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한 명절 연휴의 북적북적한 극장가 풍경. 3년 전만 해도 설 연휴 기간 동안 천만 관객이 든 영화가 더러 나왔었다. 하지만 2019년을 지나며 연말연시 활기는 찾아볼 수 없이 영화계가 침체되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해 설 연휴 극장가는 바짝 얼어붙어 대작들이 거의 개봉을 하지 않았다.몇 번 미뤄지다 겨우 개봉을 한 작품들도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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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져 설 연휴 기대작이 두 편이나 개봉했다. 모두 국내 영화로, 1960~7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메이커>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이 그 주인공이다. 천만 관객 시절이 전설처럼 느껴지는 요즘,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역대 설 극장가 흥행작들과 누적관객 수를 모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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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남산의 부장들> 4,750,231명
<남산의 부장들>은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가 개봉했던 2020년 1월 당시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아 500만 관객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2020년 개봉한 영화들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2019년 <극한직업> 16,265,618명
낮에는 치킨 장사를 하고 밤에는 잠복근무를 하는 마약반 형사들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위장 창업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이병헌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천만 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설 연휴 5일간 무려 500만 관객을 모았고, 개봉 한 달여 만에 1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8년 <블랙 팬서> 5,398,994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 번째 챕터를 연 작품 <블랙 팬서>는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늘 국내 팬들을 설레게 하는 마블 작품이지만, <블랙 팬서>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부산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 설 연휴 시즌에는 보통 국내 영화가 인기인데,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외화인 <블랙 팬서>가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했다.
2017년 <더 킹> 5,317,693명
<더 킹>은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권력의 설계자 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한재림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았고, 개봉과 함께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그리고 개봉 한 달여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7년 <공조> 7,817,654명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의 리더를 잡기 위해 남한과 북한이 공조수사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개봉 초기에는 같은 날 개봉한 <더 킹>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종 누적 관객 수 780만을 기록하며 당시 설 연휴 기간 개봉작 중 1위를 달성했다.
2016년 <검사외전> 9,707,581명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의 사기꾼과 손을 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오락영화다. 영화는 설 연휴 특수를 누리며 기세 좋게 흥행몰이를 하여 개봉 19일 만에 9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아쉽게도 천만 관객 돌파는 하지 못했지만 970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3,872,015명
2011년 설 극장가를 접수했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2015년에도 역시 설 연휴 시즌 즈음 개봉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최종 관객은 380만 명으로 리스트에 있는 역대 흥행작 중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다.
2014년 <겨울왕국> 10,296,101명
2014년은 그야말로 <겨울왕국> 신드롬이 불었던 해였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힘을 가진 엘사와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언니를 찾으러 떠난 안나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되었다. 후에 개봉한 <겨울왕국 2>는 1300만 관객을 모아 전편의 흥행을 뛰어넘기도.
2014년 <수상한 그녀> 8,659,755명
<수상한 그녀>는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이 돌연 스무 살의 몸으로 돌아가 빛나는 전성기를 누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4년 당시 <겨울왕국>보다 1주일 늦게 개봉해 줄곧 2위를 차지하다가, 설 연휴 동안 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최종 스코어 860만 관객을 기록했다.
2013년 <7번방의 선물> 12,811,213명
<7번방의 선물>은 6살의 지능을 가진 용구(류승룡)가 흉악범들이 줄줄이 모인 교도소 7번방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흥행의 왕’으로 불리던 배우 류승룡이 주연으로 나섰고 코미디와 감동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입소문이 나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해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설 연휴에만 200만 관객을 모으며,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천만 관객을 돌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