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체’ 소리 들었다? <수퍼 소닉 2>와 원작 게임 이야기

팬들도 몰랐다. 아니, 팬들이 더 몰랐다. 소닉의 영화화가 이렇게 훌륭한 열매를 맺을 줄이야. 본가라 할 수 있는 게임 시리즈는 들쑥날쑥 롤러코스터인데, 영화화한 <수퍼 소닉>은 1편에 이어 2편까지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게임 원작에 애니메이션틱한 탓에 아주 열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만한 팬서비스나 게임 원작 영화도 없다는 반응이 많다. ‘게임 원작 영화’의 편견을 깨고 순항 중인 <수퍼 소닉> 시리즈를 살펴보자.

수퍼 소닉2

감독

제프 파울러

출연

제임스 마스던, 짐 캐리, 벤 슈와츠, 이드리스 엘바, 티카 섬터, 콜린 오슐그네시

개봉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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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시체’ 소리 듣던 시리즈의 부활



소닉이란 캐릭터와 프랜차이즈의 시작, <소닉 더 헤지혹>.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90년대에 게이머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소닉이 뭐 그리 대단한지 모를 수도 있다. 미국에선 인기 좋다는데 어째서? 싶을 수도. 감히 말하자면 소닉의 전성기 시절은 지금의 포켓몬과 비빌만했다.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 마리오와 라이벌각을 이뤘으며, 80년대 말 게이머들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로 게임에 입덕했다면 90년대 웬만한 게이머들은 <소닉 더 헤지혹>으로 게임에 입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엄청난 스피드를 내는 캐릭터를 쉽게 조작해 적을 물리친다는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는 1991년 첫 작품의 대성공으로 지금까지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의 대성공은 미디어믹스로 이어졌는데,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바람돌이 소닉>, <고슴도치 소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는데, 원작 게임 시리즈는 3D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소 묘해졌다. 2D 시절의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3D의 시각적 현란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웠기에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를 거듭하며 시리즈의 명운을 가르기도. 게이머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시체’ (고인 소닉을 줄여서) ‘고닉’라고 불렸을 정도니까. 지금도 모든 작품이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2010년대 들어 괜찮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을 출시해 시리즈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근데 얘네는 무슨 동물?



소닉의 오랜 파트너 테일즈.

소닉이 무슨 동물인지는 대부분 알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국내 방영 제목 ‘고슴도치 소닉’이 그래도 유명한 편이니까. 하지만 소닉 시리즈를 잘 모른다면 <수퍼 소닉 2>에 합류한 테일즈나 너클즈가 어떤 동물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마일즈 “테일즈” 프로워는 꼬리가 두 개 달렸기에 가상의 동물일 것 같지만, 여우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구미호 같은 꼬리가 여럿 달린 여우 요괴를 모티브로 꼬리 두 개 달린 여우를 생각했다. 가끔은 ‘소닉 더 헤지혹'(고슴도치 소닉)에 맞춰 ‘테일즈 더 폭스'(여우 테일즈)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귀엽게 생긴 외형과 가는 목소리와 달리 수컷인데, 어린 시절 도트 그래픽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훗날 현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 팬들의 경험담도 종종 있다고.

너클즈는 가시두더지가 모티브.

새빨간 털이 매력인 너클즈는 닥터 로보트닉(짐 캐리)처럼 소닉과 대립하는 악역으로 등장했지만, 이후 시리즈에서 동료가 되는 캐릭터. 언뜻 보면 소닉과 비슷한 고슴도치 계열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 모티브는 가시두더지라고 한다. 영어를 알면 풀네임 ‘너클즈 더 에키드나’에서 가시두더지(에키드나)란 걸 쉽게 알 수 있긴 하지만, 겉만 봤을 땐 얘가 왜 가시두더지지 싶기도. 그래도 주먹을 잘 쓴다는 설정은 두더지의 땅을 파는 습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소닉이 빠른 스피드로 맵을 돌아다니고, 테일즈가 꼬리를 이용해 비행할 때, 너클즈는 주먹을 이용해 벽을 기어올라 활약한다.


겜덕 감성 넘치는 팬서비스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가장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타겟이 원작 팬일 것이다. 깔끔하게 실사화해도 원작과 너무 다르면 이럴 거면 원작 왜 갖다 썼냐고,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빼다 박으면 이럴 거면 왜 새로운 걸 만드냐고 대꾸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수퍼 소닉> 시리즈의 성공은 특히 빛나는데, 원작 팬들 또한 영화에 호평을 했기 때문. 제작진이 원작을 잘 이해하고 재치 있게 활용했다는 팬들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작 팬이라면 반겼을 빨간 비행기.

제작진도 포스터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포스터의 빨간 비행기와 테일즈, 소닉은 원작 게임에서도 ‘근본’으로 취급하는 구성이다. 테일즈가 처음 등장한 1992년 <소닉 더 헤지혹 2>에서 나온 상징적인 장면이니 팬들에겐 그 자체로 좋은 선물이다. 뿐만 아니라 <수퍼 소닉 2>의 워킹타이틀(촬영 중 사용하는 코드명) ‘에머랄드 힐’은 동일한 작품의 스테이지 1 이름이다. 티저포스터도 게임의 그것을 참고했으니 제작진 또한 <수퍼 소닉 2>에 열렬한 사랑을 담았음은 분명하다. 

게임 <소닉 더 헤지혹 2>와 영화 <수퍼 소닉 2> 포스터

제작진은 영화 안에도 여러 이스터에그를 숨겼다. 에이전트 스톤이 운영하는 카페 ‘민 빈’은 로보트닉이 나오는 뿌요뿌요 스타일의 퍼즐게임 <닥터 로버트닉스 민 빈 머신>에서 가져온 것이고, 소닉이 물을 싫어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도 원작 게임의 소닉이 물에 들어가면 방울을 먹어서 산소를 확보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 소닉의 홀로그램이 가만히 서서 발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게임에서 아무 동작도 하지 않으면 나오는 모션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 속 홀로그램(왼쪽)의 포즈는 게임의 포즈를 참고했다.

2편엔 너클즈, 3편엔…?



너클즈를 연기한 이드리스 엘바

이번 2편에서 합류한 너클즈는 유명 배우 이드리스 엘바가 목소리를 맡았다. 그 중후한 목소리가 너클즈라는 캐릭터의 위압감을 살려준다(시리즈가 더 이어지면 열혈바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수퍼 소닉 2> 제작진은 예고편에 짧게나마 이드리스 엘바의 모습을 삽입하며 유쾌하게 애정을 표했다. 사실 너클즈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이드리스 엘바로 결정난 건 아니다. 처음 캐스팅된 배우는 제이슨 모모아였다. 그러나 <아쿠아맨> 속편과 제작 일정이 겹치면서 제이슨 모모아가 하차하고 그 자리가 이드리스 엘바에게 돌아갔다. 제이슨 모모아 팬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데, 항간에 소문에는 제이슨 모모아가 다음 속편에 등장할 캐릭터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것도 소닉의 클론이자 라이벌 쉐도우로. 이렇게 들으면 3편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데, <수퍼 소닉 2> 관련 인터뷰에서 닥터 로보트닉을 연기한 짐 캐리가 은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관객들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한 캐릭터가 짐 캐리의 로보트닉인데, 만일 그가 3편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소닉-테일즈-너클즈-쉐도우 같은 캐릭터들 위주로 영화를 이끌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이슨 모모아(왼쪽)가 정말 쉐도우를 맡게 될까.

나우무비 에디터 비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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