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에게 영감 받은 영화 제목? ‘스페셜 땡스’ 크레딧으로 보는 영화계 친목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이라면 ‘스페셜 땡스’(Special thanks)라는 리스트를 본 적이 있을 테다. 감독 혹은 배우 등 제작진이 특별히 고맙게 여기는 이들에게 바치는 크레딧이다. 감독들은 종종 동료 감독의 업적에 압도된다고 한다. 이에 때때로 경쟁이 붙기도 하지만, 많은 감독이 서로 자문한다. 우리가 ‘스페셜 땡스’에서 반가운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막강 라인업을 자랑하는 땡스 리스트를 모아 본다. (사진으로 덧붙인 크레딧은 모두 IMDb에서 가져왔다.)


에드가 라이트 <라스트 나잇 인 소호>

thanks 쿠엔틴 타란티노, 봉준호

앨리슨 앤더스 <쉐드와 트루디> <포 룸> 연출

알폰소 쿠아론 <로마>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 <해리 포터: 아즈카반의 죄수> 연출

마크 개티스 <셜록> 시리즈 각본

라이언 존슨 <나이브스 아웃>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연출

*봉준호 <기생충> <옥자> <살인의 추억> <괴물> 연출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블랙 팬서> <겟 아웃> 출연

크리스토퍼 맥쿼리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잭 리처> 연출

샘 멘데스 <1917> <007 스펙터> <007 스카이폴> <레볼루셔너리 로드> 연출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킬 빌> <펄프 픽션> <저수지의 개들> 연출

에드가 라이트가 <베이비 드라이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는 알폰소 쿠아론, 봉준호, 샘 멘데스, 쿠엔틴 타란티노 등 아카데미와 친한 감독들이 총출동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반전 서사가 설득력이 부족해 아쉽다는 평이 많지만, 알아주는 음악 덕후 감독의 영화답게 플레이리스트만은 주옥같다. 제목 역시 영화가 찬미하는 1960년대 영국의 록 밴드 데이브 디, 도지, 비키, 믹 앤 티치(Dave Dee, Dozy, Beaky, Mick & Tich)의 곡 ‘라스트 나잇 인 소호’(Last Night in Soho)에서 따온 것인데. 이 곡을 감독에게 추천한 것이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다. 그리고 영화 주제가로 쓰기 딱 좋은 곡이 있다며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처음 타란티노에 추천한 건 앨리슨 앤더스 감독이었다고. 라이트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봉준호의 팬이 되었고 둘은 사석에서 종종 만나는 절친한 사이다. 라이트가 <베이비 드라이버> 홍보로 2017년 한국을 방문 했을 때, 봉준호가 인터뷰어가 되어 GV를 진행했고, 라이트는 미국과 영국에서 <살인의 추억> <기생충> Q&A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번 작품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인터뷰도 봉준호의 몫이었다.

에드가 라이트와 쿠엔틴 타란티노

에드가 라이트와 봉준호


드니 빌뇌브 <듄>

thanks 기예르모 델 토로

*기예르모 델 토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연출

프랭크 허버트 원작 소설 <듄> 집필

13세부터 <듄>의 영화화를 꿈꿔왔던 드니 빌뇌브는 땡스 투에 원작자의 이름을 한 번 더 올려 그의 우상과도 같은 전설적인 소설가에 감사를 표했다. 익숙한 이름도 보인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빌뇌브와 함께 <듄> 편집본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이었다. 빌뇌브는 믿어 마지않는 델 토로에게 조언을 구했고 델 토로는 사랑과 존경을 가득 담아 화답했다고.


웨스 앤더슨 <프렌치 디스패치>

thanks 노아 바움백

*노아 바움백 <결혼 이야기>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위아영> <프란시스 하> 연출

조엘 코엔 <인사이드 르윈> <시리어스 맨> <번 애프터 리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출

브라이언 드 팔마 <미션 임파서블> <언터처블> <그리팅> 연출

브루노 델보넬 <다키스트 아워> <인사이드 르윈> <아멜리에> 촬영

리처드 링클레이터 <어디갔어, 버나뎃> <보이후드>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 연출

유만 말루프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앤더슨의 연인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디 플레이어 원> <더 포스트> <링컨> <터미널> 연출

<프렌치 디스패치>는 탁월한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이번 작품에도 함께한 앤더슨 사단 대표 배우 프랜시스 맥도맨드, 그의 남편인 조엘 코엔. 비포 시리즈를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앤더슨은 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영화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는데, 이 가운데 어김없이 등장한 감독의 오랜 파트너 노아 바움백의 이름이 더 반갑다. 바움백은 앤더슨과 함께 <판타스틱 Mr. 폭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의 각본을 썼으며,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에는 단역으로 출연까지 했다. 앤더슨은 바움백의 장편 데뷔작 <오징어와 고래>에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참고로 바움백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드 팔마>를 연출한 적이 있는데, 브라이언 드 팔마도 <프렌치 디스패치>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웨스 앤더슨과 노아 바움백


린-마누엘 미란다 <틱, 틱… 붐!>

thanks 스티븐 손드하임

J.J. 에이브럼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타트렉 다크니스> <스타트렉: 더 비기닝> 연출

존 추 <인 더 하이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연출

존 드루카 <메리 포핀스 리턴즈> <게이샤의 추억> 제작, <시카고> 안무

배리 젠킨스 <문라이트> 연출

라이언 존슨 <나이브스 아웃>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연출

롭 마샬 <메리 포핀스 리턴즈>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게이샤의 추억> <시카고> 연출

*스티븐 손드하임 뮤지컬 <스위니 토드> <컴퍼니> 작곡작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작사

에드가 라이트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베이비 드라이버> <지구가 끝장 나는 날> <뜨거운 녀석들> 연출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을 만든 조나단 라슨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틱, 틱… 붐!>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한 <틱, 틱… 붐!>은, 뮤지컬 <해밀턴> <인 더 하이츠>를 성공시키며 라슨에 견줄 만한 뮤지컬 기획자로 거듭난 린-마누엘 미란다의 연출 입봉작이다. 땡스 투에 그가 출연한 영화 <인 더 하이츠>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만든 존 추, 존 드루카, 롭 마샬 등의 이름이 보이는 가운데,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를 연출한 J.J. 에이브럼스와 라이언 존슨도 있다. 미란다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삽입곡을 쓴 것을 시작으로, <모아나>의 음악을 담당하는 등 디즈니와의 파트너십을 이어온 연 덕이겠다. 참고로 공연실황 영화 <해밀턴> 역시 디즈니+로 공개됐고,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차기작도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다. 또 눈이 가는 이름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뮤지컬계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이다. 조나단 라슨이 특히 존경하던 작곡기이기에 <틱, 틱… 붐!>에도 작중 인물로 등장했다. 미란다 외에도 <아네트>의 레오 카락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등 올해 공개된 뮤지컬 영화의 감독들이 그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려 또 한 명의 전설에 헌사를 바쳤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땡스

<아네트>

<아네트> 땡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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