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장난없네! 니콜 키드먼 등 톱스타 총출동 <노스맨>, 피로 쓰는 차디찬 복수극

복수의 씨앗이 가슴 속에 자라나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를 먹어야만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은 채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한 소년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그 장면을 되새긴다. 소년이 청년이 되어 장성하게 될 때까지, 그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는 것은 오로지 분노에 가득 찬 독기였다.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르고, 갈라질 대로 갈라진 근섬유에 깊게 새겨진 것이 증오라면, 이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의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살육과 혈흔이 소년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 모든 복수의 혈투 끝에서 그는 평안과 안식 속에 살아나갈 수 있을까?

8월 31일 개봉하는 로버트 에거스의 3번째 장편 연출작 <노스맨 (The Northman)>의 이야기는 ‘복수’라는 가장 원초적 감정을 다룬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북유럽 바이킹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북유럽의 기후만큼이나 스산하고 냉혹하며,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함을 그려낸다. 혹독한 추위와 그보다 더 가혹한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소년의 일대기는 그 어떤 복수극보다 야만적이고 그 어떤 성장기보다 본능적이다. 유혈이 낭자하지만, 결코 뜨겁게 들끓는 법이 없고, 차디찬 복수를 그려내지만, 그 뒤에 가리어진 양면성을 포착하는, 뼛속까지 냉혈한 로버트 에거스의 영화 <노스맨>. 그 관람 포인트를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영화 <노스맨>


미국 내 가장 핫한 감독 로버트 에거스의 첫 국내 개봉작

인디 영화 혹은 호러 영화 팬들이라면 로버트 에거스라는 이름은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비록 3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한 것이 전부지만, 그의 전작이었던 <더 위치 (2015)>와 <라이트하우스 (2019)>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많은 장르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현시점 미국에서 가장 왕성한 독립영화 제작을 맡고 있던 A24의 총애를 받으며 앞선 두 작품을 모두 성공적으로 연출한 그는 더욱더 광활한 스케일로 스크린을 다시 찾았다. (이번 <노스맨>은 처음으로 로버트 에거스가 A24와 함께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앞선 두 작품이 모두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며 국내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적었던 것에 비해, 이번 <노스맨>은 처음으로 로버트 에거스의 작품이 국내 극장에 개봉한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총 9,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용이 공개되면서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얼마나 엄청난 시각적 연출들이 그의 영화에 드러날지 관심을 끈다.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가 모두 호러 영화였던 것과 달리, <노스맨>은 북유럽 신화를 각색한 일종의 대서사시에 가깝다. 그렇지만, <노스맨>이 로버트 에거스의 장기와 인장들이 결여된 완전히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조명과 채도-명도를 통한 톤을 사용하는데 빼어난 에거스 고유의 연출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잘 드러났다. 특히, 35mm 필름으로 작품 전체를 촬영한 그의 선택은 12세기 초 북유럽의 거친 질감을 나타내는 데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평이다. 끊임없이 인간의 매혹과 신념 그리고 그에 따른 욕망을 탐구하는 에거스 특유의 예술관 역시 신화적인 서사와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화려한 만큼 견고한 배우들 간 앙상블

이미 <라이트하우스>를 통해서 로버트 패틴슨, 윌렘 대포라는 두 유명 배우들 간의 에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법을 터득한 로버트 에거스는 이번 <노스맨>으로 더 많은 스타 간의 빼어난 하모니를 만들어내려 한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그의 대표작들인 <트루 블러드> 속 ‘에릭 노스만’이 지닌 퇴폐적인 매력과 <제너레이션 킬> 속 ‘브래드 콜버트’의 야성적인 매력을 한데 모은 것만 같은 주인공 암레를 연기한다. 퇴폐성과 야성적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육체가 복수를 위해 단련되는 암레의 일대기를 묘사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암레의 연인 올가를 연기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는 7년 만에 로버트 에거스와 다시 만난다. 로버트 에거스의 첫 장편 데뷔작인 <더 위치>는 공교롭게도 안야 테일러 조이의 첫 영화 데뷔작이었다. 순박한 소녀에서 마녀재판에 몰리게 되는 복잡한 캐릭터 토마신을 연기한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로버트 에거스와 만나 어떤 에너지를 발산할지는 지난 <더 위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노스맨> 속 주연 암레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올가 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

<노스맨>을 지탱하는 또 다른 동력은 걸출한 베테랑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거론해야 할 배우는 니콜 키드먼이다. 암레의 어머니이자, 영화 속 가장 다층적인 인물인 구드룬 여왕을 연기한 그녀는 12세기 북유럽 신화를 다시 쓰려는 로버트 에거스의 작품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암레의 아버지이자 동생 피욜니르에게 살해당하는 아우르반딜 왕 역은 에단 호크가 맡았다. 빼곡한 커리어를 다 읊는 것이 무용할 정도로 그의 연기력은 유명하기에, 많지 않은 비중이지만 얼마나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게 만든다. 로버트 에거스의 전작 <더 라이트하우스>에서 로버트 패틴슨과 빼어난 하모니를 보여준 윌렘 데포 역시 분량은 크지 않지만,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수 겸 배우 비요크의 15년 만의 스크린 복귀는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녀가 연기할 예언자/마녀의 캐릭터는 평소 그녀의 음악 세계와 맞물려 극의 무게를 실어줄 예정이다.

영화 <노스맨> 속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구드룬 왕 역에 니콜 키드먼

불굴의 명작 ‘햄릿’의 시초 북유럽 암레트 신화

<노스맨>은 폭력과 유혈, 야만이 난무하는 북유럽 신화 속 암레트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암레트의 이름 (Amleth)의 끝음절을 앞으로 옮기면 우리가 모두 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Hamlet)이 된다. 실제로 셰익스피어는 암레트 설화의 서사적 구조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가령 동생이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올라 선왕의 왕비와 재혼한다는 점이나, 그 아들이 복수를 다짐하며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죽이고자 하는 지점은 암레트 설화 그리고 <노스맨>의 중추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다.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영화에 걸맞게 <노스맨>은복수와 분노에 눈이 먼 존재들의 유혈과 폭력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노스맨>은 그저 충실하게 신화를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 한다.

영화 <노스맨>

이 지점은 로버트 에거스의 전작들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첫 장편 <더 위치>는 17세기 마녀사냥이 만연한 민간 설화로부터 시작하지만, 단순히 마녀사냥의 폐해에 집중하지 않고 구조적인 폭력과 종교적 위선이 형성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두 번째 작품 <라이트하우스> 역시 사이렌 신화와 프로메테우스 신화에 빚을 지고 있지만, 광기와 매혹이라는 고전적인 접근이 아니라 권위와 욕망이라는 그 기저에 깔린 구조에 집중하려 했다. 이번에 공개된 그의 세 번째 작품 <노스맨>은 따라서 단순한 복수와 소년의 성장기 영화는 아닐 것이다. 북미에서 이미 4월에 이 작품이 개봉되었을 때, 미국의 평단 역시 에거스가 <노스맨>을 통해 북유럽 신화에서 처절하게 고통받는 여성들에 대해 조명했다고 평가했다. <노스맨>이 어떤 방식으로 흥미롭게 고전 신화를 다시 써 내려갔는지 궁금하다면, 극장에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혈과 복수의 무덤 속에서 여러분들은 끝내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최현수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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