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합시다! 바다 건너 할리우드에서 만든 선거 영화들

20대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 실시된다. 사전 투표(4~5일)에 참여했든, 아니면 9일 본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든 그날 공휴일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포스트는 대통령 투표일에 즐길 수 있는, 선거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을 준비했다. 대선이란 중대한 국가적 행사인 만큼 적어도 특정 진영이나 인물을 연상시키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들만 소개한다.


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

미국 정치 지형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중 꽤 최신작이고(이제는 10년 전이지만) 인기 있는 두 주연 배우 때문에 지금도 자주 언급되는 영화 <킹메이커>. 이 영화의 원제는 (동명 소설 원작처럼) 3월 15일을 뜻하는 ‘디 아이디즈 오브 마치’(The Ides Of March)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3월 15일을 조심하라”라는 예언이 나오고, 그날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것에서 유래한 이 숙어는 정치적 흉조를 뜻한다. 국내에서 쓰지 않는 숙어라서, 주인공 스티븐이 캠프 홍보관인 것에서 착안해 ‘킹메이커’라는 제목을 사용한 듯하다. <킹메이커>는 캠프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이 완벽한 이미지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보기에 따라 <킹메이커>는 100% 정치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이란 속성과, 영화의 제목과 어울리는 배신과 야합 같은 테마는 동서를 막론하고 늘 흥미로운 주제다.

킹메이커

감독

조지 클루니

출연

라이언 고슬링, 조지 클루니

개봉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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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 더 독 Wag The Dog, 1997

명배우들의 날카로운 정치 풍자는 <왝 더 독>에서 정점을 찍었다.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한 이 작품은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큰 사고를 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더 큰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처구니 없이 커지는 사건에 헛웃음이 터지지만, 막상 영화가 보여주는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전략은 현실에서 우리가 익히 접했던 것들이기에 엔딩을 보고 난 뒤엔 씁쓸한 뒷맛이 입안에 맴돈다. 제목 <왝 더 독>은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으로 주객전도된 상황을 의미하는데, 정말 중요한 정보가 누군가의 조작으로 부풀려진 뉴스에 밀려 알려지지 않는 영화 속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왝 더 독

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9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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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로버츠 Bob Roberts, 1992

<밥 로버츠>는 <왝 더 독> 못지않게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코미디를 겸비한 영화다. 사업가 겸 포크 가수 밥 로버츠(팀 로빈스)가 정치계에 도전한다는 다소 평범한 스토리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해 센스 있는 재치들을 빛냈다. 밥 로버츠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팀 로빈스가 만든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를 더욱 확장해 하나의 영화로 승화시킨 것. 실제 인물과 그가 만든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의 엇나감을 그리면서 정치적 쇼와 허구를 풍자한다. 영화의 주제 말고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특히 연출과 각본, 주연을 맡은 팀 로빈스의 감각뿐만 아니라 만능 재주꾼답게 노래부터 좌중을 휘어잡는 화술까지, 팀 로빈스의 재능 쇼를 볼 수 있다.

밥 로버츠

감독

팀 로빈스

출연

팀 로빈스

개봉

199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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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리 컬러스 Primary Colors, 1998

전체적으로 풍자적인 위의 두 영화와 달리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실제 정치적인 움직임을 그럴싸하게 전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원작은 기자로 활동한 조 클라인이 집필했기 때문. 당시 발로 뛰면서 취재한 기자가 쓴 작품답게 과장되지 않게 극적이고 또 선을 넘지 않게 현실적이다. 특히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잭 스탠튼(존 트라볼타), 수잔 스탠튼(엠마 톤슨) 부부는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당시 관객들은 그 지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존 트라볼타, 엠마 톰슨, 빌리 밥 손튼, 케이 베이츠, 에드리안 레스터 등 연기력으로 용호상박인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여러 감정이 포개지는 순간의 아이러니가 순간순간 빛나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 특유의 장기가 발휘된 작품이다.

프라이머리 컬러스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존 트라볼타, 엠마 톰슨, 빌리 밥 손튼, 에드리안 레스터, 마우라 티어니, 래리 해그먼, 폴 가일포일, 다이안 래드, 로브 라이너, 캐시 베이츠

개봉

199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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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The Candidate, 1972

성스러운 성조기 앞에서 팔짱을 낀 채 풍선껌을 불고 있는 <후보자>의 포스터는 영화의 분위기를 단박에 보여준다. 평생 변호사로서 성실하게 사회에 공헌한 빌 매케이는 동창의 권유를 받아 정계에 발을 들인다. 변호사로 착실하게 했던 만큼 정치인으로도 훌륭하게 해보려는데, 문제는 진심과 선거 전략이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빌은 점점 스스로의 소신이 아닌 선거적인 전략으로 움직이게 된다.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런 빌의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했으며 그의 번듯한 이미지가 훌륭한 각본을 만나 시너지를 낸다. 마이클 리치가 연출을 맡았고 각본에도 참여했다. 작가 제레미 라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후보자

감독

마이클 리치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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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쉬빌 Nashville, 1975  

영화 속 다양한 군상을 포착하는 연출이 일품인 로버트 알트만 감독에겐 정치도 활용하기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그의 작품 <내쉬빌>은 컨트리 음악제를 준비하고 있는 한 마을에 대통령 후보 홍보가 겹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대체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컨트리 음악과 이목을 끌기 위해 화려해야 하는 선거 쇼의 충돌은 끝내 쓰라린 결말에 치닫는다. 여러 인물들의 입을 빌려 정치나 정치적 행동 양식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대사들이 즐비하다. 본격적인 정치 영화라고 볼 수 없으나 미국이란 나라를 은유하는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컨트리 음악제가 배경인 만큼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챙겨 보길. 배우들이 직접 쓰고 부른 노래가 영화에 등장하기에 더 귀한 작품이다. 로버트 알트만은 나중에 선거 과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린 드라마 <태너 88>를 연출했다.

내쉬빌

감독

로버트 알트만

출연

데이비드 아킨, 바바라 백슬리, 네드 비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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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룸 The War Room, 1993

마지막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워 룸>이다. ‘워 룸’(War Room)이란 말은 분야마다 의미가 다른데, 이 다큐멘터리의 그것은 빌 클린턴이 대선 당시 사용한 선거 전략을 총칭한다. 다큐멘터리의 주요 인물은 제임스 카빌과 조지 스테파노풀러스. 두 사람은 빌 클린터의 선거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한 선거 참모인이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곁에서 이들이 만드는 이미지가 어떻게 빌 클린턴의 당선으로 이끄는지 그 과정을 현장에서 포착한다. 말만 들으면 꽤 방대한 분량일 거 같지만 그야말로 현장에서 즉각적인 순간들을 담았기 때문에 다행히(!) 러닝타임은 90분 남짓이다. <워 룸>은 영화에서 볼 법한 진짜 ‘킹메이커’들의 발자취를 통해 실제 정치 역학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귀한 기회를 준다. 2005년에 여기에 출연한 인물들이 15년 후 회고하는 <더 리턴 오브 더 워 룸>이란 후속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워 룸

감독

크리스 헤지더스, D.A. 페네베이커

출연

제임스 카빌, 조지 스테파노풀러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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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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