑인 재즈 뮤지션과 백인 운전사와의 우정을 그린 <그린 북>이 작품상을 받았다.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기묘한 블랙코미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이전까지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배우 라미 말렉과 올리비아 콜먼에게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모두 주연상을 안겼다.


2020년

<주디>의 르네 젤위거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그해 주연상을 휩쓸 것이라는 예상은 견고했고, 역시 이변이 없었다. 하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결과는 놀라웠다. 한국의 영화 팬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 골든 글로브가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을 한 테이크로 찍은 듯한 <1917>과 샘 멘데스를 선택한 것과 달리, 오스카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아 타임 인 할리우드>도 아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오스카를 “로컬”이라고 칭한 봉준호의 한국어 영화 <기생충>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표했다. 외국어영화상은 진작 높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받는 풍경은 2년이 흐른 지금 봐도 놀랍기만 하다.


2021년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실히 묻어난 2021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의 주인공은 중국 태생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노매드랜드>였다. (<셰이프 오브 워터>와 마찬가지로)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는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해, 클로이 자오는 두 부문을 동시에 수상한 아시아 여성 감독이 됐다. 한편 주연상은 은 과거 수상 경력이 있는 배우들이 가져갔다. 골든 글로브가 (2020년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과 샤샤 바론 코헨에게 남우주연상을 준 것과 달리, <양들의 침묵>에 단 25분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안소니 홉킨스가 19년 만에 <더 파더>로 또 다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불과 3년 만에 세 번째 오스카를 받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직접 제작한 <노매드랜드>가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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